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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글. 아군

2025년 1월 5일의 기록. 아군을 만들기 대신 선택한 것

by 글쓰는 수학쟁이

어릴 적부터 머릿속에 새겨두었던 좌우명이 있습니다. 바로 ' 적을 만들지 말자 '입니다. 저의 좌우명을 들은 사람들은 종종 ' 주변 사람들을 아군으로 만들자 '라고 착각하곤 했죠.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른 말입니다. 누군가를 저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행위는 상당히 난도가 높은 일이죠. 그래서 저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기보단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즉, 저에게 적대감을 느끼는 사람을 줄이기로 한 것이죠. 적군을 만들지 말자는 겁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된 계기는 딱히 없습니다. 다만, 한 번 아군이었던 사람이 평생 아군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아군에서 등을 돌리면 그 누구보다 저를 잘 아는 적군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굳이 아군을 만들기 위해서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자연스레 생각해 나간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약간의 어색함을 동반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짜 이 사람이 싫어서 생기는 적대감이 아니라 상대를 탐색하기 위한 적대감이랄까요? 정도가 약하기에 잠깐의 대화만으로도 마음을 돌리기 아주 쉽습니다. 그럼 이때는 아군도, 적군도 아닌, 그냥 저와 대화를 하는 어떤 이일뿐입니다. 이때, 이 사람을 굳이 아군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군을 만들기 위해선 이 사람이 나의 아군이 되기 위한 목적이 필요하게 됩니다. 즉, 인간관계를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죠. 이를 진정한 유대감 형성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일단 전 아니라고 봅니다. 즉, 적군만 되지 않는다면 이 사람과는 어떠한 목적의식 없이 관계를 쭉 이어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아군도, 적군도 만들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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