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여행_0030
“콰콰콰 꽝~~”
저녁 9시가 조금 넘어 장마는 지났는데 저녁부터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잘 때쯤 번개와 천둥이 몰려왔다. 다행히 엄마, 아빠를 찾는 둘째 녀석은 꿈나라로 조용히 소파에서 잠이 들어서 침대에 뉘어 놓은 게 다행이다. 이제는 첫째 녀석이다.
첫째 녀석과 나란히 침대에 누워 창문 밖으로 반짝이는 번개에 ‘와~ 와~’ 하면서 감탄의 숨을 내뱉어 본다. 그리고는 하나둘셋넷다섯!! 까지 천둥소리가 올 때 까지 숫자를 세어준다.
번개와 천둥소리로 잠자리 놀이가 끝나고 어둡고 침침한 아침이 밝았다. 아내는 출근 준비로 1등으로 일어났다. 다음은 내 차례다. 녀석들은 검은 구름으로 뒤덮인 아침이 무섭기나 한 듯 아직도 침대에 누워서 눈을 뜰 기미가 없다. 아이들이 잠을 자는 건 너무나 감사한 일이 된 것이 어느덧 10년이 되어 가는구나 하고 아침의 작은 기쁨이 잠시 몰려온다. 덕분에 아침을 느긋하게 시작해도 되는 여유도 찾아왔다.
8시 반이 되어 둘째 녀석과 우산을 쓰고 노래를 부르며 등원을 한다.
“오늘 날씨는 어때요? 오늘 날씨는 비가 와요~ 오늘 날씨는 어때요? 오늘 날씨는 구름이에요~”
매일 아침 반복하는 아침 등원 노래이지만 아이의 노래를 듣는 것은 그 어느 여인이 불러주는 애정의 말보다 달콤하고 사랑스럽다. 아이의 말속에는 사랑의 열매가 있어 누구든지 귀를 기울이며 그 생명의 숨소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아침 빨래를 돌리고 설거지를 한 뒤 상가 2층 교회 예배당 기타 교실로 출발한다.
오늘도 캐나다 ‘탄이’와 삼총사 형님들(2명이 몇 주 동안 결석이다. 아마도 형님들의 슬럼프인가?) 중 가장 열정정인 한 명과 BMW 아줌마, 청순 단발 아줌마, 홈플러스 아줌마, 그리고 같은 나이쯤의 남자 아저씨가 예배당 자리에 나란히 앉는다.
“C코드 핑거연습부터 하세요. 다 하신 분들은 저번에 가르쳐 드린 2번 손가락(가운데 손가락) 핑거 연습도 하시고요.”
그렇다. 핑거연습을 계속하지만 모든 핑거연습은 다음 곡, 또는 앞으로 배워야 할 곡의 손가락 운지를 고려하여 충실히 연습을 해야만 한다. 지금 배우고 있는 ‘아리랑’, ‘로망스’ 곡의 바래코드를 연주하기 위해서 필요한 손가락 연습들이다.
오늘도 역시 안 선생이 강조하는 ‘아리랑’ 곡의 홀로 연습을 약 20분간 진행한다. 이제 곡에 강약과 여유로운 당김음의 연출?을 더해본다. 기타 줄의 강약을 연주한다는 건 아마도 칼립소의 당김음과 같은 리듬과 음의 흐름을 연출해 준다. 그리고 같은 줄의 연속된 음의 연결에 해머링 애드리브를 추가한다. 마치 ‘아리랑’을 사람 소리의 음성으로 들려주는 느낌으로 전달되게 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마치 소리 내듯이 속삭여 울어 내듯이 말이다. 그것이 ‘아리랑’ 곡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아리랑, 로망스, 생일축하곡 등 최소 3곡 정도는 상급반에서는 정확히 문제없이 연주를 해야 돼요!~, 그리고 연주하는데 손가락으로 기타 줄을 훌지말고 정확히 소리를 내고서 연결하는 연습을 해 주세요.”
‘로망스’곡의 5번과 8번 플렛으로 구성된 연주 부분에 1번(검지) 손가락이 기울어지고 뒤틀려진다.
“아. 그 부분은 가능한 손가락 사이를 벌려주고 1번(검지) 손가락에 무리하게 눌러서 꺾어주지 말고 올려놓는다는 느낌으로 올리고 나머지 2번, 4번 손가락으로 6번, 8번에 올려서 눌러주면 될 거예요!”
사람마다 손가락의 근육이 모두 다르고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마다 연습 경력등에 따라서 발달하는 손가락 근육과 두터워지고 무뎌지는 손가락 부위가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경력이 많은 기타리스트의 설명을 듣는 것은 항상 도움이 된다. 단지 현재 나의 손가락의 물리적인 상태에 적용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손가락 모양이 안정된 소리와 모양으로 정해질 때까지는 역시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이 이제는 오랜 인내와 손가락 통증의 시간도 가져오고 있지만 말이다.
