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귀신
필자는 무속인이나, 귀신을 보는 사람이 아닙니다. 또한 어릴 때 무서운 이야기에 관심이 있었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관심도 없고, 무서운 영화는 일절 보지 않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작년 여름,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위해 제주도로 내려갔다.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곳에서 머물며 다이빙 경험을 쌓기 위해 며칠 동안 스쿠버 다이빙을 진행하였다.
필자는 제주도를 몇 번 가봤지만, 갈 때마다 비가 왔고 만족스럽지 못한 경험을 하였다.
그때부터 뭔가 제주도는 나에게 맞지 않는 지역인가 싶은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는 제주도에서 신나는 경험, 추억을 쌓고 오는 반면 필자는 늘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계획 때문에 제주도를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놀 목적은 아니었고, 다이빙의 경험 횟수를 늘리고자 한 계획이었다. 혼자 방문하는 것이고 개인적 일 일도 있고 해서 여유로운 느낌으로 하는 것은 아니었다. 계획은 제주도에 20일 정도 머물며 다이빙 최대한 많이 채우는 것이고, 정해진 예산으로 다이빙만 해야 하는 것이었다.
제주도로 출발하는 날이 왔고, 비행기를 타고 버스를 여러 번 환승하여 숙소에 도착하였고, 밤 11시쯤 도착하여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필자는 낯선 곳에서 편히 잠들지 못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쉽게 잠드는 편도 아니어서 눈을 감고 잠이 오길 기다렸다.
그때 순간적으로 어떤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이건 내가 떠올린 게 아님이 분명했다. 나는 평소에 이런 사람들을 본 적도 없고, 이런 이미지를 떠올릴 일도 없다. 그냥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처럼 떠올랐다. 망상이라 한다면 할 말 없다. 하지만 정말 설명만으로 이해시킬 수 없는 부분이다.
세 명의 여자
세 명의 여자 이미지가 순간적으로 보였다. 이게 눈으로 보는 시각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머리로? 생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이다.
첫 번째 여자는 센과 치히로의 하쿠를 닮은 여자아이였다. 표정은 무표정이었고, 머리는 새까맸다.
흠.. 쉽게 설명하자면 센과 치히로의 하쿠와 일본에 무서운 만화를 그리는 이토 준지에 토미에라는 여자아이 캐릭터를 합친 느낌이었다. 필자는 센과 치히로를 좋아하긴 하지만 엄청난 팬은 아니어서 매번 떠올린 적은 없었고, 이토 준지 만화 또한 정식으로 본 적이 없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만화로만 본 기억이 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정면을 주시하며 화가 난 듯 눈을 치켜뜨며 노려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를 노려본다기보단 이미지가 보였다. 뭔가 신? 같은 느낌이었다. 머리는 새까맣고, 하쿠와 같은 머리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눈매는 토미에라는 캐릭터와 유사했다. 근데 전체적으로 하쿠라는 캐릭터와 80% 일치했다. 느낌이 조금 더 토미에처럼 날카로웠다.
예전에 제주도를 지키는 "제주 할망"에 대한 전설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 이미지를 떠올리고 잠시 생각한 것은 '제주 할망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망이라는 뜻이 '여신'이라는 의미라고 하니 이미지와 연관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번째 여자는 굉장히 기괴했다. 무서웠다. 자기 직전인데 무서운 느낌이 드는 이미지가 떠오르니 잠들기가 두려웠다. 여자의 생김새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유럽 중세시대에 레이스 달린 검은 원피스를 입은 동양인 여자가 아래와 같은 자세로 웃고 있었다. 원피스는 사진과 비슷하지만 좀 더 짧았다. 그리고 포즈는 아래에 포즈를 하고 있었고, 장소는 가로수길이 빽빽한 도로 한가운데 있었다.
소름이 돋았던 부분은 이미지에서 봤던 배경이 제주도 여기저기 도로와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살면서 제주도를 3번 가보고 모든 여행을 뚜벅이로 다녔기 때문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과 도로의 생김새를 알 수 없다. 저녁에 떠올랐던 이미지와 똑같은 배경이 제주도 여기저기 도로에 있으니 너무 소름이 돋았다.
도로의 모양은 정확히 이렇게 생기지 않았지만, 사진의 도로보다 좀 더 좁고, 가로수가 빽빽해서 주변이 보이지 않았고, 여자가 보이는 뒤로는 오르막길이 길게 펼쳐져 있었다. 그 여자는 도로의 딱 중간에 서서 기괴하게 웃으며 몸은 왼쪽을 가리키고 있었고, 얼굴만 정면을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제주도에 이런 옷을 입을 사람이 있나?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어서 소름이 끼쳤고, 또한 들었던 생각은 여자가 증오에 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악귀? 그런 느낌이었다. 첫 번째 여자는 얼굴만 보였지만, 두 번째 여자는 몸과, 배경이 다 보였다.
3번째 여자는 사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근데 내가 왜 여자 3명을 봤다고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무서운 이미지가 떠오른 날은 제주도에서의 첫 번째 밤이었는데, 두 번째 밤은 그럭저럭 잘 지나갔다.
세 번째 밤이 되었을 땐 좀 더 무서웠다. 내가 묵은 숙소는 사장님 한분 밖에 없으신 걸로 알고 있다. 근데 새벽에 지붕에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여자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 부분은 사실 영적인 존재인지 아니면 사람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옆집에 있는 분이 몰래 왔다 갔다 하셨을 수 있고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확실히 두려웠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새벽은 또 중간에 깼는데 “윙윙” 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머리도 어지러웠다. 다음날 아침에 귀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염증이 생겨 물안에 들어가지 못해 돌아가야 한다고 느꼈다. 그러고 계획했던 20일을 채우지 못하고, 3일 만에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제주도에서 보낸 시간은 너무 무서워서 도망가고 싶다기 보단 소름이 돋았지만 일상생활에 문제는 없었다.
한라산은 너무 아름다웠고, 제주도의 고요함의 매력에 빠졌다. 하지만 고요하기도 하고, 가끔은 한산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아쉬웠지만, 낯선 곳에 적응하는 것이 힘든 나에게는 "아 이제 집에 간다."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제주 할망이라는 존재가 외지인인 나를 거부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거나 말거나, 만약 이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경험을 서로 공유하고 싶다.
__매너티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