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딜레마에 빠진 동시합격
산후조리 기간 중 진행한 세 곳의 면접.
그중 두 곳에서 최종 합격 소식을 받았다.
지독히도 막혔던 취업시장에서, 처음으로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 곳에서 먼저 합격 연락을 받았고, 일주일쯤 뒤 다른 곳에서 또 하나의 합격 소식이 전해졌다. (먼저 연락 온 곳은 A사, 나중에 연락 온 곳은 B사라고 표현하겠다.)
그런데 타이밍이 애매했다.
먼저 A사는 연봉 조건도 나쁘지 않았고, 채용 절차도 꽤 신중하게 진행되었다.
레퍼런스 체크도 동의서를 받은 후 정식으로 진행했을 정도다.
전화로 먼저 합격 통보와 연봉 조건을 제시받았고 수락했다.
그 후 오피셜 레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B사에서 공식적인 오퍼가 도착했다.
하지만 연봉 차이가 1000만 원이나 났다.
그간 구직 활동을 하며 2000만 원 이상 깎이는 황당한 제안도 받았던 터라,
나는 마음속으로 ‘최소한 이 금액 이상은 되어야 수락하겠다’는 기준을 세워두고 있었다.
B사의 조건은 그 기준선에 딱 걸치는 수준이었다.
나는 당연히 A사로 가고 싶었다.
조건이 더 좋았고, 신중하게 절차를 밟는 점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오피셜 레터가 없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마음속으로 정해도, 서류가 없으면 확정은 불가능했다.
그 사이 B사로 보내야 할 회신 기한이 다가오고 있었다.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혹시 최종 합격까지 받고도 탈락되는, 정말 드문 경우가 나에게 벌어지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결국, A사에 정중한 메일을 보냈다.
현재 중복 합격된 상태이며, 오피셜 레터를 받지 못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니 가능한 빠른 회신을 부탁드린다는 내용이었다.
다행히도, 그 메일을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오피셜 레터를 수령했고,
나는 마음에 두고 있던 첫 번째 회사로 입사를 확정 지을 수 있었다.
실제 시간으로는 일주일 남짓이었지만, 정신적으로는 한 달쯤은 된 것처럼 느껴질 만큼 피 말리는 시간이었고, 그동안 쌓인 감정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이직을 준비 중이신 분들 중에서도 저울질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분들이 계실 것이다.
그럴 땐 조급한 마음보다, 스스로 정해놓은 기준과 상황을 잘 비교해 가며 판단하시길 바란다.
결정은 언제나 스스로의 몫이지만, 때로는 ‘기다림’이라는 감정싸움이 가장 힘들다는 걸, 이번 경험을 통해 깊이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