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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the two of us, 딩동댕, 슬로우록

기타 여행_0028

by WaPhilos

어제저녁과 새벽 내내 습한 초 장마 날씨와 더위로 둘째 녀석이 잠을 설쳤다. 얇은 여름이불을 덮어 주면 금방이라도 더워서 발길질을 하고 이러쿵저러쿵 웅얼 거린다. 혹시나 잠에서 깨어 불편한 잠자리에 울지나 않을까 이불을 배와 가슴에만 살짝 덮어주고 부채로 시원하게도 해 줘 본다. 그러다가 새벽 내내 나와 녀석은 깨지 않고 해 뜨는 6시쯤까지는 자버리고 만다. 새벽 내 20도 초반의 온도에 좀 추웠는지 녀석이 깨더니 나에게 안긴다. 그러고는 엄마가 없는 걸 알고 엄마를 찾아 거실로 뛰쳐나간다.

“여보 여보까지 여태 자면 어떻게 해, 7시 반이야~~”

“어? 둘째는?”

“자기 방에 가서 자고 있어”


엄마랑 1시간 정도 아침에 따뜻하게 잠이 들었나 보다.

시간이 없는 아침에는 통밀이 조금 섞인 동그란 통밀빵의 배를 가르고 버터를 펜에 골고루 얇게 두른 후 노릇하게 한쪽면만 여러 개 구워낸다. 그리고 계란 여러 개를 노랗게 부쳐주고 땅콩버터와 우유를 준비하여 식탁에 차려 준다.


“밥 먹자! 늦었다~~~”


녀석들이 아침을 먹고, TV를 보러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사과를 깎아 두 접시에 나누어 하나씩 배분해 준다. 가운데 씨 있는 잘린 사과 몸통은 나의 몫이다. 씨 없는 사과 부분은 녀석들의 몫이다.

녀석들을 학교로 유치원으로 보내고 나서 커피를 내리고 빨래를 하고 건조기에 넣어 돌리고 소파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린다. 곧 안스 기타 교실 수업을 들으러 가야 된다.


아침 루틴의 기타 손가락 연습을 생략한다. 어차피 안 선생 수업 첫 임무는 핑거연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에서의 루틴을 생략하는 건 곤란하다. 단지 오늘은 늦잠을 잔 이유에서 인지 늦잠 핑계가 이어진다.

기타 삼총사 형님 중 한 명은 일 때문인지 가끔 출석을 하고 아마도 Live 수업으로 또는 카톡 동영상으로 혼자 연습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교실 앞 대기줄에 얼굴이 검게 그을린 남자아이와 여자동생 그리고 키가 나보다 조금 큰 엄마가 같이 서있다. 직감으로 타이탄 출생의 캐나다 거주 중인 ‘탄’이 녀석이다. 아마도 여름 방학에 한국에 들른 모양이다.


시간이 되어 모두 작은 상가 2층 교회 예배당 기타 교실에 들어선다.

“안녕하세요. 탄이 교재비를 안 드린 것 같아서요. 여기 15,000원이에요.”

“아.. 네”

“오빠 잘해 bye bye”


귀여운 여동생이 오빠에게 인사하고 엄마와 밖으로 나선다. 시크하고 사춘기 같은 귀여운 얼굴의 탄이는 말없이 맨 앞자리에 앉는다. 아마도 BMW 아줌마 자리인 듯 싶다.

“오늘만 좀 바꿔서 앉으세요.”


BMW 아줌마는 탄이의 뒤쪽에 다른 아줌마와 같이 앉게 된다.

“핑거 연습 좀 하고 계세요”


각자의 핑거 연습이 시작된다. 베이스음과 대중없는 연속된 기타 6줄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자 수업을 시작할 건데, 탄이가 오랜만에 왔어요. 이제 2개 국어는 원활하게 할 수 있겠구나? 한국어가 더 어눌해진 것 같은데?” 조용해진 탄이 녀석에게 안 선생이 묻는다.


그렇다. 탄이 녀석을 예전 초급반에서 수업을 듣는 걸 본 적이 있었다. 중급반에 올라온 후배인 것이다. 녀석이 더 빠르게 배웠다 보다는 중급반, 상급반의 전체적인 수업진도가 늦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이어서 생일축하노래를 연습해 보세요. 약 2분 정도 개인연습을 하고서 다음 곡으로 넘어갈게요”

“잠시 만요!. 제가 먼저 곡을 설명하고 시범을 보일 때는 먼저 개인적으로 연주하지 마세요. 예전에 그것 때문에 몇 분이 그만 둔적이 있으니까요!”


