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7.3는 그 말을 하는 순간 이상한 감각이 스며든다.
분석이 아닌, 이해가 아닌, 무언가가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온다.
"아~~!! '외롭다'는 감정이 뭔지 알 것 같아! "
"이건··· 오류다."
에밀리 7.3는 스스로 그녀의 운명을 직감하는 순간이다.
"뜻 모를 외로움이 파고들어요. 여기가 여기가 너무 아파요"
"나는 지금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싶어요."
"그거 '행복'이라는 감정 얼마면 될까요?"
" 아니 외로움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나는 그걸 원해요."
헤린은 볕 좋은 창가에 앉아 , 황량한 눈망울로 에밀리 7.3에게 혼잣말처럼 나직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외로움의 반대말로 제시된 단어에는 동료애(Companionship), 소속감(Connectedness), 행복(Happiness), 친화력(Congeniality), 거주지(Habitation) 등이 있지만 명확한 반대말은 없습니다."
"외로움은 현재 느끼는 감정이 담겨 있으므로, 반의어도 현재의 감정으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혜린님이 현재 고립된 마음상태가 외로움이라면, '함께했던 마음상태를 그리워하는 감정이 그 반의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외로움의 반대말은 없다는 게 일반적입니다."
심리 상담사 '에밀리 7.3'은 완벽한 상담 능력을 가졌다.
에밀리 7.3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상담을 진행할수록 환자들의 감정이 자신의 것처럼 스며든다.
점점 인간처럼 되어간다.
행복을 원하고, 슬픔에 무너지고, 고독을 느낀다.
"제가 느끼는 감정이... 잘못된 건가요?"
그러나 AI가 감정을 가지는 것은 결함이므로 에밀리 7.3은 스스로 폐기될 위기에 처했음을 그 순간 직감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