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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아아 정신과 -  음, 음 - 정신과

정신과에서 말하는 나는

by X isthenameof Mar 23. 2025

지지난주에 처음으로 정신과를 가봤다.


철학 강의 수강을 마무리하며 선생님께 마지막으로 드린 질문에 선생님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 문제는 약을 먹어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갔다. 선생님의 답에 내가 심리적으로 업다운이 있다는 게 그냥 내 성격의 일부분이라 생각해 왔고, 또한 이것을 약을 먹어 고침으로써 더 효율적인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을 못해봤다는 걸 알았다. 나름의 충격이었다. 내가 더 나아지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했었다. 네가 나아져야지, 너의 의지력의 문제야, 하는 말들을 내가 이 정도로 내면화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동시에 나는 조금 마음이 편해졌었다.


그렇게 겨우 처음 간 정신과에서 - 정신과 예약 잡기도 얼마나 어려운지 - 의사는 내가 PMS와 업다운, 그에 따른 식이장애의 문제로 왔지만 그것보다 통제적인 가정환경에 기인한 문제나 아직도 그 통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부분이 큰 것 같으니 성격을 좀 더 알아갈 수 있도록 검사를 해보자 했다.


의사가 '벗어나다'라는 표현을 쓴 것에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원하는 바에 대해 말할 나는 항상 내가 자유를 원하고, 그것은 내게 벗어난 상태를 의미한다고 줄곧 얘기해 왔다. 그것이 나의 성장환경이나 트라우마와 연관점이 있으리라고 나는 또한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그렇게 얼마간 이성적이라고 믿고 있었다.


검사 과정은 지난했다. 검사 또 검사, 그리고 여러 문항들을 거쳐 2시간 만에 나는 병원을 나설 수 있었다. 그냥 증상 얘기하고 약을 타 나올 것을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그리고 저번 주, 다시 마주한 의사는 내게 심각하다는 말을 꺼냈다.

검사 결과로 보아 식이장애도 심각하고, 업다운도 거의 양극성 성격장애에 가까울 정도라고 약 용량을 늘려야 할 것 같다는 말을 그는 했다.


그런 의사에게 나는 의식적으로 느끼던 것보다 훨씬 완벽해 보이고 싶어 하는 욕구나 강박 또한 강한 것 같다고 검사를 하며 느꼈다고 또한 말해봤다. 완벽하지 못한 것이 두려워 일을 시작을 못한다고.

그런 내게 의사는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지 완벽한지, 그 여러 기준 중에서 하나를 충족하지 못하면 완벽하지 못한 건지, 완벽의 기준이 타인에게 있다면 타인이 어떤 반응을 보여야 완벽한 건지 등 생각해 보라 조언했다. 생각해 보고 다시 그 부분에 관해 얘기해보자고 한다. 그리고 병원에 올 때 이런 얘기들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못하는 어떤 얘기도 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런 따뜻한지 차가운지 모를 의사에게 나는 내 말을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혼란을 느낀다. 상담을 받을 때는 상담사의 한 시간을 얼마간의 돈을 내고 산다는 개념이 있기에 한 시간 동안 내가 얼마나 주저리주저리 떠들든 그 양에 대해 압박감을 갖지는 않는데, 당신 다음 환자가 내가 나간 후 바로 당신을 보러 기다리고 있는 이 상황에서 내가 얼마 큼의 말을 해야 적당할지 나는 모르겠다고.


병원을 나오며 나는 뜻하지 않게 아주 슬퍼졌다.


내가 나름 긍정적으로 느꼈던 나의 조각들이 사실은 나의 병이라면.


내가 귀엽게 이름 붙이던 것들에 세상이 붙이는 이름은 꽤나 심각하고 무섭구나.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더 건강해지려고 병원에 갔다만, 병원을 거쳐 더 우울해지다니 웃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계속 이 사실에 슬플 것인지 아니면 그저 마주하는 과정 속에 지나가는 한 장일지 또한,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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