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4일의 기록. 생애 첫 명함에 대한 기억
대학교를 갓 졸업하자마자 취직한 EBS에서 첫 명함을 만들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얼마 전까지 학생이었다가 이제는 사회의 한 일원이 되어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증표처럼 느껴지기도 했죠. 사실 업무 특성상 외근이 그리 잦지 않아서 명함을 쓸 일은 그다지 많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굳이 만들 필요는 없다고 했었죠. 그래도 저는 만들고 싶었어요. 명함이 있어야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도 저 자신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업무를 진행하던 중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인사와 함께 명함을 서로 주고받습니다. 일종의 자기소개인 것이죠. 그러기 때문에 더욱더 저만의 명함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한 직장에서 평생을 근무하지 않는 이상, 명함은 시한부입니다. 이직하게 되면 명함은 자신의 역할을 잃어버리거든요. 마침 저의 명함도 목숨이 석 달이 채 남지 않은 시한부이네요. 현 직장에서의 계약이 끝나고 나면 지금의 명함은 역할을 잃어버리게 되겠죠. 그저 추억으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훗날 프리랜서로서 일을 자유롭게 해나가고 싶은 저로서는 기존의 명함은 저의 경력을 증명하는 추억으로 남겨두고, 저를 나타낼 수 있는 새로운 명함 디자인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명함을 만들곤 합니다. 직업적 특성을 나타낼 수 있는 디자인으로 말이죠.
퇴사 후의 직업은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명함은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누구에게는 일을 안 하는 백수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일을 잠시 쉬고 있는 프리랜서로 보일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