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여행_0027
장마가 시작된 것 같다. 습하고 셔츠 속 겨드랑이와 등 허리를 타고 땀이 차 오른다. 햇살이 내려 때리는 온실의 식물들은 그래서 움직이지 않고 뿌리를 땅속 깊이 내리고 있나 보다.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포장된 길과 도로 위를 걷고 움직이며 헐떡이고 있다.
바닥에 놀다가 놓인 녀석의 로봇 장난감들과 옥스퍼드 레고 블록으로 만든 로봇, 탑, 괴물 작품들이 거실 서재 테이블에 놓여 있다. 오후에 유치원에서 하원 후 자기가 만든 레고 블록 장난감이 보이지 않으면 징징거릴 녀석을 위해 박스에 치우지도 못하고 조립되지 않은 주변 블록 조각들만 빼내어 정리해 둔다. 녀석의 눈에서 하루하루 멀어질 때쯤 한 번에 치워버려야 나한테도 탈이 없다.
핑거스타일의 곡들을 연습하고 다시 손가락 크로메틱 연습을 여러 방법으로 루틴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기타 줄의 이곳저곳의 음을 자유롭게 누르고 잡고 이어서 잡기 위해서는 손가락들을 쥐고 틀고 하여야 한다.
손가락 핑거 연습이 이제 루틴이 되어 하루 30분 동안은 손가락 연습만 진행한다. 그다음이 곡 연습이다.
안스 기타 교실의 교회 예배당 수업에 오늘도 삼총사 형님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아줌마 2명과 캐나다에서 라이브로 듣는 ‘탄’이라는 어린 녀석까지 말이다. 트럭 아저씨와 늦게 합류한 아줌마는 드문드문 참석한다.
상급반 핑거스타일의 연습이 시작되고 이제는 수강생이 고정되는 분위기다.
“8페이지 ‘나비야’ 연습해 볼게요.”
지난주에 이어 계속되는 핑거스타일 곡을 연습한다. ‘나비야’ ‘보물’, ‘개구리’ 곡이다. 베이스음과 같이 연주하는 곡이고 베이스음이 연주동안 끊기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9페이지 ‘생일축하노래’를 연습할 건데요. 손가락 위치를 코드를 고려해서 정확히 천천히 잡아가면서 해 볼게요”
그러고 보니 절반이상의 곡들은 TAB악보 번호와 음표만 있고 코드 번호는 없다. 코드가 없으니 악보를 보다가 손가락을 기본적으로 어떻게 잡아야 할지 시간이 걸리고 만다. 코드 모양으로 따라가지 않고 손가락을 나름의 방법으로 잡아보는 경우가 생긴다.
“질문이 있는데요. TAB악보 연주할 때 코드를 고려해서 손가락을 잡아야 하나요? 아니면 소리만 잘 나면 다른 방법으로 잡는 것도 괜찮은가요?”
생일축하노래든 다른 곡이든 미리 혼자 연습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코드를 고려해서 손가락을 잡도록 배우려니 손가락 위치를 전체 곡의 음에 따라 다시 바꿔야 하는 일이 생겨버렸다. 이런 ‘생일축하노래’ 곡에서도 말이다. 간단한 동요 같은 노래이지만... 어렵고 리듬도 빠르고 변화가 많은 곡이라면 혼자 시작을 해야 할지, 아니면 코드를 전체적으로 아는 곡이라면 혼자 연습을 할지 고민이 생긴다.
한스 선생님 시간에는 질문하기가 더 자유롭다. 다음 주에는 질문을 많이 가지고 가야 하겠다. 안 선생은 가르치는 내용이 고정되어 있고 많은 시행착오를 고려하여 연주법을 제한하여 가르치기 때문이다. 통기타의 정석으로 가르치는 느낌이라고 할까? 한 선생은 밴드와 연주의 자유로움을 더 기타 연주에 담는 느낌이라고 반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기타 연주법을 고려하면 아르페지오, 3 핑거, 멜로디 연주, 스트로크 연주법 등 모두가 곡에는 베이스음을 고려한 화음이 존재하고 그것을 코드 연주와 멜로디로 연결이 된다. 코드 연주와 다른 방법으로 손가락 연주를 따로 익히는 것은 연주를 위한 것이 아닌 혼자만의 손가락 연습을 통한 다른 연주법이 되고야 마는 꼴이 될 것이다. 연습해 온 코드를 고려하여 TAB악보도 같이 연습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히고야 만다.
“어때요? 잘되세요”
삼총사의 제네시스 정장 형님에게 안 선생이 묻는다.
