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뭄 속, 어렵게 심은 강낭콩이
어느덧 분홍빛 꼬투리를 맺었습니다.
매일 아침저녁, 물 주고 쓰다듬는 손길 속에서
작은 생명은 조용히 자라고 있었지요.
엄마는 말합니다.
“전기세 들더라도, 이렇게 열매를 맺으니 감사하지.”
강낭콩은,
사랑받으며 자란 인생의 맛입니다.
오늘은 그 조용한 자람을 시로 건넵니다.
– 홍주빛
봄 가뭄을 견디면서
여름 장맛비를 고대했건만
가랑비에 살짝 목만 축였지.
자라다만 키에도
꽃은 피고
하나 둘 꼬투리가 열렸지.
아침저녁 둘러보는
주인장은 안쓰러워 쓰다듬고,
호스를 들어
시원한 폭포수를 만들어주었지.
마른장마 걷히니
태양빛은 작열하고
초록색 꼬투리가
점점 분홍빛으로 화장하네.
막 퍼낸 포슬한 강낭콩 밥,
호박잎 깔고
밀가루에 강낭콩 섞은 찐빵.
어릴 적 그 맛을 떠올리니
배고픔을 달래주던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이
아직도 가슴에 전해진다.
강낭콩 익어가는 여름,
기다림이 익고,
사랑이 붉게 물든다.
나도 어느새
그 분홍빛을 닮아
한 계절을 통째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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