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완결]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백수 기간을 보낸 뒤, 나는 마침내 40대의 나이에 재취업에 성공했다.
40대의 재취업은 20대의 취업과는 많은 점에서 달랐다.
직장생활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던 시절과 지금의 나는, 감정도 현실도 그리고 처한 상황도 크게 달라졌다.
하지만 재취업이 되었다고 해서 마음 놓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나는 이제 분명히 깨달았다.
회사는 나의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의 직장이 언제 나를 내칠지 모른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나 역시 언젠가 지금의 회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직할 수도 있다.
다만, 내가 주도적으로 이직하지 못한다면, 이번에 겪었던 그 어려움을 다시 겪게 될 것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 나는 과연 ‘나만의 업’을 찾을 수 있을까?
이건 앞으로도 지속해서 고민해야 할 문제이고, 어쩌면 죽을 때까지도 그러할지 모른다.
그 전에, 아직 한 가지 불안요소가 남아 있다.
나는 수습사원이라는 사실이다.
근로계약서에는 수습 기간 3개월 동안 회사가 언제든지 나를 해고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조항 하나에 크게 흔들릴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회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직원을 내보낼 수 있다.
그게 합법이든 불법이든, 현실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불법이면 소송해서 복직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소송을 통해 계속 다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선택이 과연 내 경력에 도움이 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공정하지 않다.
경영진들 사이에도 네트워크가 존재하고, 나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퍼진다면
향후 이직 활동에 분명히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회사가 나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낸다면, 조용히 떠나는 것이 맞다.
다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한 가지가 있다.
이건 내가 신입사원 시절부터 늘 들어왔던 말이기도 하다.
“회사가 너를 필요로 할 때는 최선을 다해라.
하지만 회사가 더 이상 너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는,
쿨하게 떠날 수 있도록 너 자신의 역량을 키워둬라.”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께 꼭 전하고 싶은 마지막 메시지다.
그 동안 관심 가져주시고, 지금까지 연재글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