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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복덩이일지도 몰라

12화. 옛말은 틀린 것이 없다

by 무빵파파

반복되는 면접과 불합격 통보에 지쳐가던 어느 날,
드디어 아이의 출산이 임박했다.


백수지만, 아이는 그런 사정을 알 리 없다.
오히려 이제는 내가 책임져야 할 가족이 하나 더 늘어났다.


밀려오는 부담감에 밤잠을 설쳤지만,
다가오는 시간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리고 사실,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걱정을 안 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우선 아이의 출산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행히도, 아이는 아무 문제 없이 건강하게 우리 부부 곁으로 와주었다.


나의 사정을 잘 알던 지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나도 아기 태어나고 일이 잘 풀렸어. 아마 복덩이가 될 거야.”

“괜히 아기가 복덩이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야.”


나는 사실 이런 속설을 잘 믿지 않는 편이다.


예를 들어 ‘비 오는 날 이사하면 잘 산다’는 이야기 같은 것들 말이다.


왜 그런 말이 나왔을까 생각해보면,
비 오는 날은 이사하기에 아주 불편한 날이다.


짐이 젖을 수도 있고, 전자제품은 고장날 수도 있다.
그렇게 힘들게 이사를 했기에,
누군가가 “비 오는 날 이사하면 잘 산다더라”는 말을 해주며 위로해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 그 말이 퍼지고, 마치 믿음처럼 자리 잡은 건 아닐까?


나는 이과생이다.
데이터 없이 믿지 않는 성격이다.


비 오는 날 이사한 사람들의 몇 퍼센트가 잘 살게 되었는지 그런 연구 결과는 본 적이 없다.


아기의 ‘복덩이 설’도 마찬가지다.
세상 모든 아기가 모두에게 복을 가져다줄 리 없고,
그걸 입증한 논문도 당연히 없다.


그런데… 나는 이번만큼은 믿어보기로 했다.


아기가 태어난 지 일주일쯤 지났을까.
놀랍게도 세 군데 회사에서 연달아 서류 합격 소식이 전해졌다.


그전에는 한두 군데, 띄엄띄엄 연락이 오던 게 전부였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온 건 처음이었다.


면접 일정도 참 절묘했다.


아내와 아기가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그리고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집에서 육아를 도와주시던 바로 그 시기.


나는 그 틈을 타 모든 면접을 소화할 수 있었다.


타이밍이 좋았다.
느낌도 좋았다.


결과적으로 세 군데 중 두 곳에 최종 합격했고,
지금 나는 다시 직장인이다.


그러나 한 곳을 선택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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