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빛
가끔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해
땡볕이 가져간
기억 조각을
허둥대며 찾는 정신머리
불 꺼진 사무실
후덥지근한 침실
황새가 되어
먹잇감 찾듯 종종종
좋았던 구절들은
어디에 숨은 걸까
하늘로 솟았나?
손에서 번쩍
터지던 불빛
상기됐던 깃발 아래
잊혔던 공기와
남겨진 사진 한 장
그 책은
원래 거기 있었던 거야?
몇 시간 후에야 만났지
아~~ 착각이었어!
<작가의 말>
우리는 가끔, 잃어버린 것을 찾느라 엉뚱한 곳을 헤매곤 합니다.
문득 떠오른 기억은 너무 흐릿해서 잡히지 않고,
그 기억을 붙잡는 대신 나 자신을 잠깐 놓치기도 하지요.
이 시는 퇴근 후,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린 책을 찾아
사무실과 침실을 뒤지던 어느 날의 기록입니다.
결국 기억 속 사진 한 장에서
그 책이 도서관 깃발 아래에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그제야 착각이었음을 깨달았지요.
착각은 실수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를 조용한 재회로 이끄는 문이 됩니다.
이 시가 누군가의 잊고 있던 기억을
다정히 흔들어 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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