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 속의 공주>
-홍주빛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지독한 마녀의 저주였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 그냥 이대로 있을래.”
칠흑 같은 어둠 아래
노란 나비와 나,
설익은 사과 하나가 쿵, 바닥에 떨어진다.
야속하게,
초승달은 뒤도 안 돌아보고 진다.
태양이 창문을 열고 들어오려 한다.
바람은 몇 번이나 노크하지만
나는 대답하지 못한다.
침대만이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태양은 목소리 높여 외치고
바람은 하루 종일 창가를 오간다.
수없는 꿈을 꾸고
알 수 없는 거리에서
비를 맞으며 헤매어도
기다리는 왕자님은 오지 않는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투박한 인사라도 기다린다.
어서, 보름달이 동산에 떠오르길.
그래서 유리관을 열고 일어나
정원에서 춤출 그때가 오기만을…
나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지만, 시는 내 안에서 먼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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