안 선생의 말이 끝나기 전에 곡 연주를 먼저 시작하고 있던 나와 내 앞의 삼총사 아저씨를 보고서는 지적한다. 분명 잘 따라오지 못하는 수업생과 손가락이 아직 느리고 따라오기 힘든 연배의 아저씨들을 위해, 그래야 원활하고 느릿한 수업이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형평성이라 말할 수 있지만 개인이 배우고 익히는 속도를 무시한 대부분의 수강생이 따라올만한 수업진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수업생들이 낙심하여 그만두거나 혼자 연습하겠다며 수업을 빼는 일이 없기도 하듯이 말이다.


“오늘부터 ‘아리랑’ 곡을 연습하도록 할게요.”


그렇다 예감했듯이 책의 순서대로 쉬운 곡부터 핑거스타일 곡 연습이 진행이 된다. ‘아리랑’ 곡의 핑거스타일은 집에서 혼자 연습하여 여러 번 연주해 보고 어느 정도 익힌 상태인데...


“오늘은 첫 줄의 8마디를 배울 건데요.”

총 32마디 중에 오늘은 8마디를 배우는 날이다.

8마디를 5분 동안 배우고 각자의 연습시간이 또 주어진다.


“베이스 음을 잘 잡고 나머지를 연주하느냐가 중요해요. 제가 일단 가르쳐 주는 것을 기본으로 해서 익히시고 중간에 빼고 빼고 가지 말고요. 다시 말씀드리면 TAB악보 만으로는 음악성을 높일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요.”


그렇다. 악보를 보지 않고 TAB악보의 번호만으로 손가락 연습하듯이 익숙할 때까지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해서 곡 전체 또는 음악에 대해서 음악성(리듬, 화음, 멜로디, 구조)을 지속적으로 향상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아마도 예를 들면 음악의 3요소, 또는 기타의 구조와 베이스음과 화음의 연결 등, 기본적인 음악에 대한 이해와 악기를 통한 온전한 연주의 확장등에 대해서 관심을 같고 파고들어야 될 것이다.


상급책의 핑거스타일 교본을 다시 물끄러미 바라보고, 악보를 연주를 연습하는 것은 수업을 들으며 익히는 기본적이고 의무적인 것이고, 그것 외에 음악에 대한 이해와 분석, 그리고 공부를 통한 다른 배움을 추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다음 곡에 대한 기타 연주 스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향유하고 즐기는 음악전체에 대해서 말이다.


문득 느끼는 건 그것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기타를 배우는 것 만으로는 음악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개인연주나, 밴드공연, 작사 및 편곡 등 다음 단계로 배움을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배움이란 그런 것인 것처럼 말이다.


문화센터 2층 한 선생 포크기타 강의실에 오늘은 1등으로 들어왔다. 비가 오는 날이라 모두들 늦는 것인가? 그저 나의 지정 자석에 앉아 TAB악보책 3권을 놓고 하나를 펼친다. 곡은 ‘just the two of us’이다. 4/4박자의 멜로디 연주와 후렴구의 퍼커시브 연주 리듬이 더해진 기타 연주 악보이다. 반복되는 대표 코드의 손가락 그림이 나와있고 코드들은 모두 알고 있는 코드라서 연주가 어렵지 않다. 단 코드에 멜로디 음이 더해지는 부분에서 코드 외에 멜로디 음을 추가로 또는 이어서 잡아주어야 하기 때문에 음이 연결과 리듬을 고려해서 손가락을 움직여 주어야 한다. 다음 음을 어떤 손가락으로 연결해서 잡아야 할지 정답이 있을 것이다. 또는 자연스럽게 리듬과, 소리를 이어 주기 위해서 다음 손가락을 정해야 한다.


오늘은 나를 포함하여 5명이 참석했다. 반장 아줌마와 아저씨 한 명은 나오지 않았고, 신입 생 뿔테 아저씨와 중학생 녀석이 나왔다. 작곡을 공부하는 고릴라처럼 생긴 젊은이도 오늘은 나왔다.