‘로망스’의 연습까지 끝나고 싱어롱으로 ‘옛사랑’,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제주도’ 곡을 연주해 본다. ‘제주도’ 곡은 한 마디의 2개의 코드가 연속하여 반복되는 부분이 많아서 아직도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 F, Bb, Bm, Dm7, Csus4, C7 코드들이다.
오늘도 여전히 비가 온다. 다행인 것은 유치원이 바로 집 앞으로 300미터 정도만 걸으면 둘째 녀석을 등원시킬 수 있기에, 정신없이 물소리를 내는 이놈의 비가 조금 잔잔해질 때 뛰쳐나갈 준비를 한다.
“자 이제 출발이야~, 어서 가요~~!!”
녀석의 아장아장 걸음으로 10분이 걸리는 등원 길을 나서며 다시 노래를 부른다.
“오늘 날씨는 어때요? 오늘은 비가 또 와요~, 내일 날씨는 어때요? 내일 날씨는 몰라요~”
앞의 우산이 빼곡히 길 앞에 늘어서 있고 엄마, 아빠의 높은 우산 아이들의 낮은 우산이 나란히 학교 앞 등원 길에 춤을 추듯이 움직인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둘째 녀석의 바지가 다 졌었다. 다행히도 유치원에 미리 보낸 여벌 바지 옷이 있어 담임 선생님이 갈아입히셨다고 한다.
저녁 문화센터 기타 교실이 있기에 오늘은 점심에 미리미리 된장국과 코스트코에서 사 온 갈빗살로 갈비조림을 요리해 둔다. 갈비조림에 시아몬 가루와, 새우젓 등으로 간을 잘해서 너무나 맛있는 갈빗살 간장조림이 만들어진다. 첫째 녀석은 아빠의 음식이 항상 학교에서 먹는 음식보다 더 맛있다고 칭찬이다. 브런치 구독자님 중 각종 요리를 올려주시는 ‘요리헌터’님에게 도전장을 보내 봐야겠다. 아마도 ‘요리 헌터스’ 멤버로 나를 추대해 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7시쯤 일찍 문화센터 2층 대기실 자리에 앉는다. 1시간쯤의 작은 버스킹을 위한 자리 정돈과 마실 것을 준비한다. 홈플러스 마트에서 1,100원에 1+1인 교차구매가능 바바나, 딸기 우유를 조금씩 마시며 달콤하게 내 입과 몸을 적시고 기타 연주를 시작한다.
여러 곡들과 최근 핑거스타일 곡 중에 추가된 ‘겨울아이’라는 곡까지 연주를 시작한다. 이제 매주 수요일 같은자리 7시에 연습하는 내 주위를 익숙한 문화센터 직원들이 지나가곤 한다. 나의 기타 연주를 더 멋지게 아름답게 들리게 하여 문화센터에 몸 닿아 일하시는 직원분들에게 나름의 일에 대한 보람을 돌려드리고 싶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마치 내 안의 자신(神)의 모습을 현실로 나타내어지는 예술가의 모습으로 어느 정도의 삶의 생생함과 열정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말이다. (위 부분은 읽고 있는 ‘헤르만 헤세’의 저서 ‘골드문트와 나르시스’(지와 사랑)의 내용을 인용하여 생각해 본 내용임)
사실 악기를 배운다는 것이 행위로 표현하기에는 그 목적의 추구가 행위자체에 머물러 버리거나 행위란 그 행위의 영향을 주는 조건이 부합되지 않으면 그 행위를 목적성을 잃고 마는 경우가 사람으로서 너무나 많다. 기타를 배우고 연주하는 행위 자체에 목적을 둔다면 그 행위의 조건들이 너무 단순해져 버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악기(기타)를 배운다는 것을 음악을 배우고, 공감하여 함께하고 최종적으로 내 안에 있는 자신, 즉 신의 모습을 현실에 나타내어 보인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것 또한 하나의 지식(지)의 모습이 아닌 아름다운 현실의 사랑의 모습으로 향유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헤르만 헤세’의 책에 대한 찬양과 비슷하지만 감명을 계속 받는 작가의 매력에 나의 사랑을 다시 보내 본다.
‘겨울아이’라는 곡의 코드를 찾아보고 타브 악보의 손가락 연주를 다시 한번 연주해 봐야겠다. 악보만 보고서 손가락의 위치를 잡으려 보니 엉뚱하게 잡고 연습하고 있는 손가락이 알고 보니 D7, A7, G코드의 손가락 모양으로 서서히 드러나는 모습이다. 아마도 음의 소리의 구성을 보거나 듣고서 바로 코드를 알아내는데 조금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럴 때는 코드 악보를 찾아보고 적용해 주는 좀 쉬운 방법을 찾아봐도 좋을 것이다.
