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가루

1부. 나를 잃어버린 시간들

by 명희

초등학교 저학년이 되었을 때도

나는 여전히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여전히 눈치를 많이 보는 아이였고,

조금만 분위기가 어색해져도

내가 잘못한 건 아닌지 먼저 생각했다.


그래서 겉으로 보면 소심한 아이였다.


하지만 그 전과 비교했을때

사소한 것에 쉽게 화를 내는 아이로 변했다.


급식실에서 식판을 들고 있다가

반 친구 남자아이와 부딪힌 적이 있다.

그 아이의 옷에 김치 국물이 조금 묻었다.

실수였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자리를 벗어났다.


밥을 다 먹고 교실로 올라왔을 때

그 아이는 대뜸 나에게 화를 냈다.


"왜 사과 안 해?"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다.


당황한 마음이 먼저였는데 행동은 달랐다.


"그거 조금 묻은거 가지고 왜 그래"


그러고 나는 책상을 밀치고, 의자를 던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화가 난다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한 마음에 그랬던거 같다.


어느 날은 반에서 가장 인기가 많던 여자아이가

내 머리 위에 지우개 가루를 뿌리며 비듬이라고 놀렸다.


주변에 친구들이 더럽다며 나를 멀리했다.


비웃는 친구들도 있었다.

겁은 났지만 그대로 넘어가기엔 자존심이 상하기에

지우개를 잘라 그 아이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 행동들 때문에 나는 점점 더 친구들과 멀어졌다.


틈만 나면 맞짱을 뜨자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따 몇 시에 옥상으로 따라와"

"화장실에서 두고 보자"


싸우기 싫어 미루고 또 미루다

결국 화장실에서 한 번 붙은 적이 있다.


집에 돌아왔을 때 그 아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미안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조금은 놀랐다.

그리고 솔직히 고마웠다.

나를 그렇게까지 밉게 보지는 않았구나 싶어서,,


그 이후로 그 아이는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나는 쉽게 가까워지지 못했다.

괜히 또 무언가 어긋날까봐 적당한 거리를 두었다.


돌이켜보면

그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눈치를 보는 아이였다.


다만, 문처럼 가만히 서 있던 어린이집의 나와는 달리

그때의 나는 문을 세게 닫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닫히는 소리는 컸지만

안으로 들어가는 법은 여전히 배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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