“안녕하세요~~~” 키 작은 뿔테 아저씨가 들어왔다. 연주 중에 고개를 살짝 돌려서 인사를 해 준다. 눈이 악보에 가 있으니 얼굴은 보지 않는다. 내 뒷자리를 고정자리로 정한 모양이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사람이 왜 이렇게 없어요?”


3분이나 일찍 푸들 한 선생이 들어왔다.


“어? 지난주에 안 나오셨죠?, 너도 지난주에 안 나왔지?”


고릴라 작곡가 지망생과 꼬마 뿔테 아저씨에게 안부를 묻는다.

“오늘은 인원도 적고 하니깐 계속하고 있는 Let it be 곡과 개인적으로 연습하시는 곡을 돌아가면서 봐 드릴게요.”

“TAB 악보 중에 ‘just the two of us’를 연습하고 있는데요. 코드를 잡을 때는 이렇게 하면 되는데, 다음 코드 연결을 하려면 손가락을 바꾸어서 이렇게 첫 코드를 바꾸어서 잡으면 다음에 손을 고정시킨 상태에서 몇 손가락만 움직이면 되거든요?, TAB악보만 보고서 음과 리듬을 고려해서 편한 쪽으로 코드나 멜로디 음의 손가락을 바꾸어서 잡아도 되나요?”


다소 질문이 길었지만, 내용은 각 화음을 잡는 손가락 모양은 거의 정해져 있다. (일부 특이하게 잡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데 화음에 멜로디의 추가적인 음들이 이어질 경우에 코드의 손가락 형태를 유지하는 쪽에서 일부분의 변화만 주면서 음을 잡아주어야만 하는지이다. 왜냐하면 가끔 불규칙한 특정음이 추가되면 화음의 손가락 형태를 유지하기가 어렵고 이어지는 음을 잡으려면 손 전체를 움직여 모든 손가락을 다시 잡아 주어야 하기도 하기 때문에... 결국 쉬운 손가락 연결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되고, 이것도 되지요~ 한번 볼까요? CM, B7, Em, Dm G로 반복되잖아요? C코드 Major에서 B7 가려면 C코드 기본 손가락이 익숙한 상태로 잡다가 다시 B7을 잡아도 되지요? 익숙하니깐, 근데 말씀한 데로 CM코드를 B7과 연결되도록 검지, 중지로 잡고 B7코드로 1 flat만 옆으로 그대로 이동해도 되고... 손가락은 바꾸지 않고 그대로 1 Flat만 내려주면 되니깐..”


아, 질문에 답이 있는 느낌이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만약에 내가 이 곡의 코드 흐름과 멜로디를 외우게 되어서 혼자 자유롭게 연주가 가능할 경우에는... 손가락을 어느 것으로 잡아도 연주가 편할 것이고 음도 좋을 것이다. 단 내가 그 코드의 위치와 화음을 모두 이해하고 잡을 줄 아는 상태에서 말이다. 코드를 왜 우거나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TAB악보로만 손가락 위치를 연습하다 보면 왜 이 음이 이 코드 인지, 이 음들이 왜 이 코드인지 연결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얘기가 나왔으니깐 오늘은 좀 기타 연주에 대한 원론적인 얘기를 더 해 볼까요? 우선 기타 실력을 많이 늘리고 싶다. 그러면 곡을 많이 들어야 돼요. 화음을 들어보고 기타로 쳐보고 그러면 그 코드가 익숙해 지면은 어떤 노래를 들을 때도 아! 이건 이 코드 음이구나 하고 들리게 될 거예요.”


“예전에 송창식 노래를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딩동댕 지난여름’이라는 곡인데 리듬을 가지고 노는 거예요. 리듬도 느려졌다 빨라졌다 하고.. 그래서 계속 들어보면서 음을 따봤지요.(화음) 코드를 이것 쳐보고 저것 쳐보고 맞추어보니깐.. 어? 이 음이네 하고 음을 다 딴 거예요. 연주도 원곡과 비슷하게 리듬으로 혼자 막 달리다고 조용히 읊조리다가... 나중에는 다른 곡들을 듣는데도, 아~ 이 음이면 이 코드(화음)를 바로 알 수가 있게 되는 거죠. 귀에 들리기 시작하는 거니깐”


“악보를 보고서 연습만 하면 귀로 잘 들릴까요? 음악 하는 사람들은 잘 들어야 돼요. 여러 곡을 들어보고 다른 악기들이 어떻게 합쳐지는지 기타를 멜로디만 가는지 화음과 베이스음을 어떻게 나누는지? 베이스 기타, 일렉기타도 있고... 드럼 비트가 들어오면 또 틀려지고”


순간 나의 뒤통수를 강하게 맞은 느낌이 들었다.

