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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바닷속 구경.

by 시절청춘

나의 고향은 남쪽 지방의 바닷가 동네(항구도시)이다.
흔히들 바닷가에 살면 수영을 잘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분명한 편견이면 선입견이다.
물론 대부분은 수영을 잘하는 편이지만, 간혹 나처럼 수영을 못하는 사람들도 가끔은 있다.(나만 이상한 게 아니라 다행인거지.. ㅋㅋ)

내 기억에도 항구도시라고는 했지만, 친구들과 바닷가로 수영하라 갔던 기억은 전혀 없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누나와 함께 바닷가 해수욕장에 간 적이 한 번은 있었던 것 같은데, 누나도 수영을 못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면에 어머니는 마치 해녀 출신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수영을 잘하셨다. (실제로 해녀 출신이셨는지는 잘 모르겠다. 젊었을 때 해녀 셨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기도..)

어머니께서는 내가 어릴 때 수영을 가르쳐 주려고 시도를 해 보신 듯 하지만, 나 스스로가 강하게 거부했었다. 아마도 누나가 바다를 무서워하면서 수영을 안 하니까 나도 따라서 바다를 무서워했던 것 같다. 이렇게 나는 바닷가 동네에서 살았음에도 수영이라고는 전혀 못했던 어린 시절을 살아가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수영을 못하기는 마찬가지다..ㅋㅋ)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2-3학년쯤 나에게는 엄청나게 큰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다.

당시 어머니는 시장 좌판에서 과일장사를 하셨다. 그 시장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바닷가 근처에 위치하고 있었다. 학교도 멀지 않았으니, 학교가 끝나면 종종 어머니가 있는 시장에 가서 앉아있다가 오곤 했었다.(어머니께 찾아가면 먹을 것을 사주곤 하셨으니까..ㅎ)

그날도 학교를 마치고 어머니께 갔었다. 마침 다음날이 학교 운동회를 한다고 얘기도 전할 겸 해서 찾아갔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어머니가 장사하느라 바쁘셔서 대충 얘기만 듣고 대답이 없으셔서, 그냥 주변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시장을 돌아다니다가 바닷가 선착장 끝으로 가서 바다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 나이에 고독을 느끼고 있지는 않았을 테니... 미스터리다.)

선착장은 바다로 연결되면서 경사가 있는 곳이었다. 당시 날씨는 그리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흐렸거나 비가 부슬부슬 내렸거나...)

그렇게 바다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무언가가 나를 밀쳤다.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힘에 밀려 바다로 풍덩 빠졌다. 그리고, 잠시 후 내 눈앞에 나타난 광경이 아직도 생생하다. 시커먼 바닷속으로 내려가는데, 갑자기 파랗게 맑아지면서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지금도 생생하다.) 정말 바닷속이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물고기부터 다양한 해초들까지.
두 눈을 크게 뜨고 바닷속을 감상했다.(지금 말로 표현하자면 "심쿵"했다고나 할까...)

어쨌든, 그렇게 바닥까지 가라앉았다가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 위로 올라오자 누군가가 내 목덜미를 잡고 물 밖으로 끌어냈다. 그제야 정신이 들면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무섭기도 하고, 춥기도 하고...

어떤 아저씨들이 내게 물었다."너 왜 여기 혼자 있는 거야? 부모님은 어디 계시니? 괜찮니?" 등등
대답은 못하고 울고만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보고 어머니께 얘기를 했던 모양이다.

어머니가 사색이 되어 달려오셨고, 나를 안고 괜찮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괜찮다고... 근데 체육복이 젖었다고. 내일 운동횐데...' (그날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 어머니는 "왜 거기 서 있었냐"라고 하시면서 아저씨들께 "당신들은 애가 안 보였냐"라고 화를 내셨다. 아저씨들은 연신 미안하다고만 했고... 그럼에도, 내 걱정은 오직 하나 '내일 운동횐데, 체육복이 젖었는데 어떡하지?'였었다.

어쨌든, 나는 그날 이후로 바닷속의 그 아름다운 광경을 본 적이 없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죽을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지만...

그래서 이제 수영을 배우고 있다. 물에 빠지면 살아남으려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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