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형이 있었어?
용은 결혼 이후 꽤 오랫동안 "왜 나는 문제아가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해왔다.
그 답을 알게 된 것은 그의 나이 30대 후반,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였다.
그날, 용은 어머니를 떠나보내며 많은 생각이 들었고, 그중 하나가 부모님의 양육 방식이었다.
왜 부모님은 용이 어릴 때 잘못을 저지르거나 규칙을 어겼을 때도 그를 혼내지 않고 뒷수습만 하셨을까?
우연히, 장례식장에서 친척 누나가 불쑥 내뱉은 말이 용의 마음을 열어줬다.
친척 누나: "너희 형 이야기 알고 있지? 그때 가족들이 많이 힘들어했었는데…"
용: "형? 어떤 형을 말하는 거지? 왜 그 얘기를 갑자기…"
누나는 당황한 모습이었다.
친척 누나: "네가 태어났을 때, 그전엔 아무것도 몰랐던 부모님도 정말 많이 변했어. 널 더욱 애지중지 키우게 되셨지."
그 말에 용은 멍해졌다. 그는 부모님이 자신을 훈육하지 못한 이유가 단순히 자신이 고집이 세고 얌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는 부모님에게는 자신보다 먼저 태어난 형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형은 생후 외갓집에서 전기감전으로 10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고, 그 후 용이 태어난 것이다.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용은 부모님이 자신을 사랑해서 더 이상 혼내지 않는다고만 믿고 있었다.
용이 자라온 집안은 언제나 그를 보호하는 분위기였다.
넘어져도, 장난을 쳐도, 사고를 쳐도 혼나는 일이 없었다. 부모님은 용이 실수를 할 때마다,
그를 꾸짖기보다는 되려 남을 욕하고 그를 걱정하고 감싸주셨다.
그럼에도 용은 왜 부모님이 자신을 바로잡지 않으셨을까 하고 의문을 품었지만, 그때까지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야 알게 되었다. 부모님은 용이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그들의 마음속에선 형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용을 혼내는 대신 보호하려 했던 이유는, 그들의 상처를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상처는 용이 태어났을 때도 여전히 아물지 않은 채,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용은 ‘훈육’보다는 ‘보호’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그는 절제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아이로 자랐다.
요즘 TV에 나오는 금쪽이들의 집합체였다.
부모님은 용을 잘 키우려 했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려는 마음이 먼저였고, 그를 혼내는 것이 그 상처를 더 깊게 할까 걱정하셨던 것이다.
이제는 용이 세 아이의 부모가 되어서야 그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 늦둥이를 키우며 안 해봤던 휴직까지 해가며 애지중지해보니 더욱 그렇다. 자식은 부모가 키워야 하는 게 맞다. 용이는 너무 여러 사람의 손에 맡겨진 것도 문제아가 된 큰 원인이었다.
부모님이 용을 보호하려 했던 그 마음, 그들이 용에게 해주고 싶었던 사랑의 방식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건 빨간색 하트가 아니라며 방임이고 방치였다.
학교 개학시즌이다.
반마다 배정표를 보면 특이사항에 눈길이 가는 아이들이 있다.
'과잉행동, 폭력적, 행동이 느림' 등등..
그런 아이들 만날 때마다 과거의 내가 생각나기도 한다.
지금은 체벌을 할 수도 없는 시대라 그 아이들의 마음으로 들어가려 부단히 노력한다.
내 인중에 참을 인자를 다섯 번씩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