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화목은 엄마로부터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들었을 때 여성으로서 불쾌해지는 이 문장.
남자가 하늘이라는 것이 마치 여자를 아래로 내려다보는 느낌이 든다.
과거 여자들의 신분은 노비와 비슷한 대우를 받았기 때문에 분명 여자를 얕잡아 보는 말일 것이라 단정 지었다.
고리타분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여자가 행복해야 가정이 화목하다는 말
엄마가 나를 키워내기 시작한 시점의 나이가 되어보니 처절하게 깨닫는다.
이 말은 남자가 높은 위치에서 여자를 내려다보는 운명이라는 것을 알려주기보단
자연의 이치를 알려주는 것처럼 들린다.
나의 부모를 보니 말이다..
구름 없이 맑은 날, 적절한 타이밍에 내리는 비도 바람도 이 땅에 만물을 키워낸다.
부동의 땅은 기온, 바람, 그리고 낮에 오른 기온을 식혀주는 밤과 같이 하늘이 제공하는 조건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을 조건 없이 키워낸다.
땅은 생명을 품고 있는 것이 여자와 흡사하고,
그런 땅에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 여자를 지원하는 남자와 흡사했다.
엄마는 불안한 하늘과 땅에서 자란 나무였다.
이 나무는 누군가를 품고 누군가의 아래에 있는 땅이 되어 자신의 품에서 나를 키워냈다.
하늘은 항상 먹구름이 껴있었고 천둥 번개가 쳤다.
어떨 때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렸다가 어떤 때는 한동안 맑은 하늘을 유지했다.
구름이 개어 해 뜨는 날은 행복했지만 땅과 그 안에 자라나는 식물들은 두려웠다.
언제 올지 모르는 비가, 바람이, 내려치는 천둥번개가
나는 한 나무가 되었다. 이 나무는 다른 나무들과 함께 사회라는 숲을 구성했다.
그러나 불안한 토양에서 자란 이 나무는 가지가 이상하게 뻗는다.
가지와 뿌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뻗어 다른 나무들을 불편하게 한다.
이 나무는 어느 숲이든 어느 하늘아래에서든 불안했다.
아빠도 그런 땅에서 자란 나무 한그루였다. 연약하고 한없이 초라한 나무 한그루 말이다.
성인이 되어 누군가의 하늘이 되었을 땐 자신의 두 번째 존재를 불안정한 땅으로부터 키워냈다.
불안정한 하늘 또한 약한 나무였다.
늘 피해자만 있을 뿐이다.
__매너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