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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불합격된다고?

11화. 대단한 친구라서

by 무빵파파

최근의 경제 상황과 구직 시장은 정말 쉽지 않다.

이직을 준비하며 수많은 일을 겪게 된다.


구직 초기, 나는 최대한 ‘탄탄한 기업’에만 이력서를 넣었다.
영업이익까지는 바라지 않았지만, 최소한 망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는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늘 계획과 다르게 흘러간다.


지금의 취업 시장은 명백히 회사가 ‘갑’인 구조다.
연봉이 높고 나이가 많은 지원자는 불리한 위치에 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처럼, 내가 원하는 회사는 남들도 원한다.
결국 을들끼리 경쟁하게 되고, 선택의 기준은 99% ‘돈’이다.


그럼에도 나는 바늘구멍을 뚫듯 포기하지 않고 계속 지원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탈락 앞에, 나는 점점 눈높이를 낮췄다.
이제는 벤처기업, 중소기업도 가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지원하게 된 한 스타트업.
이 회사의 창업자는 이미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코스닥에 상장시킨 이력이 있었다.
이번에도 꽤 많은 투자금을 확보했고, 활발히 인력을 채용 중이었다.


지원서를 냈고, 면접 일정은 빠르게 잡혔다.
면접 분위기는 정말 화기애애했다.
면접관들도 유쾌했고, 이야기의 흐름도 좋았다.
면접만 놓고 본다면 떨어지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면접을 마치고 돌아가려던 그때,
면접관 중 가장 높아 보였던 분이 나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나도 당신이 다녔던 전 회사 출신이야.”


알고 보니, 그는 내가 면접을 보기 전부터 이미 전 직장의 상사와 동료들에게 평판 조회를 마친 상태였다.


지원자의 동의 없는 평판 조회는 불법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법이고 뭐고 중요하지 않다.
전화 몇 통이면 누구든 연결되는 이 좁은 업계에서 법적 권리는 사실상 허상에 가깝다.

하물며, 내 퇴직조차 근로기준법이 지켜주지 못했는데 말이다.
평판조회에 대한 나의 권리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나에 대한 평판은 매우 좋았다고 한다.
나도 직장생활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좋은 소식을 기대하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고, 나는 진심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며칠 후 도착한 메일은, 불합격 통보였다.


솔직히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떨어졌는지 묻고 싶었지만, 묻는다고 대답해줄 리 없다.

결국 속상한 마음은 혼자 삭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나에 대한 평판조회 전화를 받았던 상사분과 통화를 하게 됐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너무 대단한 친구여서 못 뽑았대.”


그 말을 듣는 순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
정말 ‘대단해서’였을까? 아니면 역시나 ‘연봉’이 문제였을까?


아무리 평판이 좋아도, 시장경제에서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결국 돈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업계가 좁다는 것.
그래서 나쁜 짓을 하면 안 된다.


결국 누군가는 알고 있고, 누군가는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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