매일 아침 피로가 덜 풀린 몸을 이끌고 출근하던 시간이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원 없이 푹 자고 싶다는 생각에 휴대폰의 알람이란 알람은 모조리 꺼두었습니다.
'오늘만큼은 세상모르고 실컷 자야지' 다짐하며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노릇입니다.
알람이 울리지 않는데도 늘 일어나던 그 시간, 그 언저리만 되면 어김없이 번쩍 눈이 떠지는 것입니다.
10여 분의 오차는 있었지만 거의 비슷한 시각에 자연스럽게 새벽을 맞이했습니다.
며칠 내내 같은 현상을 겪고 나니, 36년이라는 긴 세월이 제 몸에 새겨놓은 습관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새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몸에 밴 습관은 또 있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나른한 졸음입니다.
짧게는 5분, 길게는 20분 정도 의자에 기대어 잠깐 눈을 붙이고 나면, 놀랄 만큼 몸이 개운해지고 정신까지 맑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사실 40대 초반까지만 해도, 저는 점심시간에 불을 끄고 엎드려 쉬는 사람들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밥을 먹었으면 바로 일을 해야지, 직장에서 무슨 낮잠인가' 하는 강박이 컸습니다.
그 시절의 저는 모두가 쉬는 시간에도 꿋꿋하게 사무실 전체의 불을 환하게 켜둔 채 업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함께 있던 동료들은 눈이 부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속으로 꽤나 원망을 삼켰을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제 책상 위에 조용히 개인용 스탠드 하나를 올려두고 갔습니다.
전체 조명을 끄고 스탠드 불빛 아래서 조용히 일하라는, 무언의 항의이자 배려였겠지요.
부끄럽게도 저는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그 스탠드에 담긴 진짜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저 역시 점심시간의 꿀맛 같은 단잠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잠깐 눈을 붙이면 5분만으로도 머리가 맑아진다'는 인터넷 글을 보고 반신반의하며 따라 해 본 것이 계기였습니다.
막상 해보니 정말 신기하게도 그 짧은 쉼 덕분에 오후의 업무 효율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사람은 숨이 턱에 차도록 쉼 없이 달리는 것보다, 중간중간 멈춰 서서 가쁜 숨을 고르는 것이 결국 더 멀리 가는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요.
지금의 저는 바로 그 달콤하고 긴 숨 고르기의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인생 전반전을 버텨온 낡은 몸과 마음에 조금씩 따뜻한 윤활유를 발라주는 시간.
비록 보름 남짓한 휴가지만, 제게는 평생 처음으로 맞이하는 가장 길고 평온한 호흡의 휴식입니다.
물론 이 여유로운 시간 속에서도 저만의 알찬 일정들은 촘촘히 굴러가고 있습니다.
출판사와의 출간 미팅, 오랜만에 만나는 옛 동료들과의 회포, 4월 정기 모임까지.
그리고 최근, 제 가슴을 뛰게 하는 기분 좋은 일정이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꿈공장플러스' 출판사의 서포터스인 '드리미' 1기에 선정되어 대면 OT에 참석하게 된 것입니다.
그동안 여러 출판사의 서평단에 지원했다가 번번이 고배를 마셨기에, 출판사의 책을 가장 먼저 읽고 소개하는 이 역할이 제게는 무척이나 벅차고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이 소중한 인연과 경험이 언젠가 제 이름이 박힌 책의 출간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상상에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오릅니다.
아내 역시 이 꿈공장플러스 출판사를 좋아합니다.
특히 영풍문고에서 북토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참 인상 깊게 생각하더군요.
물론 지금 제가 준비하고 있는 출간 방향에 대해서도
응원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저를 알아봐 준 출판사와 함께 천천히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는 따뜻한 격려를 건넸습니다.
이야기를 풀다 보니 잠시 방향을 잃고 이리저리 헤맨 것 같지만,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입니다.
적당한 쉼은 우리를 결코 퇴보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음 단계를 향해 더 멀리, 더 힘차게 뛰어오를 수 있는 튼튼한 발판이 되어줍니다.
지금 제가 누리고 있는 이 낯설고도 여유로운 휴가는 결코 멈춰 있는 시간이 아닙니다.
다시 힘차게 날아오르기 위해 웅크리며 도약을 준비하는, 제 인생의 가장 눈부신 하프타임입니다.
가쁜 숨을 참으며 무작정 달리는 것보다, 잠시 멈춰 서서 쉼표를 찍을 줄 아는 사람이 가장 멀리, 그리고 가장 아름답게 도약한다.
《김수현- Dreaming》
[Gemini 활용 이미지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