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5년 직장생활로 얻은 1가지 진리

14화. 스톡옵션의 기대와 허상

by 무빵파파

운이 좋게도, 타이밍이 맞게도, 합격 소식이 겹쳐 온 순간이 있었다.
두 곳의 회사로부터 합격을 받았고, 나는 그중 한 곳을 선택했다.

지금의 회사다.


하지만, 다른 한 곳 역시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 곳이었다.

그곳은 스타트업이었다.


직접 부사장님께서 연락을 주셨고,
“당신이 꼭 필요하다”는 말을 해주셨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인정해 주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진다.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 필요로 여겨진다는 마음은
생각보다 큰 에너지를 준다.


프로야구 FA 시장에서도 ‘진정성’을 자주 이야기한다.
결국 그 진정성이라는 것도
자신의 가치를 얼마나 인정해 주는가에 대한 문제고,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결국 돈이다.


그렇다.
결국, 돈이 핵심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대부분 돈이 없다.
그래서 제시하는 것이 스톡옵션이다.


나는 지금껏 스톡옵션을 받아본 적이 없다.
인터넷에는 스톡옵션으로 대박 났다는 ‘카더라’가 넘쳐나지만,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쉽게 믿지 않는다.


99%는 과장이고,
허세 거나, 실현되지 못한 기대일 수 있다.


다만, 한 번은 실제로 스톡옵션으로 큰돈을 번 사람을 본 적 있다.
그건 대기업 계열사의 이야기였다.


스타트업의 스톡옵션과는 무게가 다르다.

그래도 나는 그 회사와의 연봉 협상에서
“스톡옵션으로 조정이 가능하다면 괜찮다”라고 말했다.
연봉 자체는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며칠 뒤 받은 제안서.
스톡옵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전화를 걸었다.
“전화로 말씀 주셨던 스톡옵션 내용이 누락되어 있는데,
정리해서 다시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조금 뒤 도착한 메일.
추가된 내용은 단 한 줄이었다.


+스톡옵션


… 그게 전부였다.

나는 그 순간, 마음을 정리했다.


이런 ‘옵션’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스톡옵션을 0주 줘도
기술적으로는 ‘거짓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서로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고,
사인도 없으며, 내 손에 들려 있지도 않은 것.


그건 절대로 내 것이 아니다.

이것이 내가 15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얻은 하나의 진리다.


스톡옵션이란 건,
휴지조각이 될 수도, 로또복권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내 손에 쥐어야 긁어볼 기회라도 생긴다.


pexels-artempodrez-5716032.jpg


keyword
이전 13화동시합격은 좋지만 이건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