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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낭콩 익어가는 여름

by 홍주빛
ChatGPT Image 2025년 7월 3일 오전 10_20_14.png 강낭콩 익어가는 여름-홍주빛 시

[프롤로그]

봄 가뭄 속, 어렵게 심은 강낭콩이
어느덧 분홍빛 꼬투리를 맺었습니다.


매일 아침저녁, 물 주고 쓰다듬는 손길 속에서
작은 생명은 조용히 자라고 있었지요.


엄마는 말합니다.
“전기세 들더라도, 이렇게 열매를 맺으니 감사하지.”


강낭콩은,
사랑받으며 자란 인생의 맛입니다.


오늘은 그 조용한 자람을 시로 건넵니다.



강낭콩 익어가는 여름

– 홍주빛


봄 가뭄을 견디면서
여름 장맛비를 고대했건만
가랑비에 살짝 목만 축였지.


자라다만 키에도
꽃은 피고
하나 둘 꼬투리가 열렸지.


아침저녁 둘러보는
주인장은 안쓰러워 쓰다듬고,
호스를 들어
시원한 폭포수를 만들어주었지.


마른장마 걷히니
태양빛은 작열하고
초록색 꼬투리가
점점 분홍빛으로 화장하네.


막 퍼낸 포슬한 강낭콩 밥,
호박잎 깔고
밀가루에 강낭콩 섞은 찐빵.

어릴 적 그 맛을 떠올리니
배고픔을 달래주던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이
아직도 가슴에 전해진다.


강낭콩 익어가는 여름,
기다림이 익고,

사랑이 붉게 물든다.


나도 어느새
그 분홍빛을 닮아
한 계절을 통째로 배운다.


#조용한 위로 #감성에세이 #자연을 닮은 시 #엄마의 손길

#여름풍경 #성장의 시간 #일상에서 건져 올린 말들 #마음이 익어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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