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 가까이
감정도, 시간도 흐르지 않는 하루.
그 안에서 작은 손짓처럼 떠오른 말 — 안쓰럽다.
그리고, 아주 작게 ‘내일은’이라는 바람.
- 홍주빛
화장대 위 희뿌연 먼지
“화장은 해서 뭐 해”
묻지 않아도 알겠다
말없이 내 쪽을 바라본다
손전화 불빛이 켜졌다
걸 곳 없는 손끝
약속은 말문 앞에서 무너졌다
햇살이 창문을 밀고 들어온다
“일어나.”
말 대신, 눈부심으로
헝클어진 머리
씻지 않은 얼굴
거울 속 그녀가
말없이 나를 바라본다
꿈속인가, 생시인가
그 모습이
조금 안쓰럽다
“안~녕” 하고
손 흔드는 해를 보며
밀린 빨래를 끌어안는다
물소리에
하루를 흘려보낸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빛 가까이
마주 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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