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엄청난 비가 내렸어요.
몇 날, 몇 달, 몇 년을 쉬지 않고 내렸어요.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는지 길이 강이 되고 집이 잠기더니 커다란 나무마저 잠기기 시작했어요.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물은 점점 높아만 갔어요.
세상의 모든 것들은 가진 것을 다 포기하고 물을 피해 산으로 향했어요.
“이렇게 많은 비는 생전 처음이야.”
“세상이 온통 물바다네.”
“꼼짝없이 죽게 생겼어.”
“살아 남으려면 제일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앞다투어 산으로 올라갔어요.
노아의 홍수 때도 이처럼 많은 비가 내렸을까요?
쉬지 않고 비가 내리자 모든 것이 물에 잠기고 오로지 제일 높은 산봉우리만 남게 되었어요.
세상의 모든 것들은 낑낑대며 힘겹게 산봉우리로 올라갔어요.
그때 갑자기 누군가 큰 소리로 말했어요.
“저기 봐. 빛이다.”
“정말이네. 빛이야. 저거, 말로만 듣던 천국의 문 아니야?”
“와 정말. 맞아, 천국의 문이야.”
참으로 다행이에요! 구름자락 위로 삐죽이 솟아있는 산봉우리 끝에 천국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어요.
모두는 손뼉을 치며 좋아했어요.
"야! 이제 살았다."
그곳에서는 강한 빛이 흘러나와 감히 쳐다볼 수가 없었어요.
“눈을 뜰 수 없네. 천국의 문을 제대로 볼 수가 없어.”
“아무튼 저 안으로 들어가면 우린 살 수 있어.”
“어서어서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자.”
세상의 모든 것들은 마지막 힘을 내어 천국의 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어요.
달리기는 역시 치타가 제일이에요.
빠르긴 진짜 빠르네요.
치타가 제일 먼저 문 안으로 들어갔고, 자동차도 이에 질세라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 안으로 들어갔어요.
자동차 뒤꽁무니에서 뽀얀 연기가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어요.
빠르긴 타조도 만만치 않아요.
달리는 모습이 뒤뚱거리긴 하지만 얼마나 빠른데요.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타조는 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어요.
참 큰일이네요.
“하나님... 왜요? 왜죠?”
울상이 된 타조가 목을 길게 빼며 두 발을 동동 굴렀어요.
타조보다 약간 뒤처졌던 사자와 얼룩말, 호랑이와 코뿔소도 서둘러 문 안으로 사라졌어요.
비는 쉬지 않고 내렸고 물은 더욱 불었어요.
토끼와 생쥐와 자전거도 가쁜 숨을 내쉬며 산봉우리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그들 중 자전거는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어요.
하나님이 막았거든요.
갑자기 멈추게 된 자전거는 따르릉따르릉 소리를 내며 그대로 넘어졌어요.
자전거는 주르륵 미끄러지며 물속에 잠기기 시작했어요.
“힘내. 다 왔잖아!”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전거를 바라보았어요.
자전거는 일어나려고 발버둥 치며 말했어요.
“따르릉따르릉... 우린 왜 못 들어가는 거예요?”
그러자 타조가 말했어요.
“실은 나도 일찍 도착했지만 들어가지 못하게 해서 이렇게 서 있는 거야.”
“따르릉따르릉, 왜? 다들 들어가잖아. 왜 우리만 안 되는 거지?”
물속에서 손잡이만 삐져나온 자전거가 숨을 몰아쉬며 물었어요.
“나도 몰라. 아무도 몰라. 하나님만 아실 거야. 나도 그게 너무 궁금해. 난 잘못한 게 하나도 없거든.”
자전거는 무슨 말인가 하려고 하였지만 그만 물속으로 사라져 버렸어요.
계속해서 책상이며 의자며 많은 것들이 천국의 문 안으로 들어갔어요.
이번에는 사람이 헐떡거리며 도착했어요.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문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어요.
“어휴 늦었네. 큰일 날 뻔했네.”
사람이 문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하나님이 막았어요.
“넌 안 돼!”
사람은 깜짝 놀라 항의했어요.
“왜요? 왜 못 들어가게 해요? 난 잘못한 게 없는데.”
옆에서 타조도 거들었어요.
“나도요,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요.”
“저 책상이나 걸상보다 더 일찍 도착했는데요.”
그러나 하나님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어요.
거북이가 도착할 즈음 물은 점점 불어 이제 더 이상 발 디딜 틈이 없었어요.
거북이는 타조와 사람을 바라보며 느릿느릿 문 안으로 들어갔어요.
“왜, 무엇 때문에 우린 못 들어갈까?”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타조는 한숨을 쉬며 물속으로 사라졌어요.
이제 사람만 남았어요.
사람은 끈질기게 하나님을 물고 늘어졌어요.
“하나님! 제발. 문 안으로 들어가게 해 주세요.”
“하나님! 제발. 허락만 해주신다면 무슨 일이든 다 할게요.”
“하나님! 제발.”
사람이 하나님 다리를 붙잡고 매달리자, 하나님은 너무 귀찮은 나머지 사람 귀에 대고 속삭였어요.
“아! 그럼 안 되겠구나.”
하나님의 말을 들은 사람은 너무 낙심하여 물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어요.
그런데 순간,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사람이 갑자기 손뼉을 치며 얼굴이 환해졌어요.
천국 문이 막 닫히려는 순간 사람은 얼른 뒤늦게 달려온 다른 사람의 팔짱을 끼고 천국의 문으로 향했어요.
다행히 이번에는 두 사람이 천국의 문을 통과할 수 있었어요.
과연 하나님은 귓속말로 뭐라고 했을까요?
정말 궁금하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말은 다음과 같답니다.
“다리가 두 개인 것은 천국에 들어올 수 없다. 불안하거든. 쉽게 넘어지잖아.”
그때부터 사람들은 짝을 만나면 다리가 네 개가 되고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데요.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