“아유, 손가락이 잘 안 움직여요. 스트레스받네 참~”
“앞으로 생일축하 노래 부르지 마세요. 하하. 곡이 3/4박자예요 생각보다 박자가 빠르니깐 좀 어려울 거예요"
생일축하곡의 코드를 고려하여 베이스음과 함께 각자의 연습을 진행하고, 안 선생이 나의 연주를 보러 옆으로 다가왔다.
“음, 잘하셨어요”
곡을 코드를 고려하여 전체적으로 연주를 잘해 냈다.
“우리, 저기 연주를 하실 때 꼭 명심해야 하는 게 베이스 음과 멜로디 음들이 충분히 소리를 내어주고 오른손가락과 음을 맞추어 바꾸어 주어야 끊기는 음으로 소리가 나지 않아요. 아시죠? 전에 멜로디 곡 연습할 때 항상 말씀드린 부분이니깐...”
그렇다. 코드 연주든 멜로디 연주든 핑거스타일의 오케스트라와 같은 연주법이든 음의 소리를 리듬을 고려하여 충분히 정확히 연주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손가락의 위치와 누르는 압력 그리고 코드를 고려한 손가락의 위치등을 충분히 익히지 않으면 안 된다.
단지 충분히 익히고 완성하는 시간을 단축시킬 필요가 있다. 조금 있으면 덥고 지치는 여름과 장마가 이어질 것이기에 뭐든지 길게 전전긍긍하고 힘을 쓰다 보면 지치기 나름이다.
“이렇게 생일이 힘들 줄이야. 그렇죠?”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수요일 저녁 역시 흐리고 습한 날씨가 이어진다. 제주도를 비롯 남부지방은 비가 며칠 동안 내리고 있다. 장마 전선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수업 30분 전에 문화센터 강의실로 들어와 곡 연습을 시작한다.
10분이 남으니 신입 중학생 남자 녀석도 내 옆자리에 앉는다. 녀석은 인사도 없다.
“잘 돼? 코드 연습은 많이 했어?”
“네 코드들 연습 조금 했어요”
옆에 앉는 어린 녀석이 기타 배우러 나오는 게 기특해서가 아니라 매주 내 옆에 앉으니 신경이 쓰이고 왠지 귀찮은 느낌이라 말이 트고 편하게 있고 싶은 마음이 크다.
“손가락 크로메틱 연습을 하고, 스케일 연습도 해야 돼 도레미파솔라시도 알지? 그래 아직 모를 수 있는데 멜로디 연습도 해야 되니깐 그것도 알아야 돼”
몇 마디 조언을 하고 손가락 잡을 때 주의할 점도 알려준다.
“코드를 잡을 때 기준이 되는 손가락을 잘 지지해 준 상태에서 나머지 손가락을 같이 누르는 연습을 해야 돼? 안 그러면 고정이 될 때까지 계속 위치 잡기가 어려워져. 그리고, 코드를 연결할 때도 연결되는 기준 손가락을 먼저 잘 잡아줘야 빠르게 바꿔줄 수 있지... C에서 G코드 갈 때도 하나, 둘, 딴! 이렇게 Am에서 C코드 갈 때도 이 손가락은 계속 잡고 있고 나머지 손가락을 하나 둘 딴! 그렇지?”
좀 더 쉬운 방법일 거라는 생각으로 몇 가지 조언을 해준다. 조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뭐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그냥 녀석과 편해지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한 선생이 오늘은 지각을 하고 만다. 30분이나 늦어 버려서 늦게 들어온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일이 거의 없는데, 제가 시간을 잘못 알았어요. 글쎄. 운전하고 있다가 9시부터 9시 50분까지 인 줄 알고 말이야. 해가 길어져서 그런지 시간을 잘못 알아 버렸네요. 오늘 수업은 없는 걸로 할게요. 보강을 하거나 다른 날에 수업을 추가로 하거나 할게요.”
결국 수업을 하루 더 하기로 하고 종강일을 8월 말로 1주일 연기하기로 했다.
장마와 태풍이 오는 여름날의 기타 수업이 추가된 것이다. 뭔가 해야 될 숙제를 한 주 뒤로 미룬 느낌처럼 찝찝하다.
오른손에 쥔 기타 넥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습하고 비 오는 날이면 수축하여 기타 줄이 팽팽해지는 녀석을 생각한다. 그때마다 녀석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기타 줄을 조금씩 늘려주어야 한다. 영리한 기타 녀석처럼 다가오는 장마와 더위에 적절히 적응을 해 나가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