“오늘은 시간이 좀 남았으니깐 짧게 기타 음악의 4가지 구분과 기원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말씀을 드릴게요.”
“음악은 느린 음악, 빠른 음악으로 구분하고 느린 음악은 8비트, 12비트(블루스), 빠른 음악은 8비트와 바운스(셔플, 스윙 등)로 구분하지요.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이 있을 텐데.. 클래식 음악은 옛날에 어떻게 전해 질까요? 모차르트가 소나타를 작곡하고 그 곡을 악보로 만들면 그걸 인쇄해서 전파를 했겠죠? 대중으로 전파는 어려웠지요. 그럼 대중들은 어떻게 음악을 초기에 불렀을까요? 그건 마치 일하며 입으로 구전으로 불러졌던 노래들인데, 그것들을 뭐라고 하지요?”
“노동요?”
“그래요. 민요라고 하지요. 입으로 입으로 불려지던 노래들인데 그것인 포크음악으로 불려져서 우리가 부르는 그 포크 음악들이 그런 것 들이죠. 얘를 들면 미국 컨츄리 음악 같이 민요풍의 노래들이죠.”
“노동을 하는 백인들의 미국 포크음악과 흑인들과 같이 노동자들은 노예일 때 말을 못 하게 했어요. 백인들한테 저항하고 흑인들끼리 험담하거나 얘기하는 걸 금지시킨 거죠. 그런데 중요한 건 이들 사이에 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건 허락이 된 거예요. 입으로 불러온 노래들이죠. 마치 라이온킹 노래 알아요? 밤바~야.. 왈라라 치와와~~, Circle of life처럼 도입부에 보면 외치는 멜로디 같은 것이 흑인 노동요 같은 거지요. 그런데 이런 흑인 음악이 다음 세대로 이어져서 흑인들도 말을 하고 술집등에서도 카페에서도 이어져 블루스의 call & respond 방식의 12박자의 느린 곡으로도 발전하게 되고요. 새롭게 대중적인 악기 색소폰, 피아노 등과 합쳐져 흑인 재즈의 기원으로도 이어지죠.”
“블루스. 블루가 무슨 뜻이죠?”
“슬픔?”
“그래요. 곡의 분위기가 그렇지요 블루스가. 블루라는 뜻이니깐. ‘Strange Fruit’라는 곡을 한번 찾아보세요. 아침에 일어나면 나무에 걸리는 죽어간 사람들의 머리와 시체가 걸리는 침울한 느낌의 곡인데..”
“어우~~”
“그러면서 교회에서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 그것이 가스펠(God spell), 하느님의 말이란 노래의 한 장르로 발전하고 전쟁의 군대의 악기였던 나팔, 트럼펫등이 추가되어 재즈의 음악으로 다시 발전하고.. 그 블루스가 빠른 리듬의 컨츄리 음악과 빠른 8비트의 롹앤롤 곡으로 발전하는데..”
“라밤바? 밴드가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던.. 그리고 엘비스 프레슬리도 그렇고 그때의 음악의 흑인음악이 빠른 비트가 더해지는 대중음악으로 아이돌처럼 나타난 곡들이죠.”
짧은 음악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서 들을 수 있는 문화센터 시간이 반갑기만 하다.
“그리고 롹앤롤 카피밴드일 수 있는 대중적인 엄청난 밴드가 나타나는데 그게 바로 ‘비틀스’인데, 비틀스의 첫 앨범부터 약 6~7년 활동 동안의 노래들을 들어보면 비틀스가 최초로 시도한 곡의 영역이 지금 대중음악의 틀을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영향이 컸지요. 예를 들어 헤비메탈의 ‘찌찌징~~’이런 음들의 곡과 발라드 곡과 새로운 코드들의 사용과 ‘rock’의 출발과도 같은 곡들도 이때 틀을 잡고 시작이 됐다고 볼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비틀스를 통해서 현대의 대중음악의 틀과 역사가 이어졌다는 이야기였다. 아마도 비틀스에 대한 대학교의 학과나 수업이 있는 것을 본다면 대중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틀스 곡들을 더 들어보고 찾아봐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긴다.
“선생님 그럼 대중음악을 좀 더 배우고 싶은 사람은 비틀스 음악을 더 찾아보고 들어보면 좋을까요?”
“그렇죠.!!”
“오늘의 수업은 여기까지 할게요.!”
수업이 끝나고 아직도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내일 날씨는 어때요? 내일 날씨는 어때요?, 내일 날씨는 아마도 또 비가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