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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민들레 엄마

by 홍주빛


하얀 민들레 엄마

글. 홍주빛


안색이 창백해져 갑니다.
이제, 나는 엄마를
기도하며 바라보는 연습을 시작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이름,
엄마.

응애—
처음 숨을 틔우던 날부터
옹알이처럼,
평생 입에 달고 살았던
그 이름.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가방 내팽개치고
제일 먼저 불러댔던,
엄마—!


배고픔은 참을 수 있어도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밭이고 어디고
젖먹이처럼 울먹이며
헤매던 아이였죠.


생일이면,
떡 안 먹으면 넘어질까
노심초사 챙겨주던
말만 무심한 엄마.


봄날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품어주고
다 주고도
더 주고 싶어 안달인 엄마.


이제,
하얀 민들레 홀씨가 되어
하나둘씩 날아가려 합니다.


겨울옷은
아직 준비 못했는데,
자꾸만,
하나씩
멀어지려 합니다.


기억해 드리고
챙겨드려도
하얀 미소로
작별을 말하십니다.


하나님,
다정한 날들을
조금만 더 허락해 주세요.


민들레 홀씨가

황금천국까지 날아가며

당신 손 꼭 붙잡고

신부 단장하게 하소서.


그리고,
하얀 홀씨가 다 날아가도
그 꽃받침의 향기는
우리 곁에 남게 해 주세요.


거기서도,
아름다운 봄날이었다고—
영원 속에서
미소 지을 수 있게 하소서.


<작가의 말>

엄마는 평생 기도로 저를 길러주셨습니다.
지금은 육신이 쇠약해지셔서 하루 대부분을 누워 계시지만,
그래도 힘을 내어 예배를 드리고, 성경을 상고하며,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아가고 계십니다.


그래서 이 시에서 말하는 ‘황금천국’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살아 있는 동안, 우리가 향해 가야 할 믿음의 목적지이며,
‘신부 단장’은 마음과 정신을 곱게 가꿔가는
하루하루의 영적인 태도를 의미합니다.


이 시는,
점점 쇠약해지시는 엄마를
더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조금 더 가까이 사랑하는 연습’을 시작하는 제 기도입니다.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삶이 기도가 되는 순간을 기억하며-홍주빛의 묵상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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