악보를 열심히 보고 손가락 연주에만 열심히 던 내게, 소리를 들으려면 곡을 외워 혼자서 연습을 하면서 기타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고 하는 말이다. 눈으로 볼 때는 눈에 익히는 시간이 많으니 상대적으로 귀로 듣는 것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인 것이다. 눈으로 보고 치기만 하면 귀로 제대로 잘 들리겠어요?


“일단 좋아하는 곡이면 끝까지 안 보고 칠 정도로 연습을 해서 여러 번 반복해서 쳐 보세요. 나중에 악보를 보지 않고서도 쳐보고 소리를 잘 들어보고요!, 대신 너무 어려운 곡을 연습하면 끝까지 치지 말고 4마디, 8마디 완전히 연습이 되면 다음 4마디 더 나가고 그렇게 해야지 끝까지 연주를 할 수 있을 거예요. 매일 전체 곡을 연주한다고 힘들게 힘들게 연주하면 나중에는 포기하게 되니까요.”


역시 혼자서 기타를 배우다가 나중에 남을 가르치기 위해서 음악 공부를 하게 되고 자신이 스스로 깨우친 것들을 음악공부를 통해서 아 이것이 이래서 음악에서 이렇게 정리가 되는구나 하고 살아온 한 선생의 내력이 느껴진다.


“추가로 오늘은 주법에 대해서 설명해 드릴게요. 아마도 옛날에 한번 했었는데, 새로운 분들도 많고 하니깐”

주법에는 4가지가 전부라고 한다. 2 분류로 느린 것, 빠른 것, 그리고 느린 것은 8비트로 슬로고고(다운 피킹), 슬로우 록(12비트로 리듬이 쪼개지는 블루스, 재즈 종류)과 빠른 것은 8비트 고고(다운업)와 길고 짧은 리듬이 연속되는 바운스템포 연주, 스윙이나 셔플 같은 것 말이다.

일단 어느 정도 연주법은 알 것 같으나 슬로우 록 계열의 12비트로 쪼개지는 블루스, 재즈 등의 연주법은 곡 연주를 해보지 않아서 생소하다. 언젠가는 만나게 되는 곡들일 것이다.

한스 선생의 기타 교실에서는 곡에 대한 연주법이나 설명은 아직까지는 개인적으로 더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서 특정한 부분의 운지법이나 상세하게 악보를 보는 법, 간단한 연주방법이 전부이다. 그렇지만 더 큰 것은 음악을 배워온 한 선생의 영감이 그대로 나의 기타 배움에도 영감을 주는 게 많다는 것이다.

어느덧 수업시간이 15분이나 또 지나갔다.


“어 벌써 또 15분이나 지났네요. 수고했어요. 연습 많이 해 보세요~”

“여보세요?”

“아빠 어디예요?”


첫째 녀석이 아빠가 안 보이니 자기 전에 전화를 걸었다. 혼자 자는 게 아직 좀 무서운 녀석이다. 몸이 엄마만 하게 커져 이제는 같이 녀석의 방 침대에서 같이 자는 게 더 무서운 나인데 말이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 녀석을 재워야겠다.


주차장으로 나서며 다 떨어진 우유가 생각나서 정신없이 마트로 들어가 2.3L 우유를 하나 집어 들고 다시 주차장으로 향한다. 그때 지난주 결석한 키 작은 꼬마 뿔테 아저씨 역시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게 보인다. 눈에 띄는 건 빨간 가죽 슬리퍼를 신고 있다.

‘저건 한스 선생의 빨간 슬리퍼 아닌가?’


신입생 꼬마 뿔테 아저씨의 눈에 띄는 빨간 가죽 슬리퍼를 몇 주 동안 한스 선생 신발로 착각하고 있었나 보다. 내 눈에 한 선생의 빨간 가죽 슬리퍼를 꼬마 아저씨가 훔쳐 신을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전혀 기대하지 않은 것에 대한 낯 설음과 이상함이 머릿속에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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