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나를 잃어버린 시간들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겨울방학,
나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그해 여름방학, 영어캠프에 가며
잠시 가족과 떨어져 지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달랐다.
이번에는 쉼터라는 곳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집처럼 생긴 공간이었다.
큰방 하나, 작은방 하나, 그리고 사무실이 하나 있었다.
큰방에는 열 명쯤 되는 아이들이 함께 잤고,
거실에도 다섯 명 정도가 이불을 깔고 누웠다.
작은방에는 두 명이 함께 잤다.
첫날 밤, 잠은 생각보다 잘 왔다.
낯선 곳이었지만 나름 편안했다.
선생님은 다정했고 아이들도 대부분 친절했다.
무서워 보이는 언니들도 있었지만
막상 가까이 지내보니 나쁘지 않았다.
쉼터에서는 매주 용돈이 나왔다.
아이들은 그 돈을 모아 배달을 시켜 먹거나
갖고 싶은 물건을 샀다.
나는 거의 쓰지 않았다.
아빠 병원비에 보태고 싶어서였다.
용돈을 봉투에 넣어 차곡차고 모아두었다.
그 모습을 본 언니들이
어느 날 짜장면 값을 대신 내주었다.
"넌 모아. 이건 우리가 낼게"
그날 먹은 짜장면이 쉼터에서의 기억 중 가장 또렷하다.
쉼터에 있는 동안 수학 학원도 다녔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어느 날, 쉼터로 큰 박스 하나가 도착했다.
A4용지 박스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학용품과 간식,
그리고 롤링페이퍼에 친구들의 글이 가득 적혀 있었다.
"보고싶어"
"우리 기다릴게"
"다시 같이 놀자"
그 글씨들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도 친구가 있었구나
채 1년도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함께 웃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그 짧은 시간이 이상하게도 오래 남았다.
그 사실이 그때의 나를 조금 붙잡아 주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