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나를 잃어버린 시간들
초등학교 4학년 때 이사를 갔다.
새로운 학교, 새로운 친구들.
설렘 반, 걱정 반이었다.
혹시 또 잘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지,,
괜히 또 눈치만 보다 끝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전학 전날,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는데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혼자 그네를 타고 있었다.
나는 먼저 다가가 같이 놀자고 말을 걸었다.
그날 우리는 생각보다 금방 친해졌다.
그리고 다음 날, 새 학교에 첫 등교를 했는데
그 아이가 같은 반에 앉아 있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먼저 인사를 건넸다.
전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미 모두의 시선을 받고 있던 순간이었다.
그 와중에 내가 먼저 말을 걸자 아이들이 물었다.
"둘이 어떻게 아는 사이야?"
"어제 놀이터에서 만났어"
나는 '남사친'이라는 말을 몰랐다.
그래서 그 친구를 아무렇지 않게
'남자친구'라고 불러버렸다.
그 일로 며칠을 놀림을 받았다.
그래도 이상하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이번엔 그 놀림이
나를 밀어내는 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전학 온 첫날, 나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반에는 두 개의 파가 있었는데
서로 자기네 쪽으로 오라며 나를 불렀다.
결국 나는 소녀시대파에 들어갔다.
소녀시대파에 들어갈려면
기본적으로 웨이브가 돼야 했다.
나는 화장실로 끌려가
어설픈 웨이브를 보여줬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합격"
그 한마디에 나는 정식 멤버가 되었다.
시간이 나면 친구 집에 모여
컴퓨터 앞에서 소녀시대 춤을 따라 췄다.
가사를 제대로 외우지도 못한 채
엉성하게 팔을 흔들고,
웃다가 넘어지고,
괜히 더 크게 웃던 시간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우습다.
모두의 관심을 받던 그때,
나를 유독 싫어하던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 앞에서는 괜히 또 눈치가 보였다.
어느 날 그 아이가
문구점에서 산 주사기 샤프를 건네며 말했다.
"사실,,, 네가 부러워서 그랬어. 미안"
그 말이 너무 고맙게만 느껴졌다.
그 뒤로 그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놀았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마음이 먼저 풀어진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안도했다.
이번에는 밀려나지 않아도 되는 자리라는 것.
그리고 누군가 나를 불러주는 자리에 들어와 있다는 것.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 안에서 함께 웃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 감각이 이상하게 오래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