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나를 잃어버린 시간들
쉼터에 머문 시간은 길지 않았다.
나는 다시 새로운 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시설로 향하는 동안 나는 쉬지 않고 떠들었다.
쉼터에서 있었던 일,
내가 가는 시설은 어떠한 곳인지,
나랑 나이가 같은 친구가 있는지,, 등등
아무 말이나 붙잡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시설장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집에 꾀꼬리 한 명 더 늘었네"
나는 괜히 더 크게 웃으며 떠들었다.
시설은 단독주택 구조였다.
1층에는 남자 숙소와 예배당이,
2층에는 여자 숙소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예배당 안에서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아이들은 동시에 멈췄다.
시설장이 안으로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너희들 무릎 꿇고 손 들어. 공부하라고 했지 놀라고 했어?"
방금 전까지 웃고 떠들던 얼굴들이 조용히 굳어졌다.
나는 그 장면을 가만히 봤다.
조금 전까지 떠들던 나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다물었다.
그 안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영어캠프에서 만났던 친구였다.
"어? 너 왜 여기 있어?"
나는 반가운 마음에 먼저 다가갔다.
그 순간만큼은 이곳이 낯설지 않았다.
시설 생활 초반,
나는 유독 예쁨을 받았다.
"착해"
그 말은 내가 늘 듣던 칭찬이었다.
한 번은 2층 계단 창가에 놓여 있던 액자를
내가 실수로 떨어뜨린 적이 있다.
유리 조각이 바닥에 흩어졌다.
옆에 있던 친구가 바로 시설장에게 말했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달랐다.
"명희는 그럴 애 아니야"
혼이 난 건 내가 아니라
일러바친 친구였다.
또 다른 날,
라면을 먹다가 면을 숟가락에 받쳐 먹자
깔끔하게 먹는다며 칭찬을 해주셨다.
며칠 뒤,
다른 아이가 같은 방식으로 먹었다.
그러자 시설장은 그 아이를 보며 말했다.
"왜 그렇게 교양 있게 먹어?"
나에게 했던 말투와 달랐다.
누가 나를 건드리면
나는 곧장 시설장에게 갔다.
나는 늘 착한 아이였다.
그리고 시설장은 늘 내 편이었다.
추석이 되어 집에 다녀왔다.
집은 여전히 편안했다.
말을 줄이지 않아도 됐고,
괜히 작아지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었다.
다시 시설로 돌아오는 길,
나는 가만히 있지 못했다.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울며 고집을 부렸다.
시설에 도착했을 때
시설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이후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전처럼 웃지 않았다.
말투는 짧아졌다.
그 후로 나는 그 눈빛을 피하며 지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내가 서 있던 자리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