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가 앉은 자리
더럽고 냄새나는 자리
거지를 본 사람은 아무도 그 자리를 탐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이 스쳐 갔을 자리
거지가 앉았다는 이유로
아무도 넘보지 않는 자리가 된다
거지가 앉았던 자리
거지를 보지 못한 사람은
그 자리가 더럽지도 냄새나지도 않는다
그저 빈자리일 뿐
앞다투어 그 자리에 앉아
눈을 굴리며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그 자리를 보며
내 자리를 생각한다
지금 이 자리
누군가 앉았을 자리
그 누군가는 누구였을까?
<곰팡이 빵(정인어린이 7)> 출간작가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꽃밭 가꾸듯 글을 씁니다. 재미있는 글,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