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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로망스, 카사블랑카, 쿵따리샤바라

기타 여행_0029

by WaPhilos

저녁 11시 아내와 녀석들이 모두 잠이 들었다. 저녁부터 켜놓은 에어컨들의 실시간 전력량을 모니터 한다. 1,300W 이상이면 누진세 대상이라나 뭐라나 여름철 월 전기세가 걱정이다. 방 전체에 켜 놓았던 천정형 에어컨들을 하나씩 끄고 잠을 자는 안방과 침실방 하나에만 에어컨이 25도 자동모드로 계속 돌아가고 거실과 남은 침실은 off로 전환된다.


새벽 5시가 되어서 알람소리를 듣고 깬다. 아침기온이 25도로 모든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약풍으로 돌려주고 에어컨을 끈다. 이제 남은 1시간 정도 더 잠을 청한다.


찬 바람에 잠을 청한 막내 녀석은 아직도 몸이 차서 그런지 졸린 눈으로 멍하니 소파에 앉는다. 곧 녀석들은 배고프다고 아빠를 여기저기 쫓아다닐 것이다. 이제 단시간에 준비할 수 있는 토스트와 계란, 과일, 우유를 10분 안에 준비하고 녀석들을 부른다.


서서히 에어컨과의 저녁잠에 적응을 해야 한다. 오전, 오후 낮잠이 몰려온다. 아마도 몸의 온도가 차다 더웠다 하다 보니 휴식을 원하는 것 같다. 이제 그 몸의 변화에 자연스럽게 맡길 예정이다. 마치 내가 기타를 배우는 마음과 같이 여유를 같고 쉬고 즐길 수 있도록 말이다.


상가 2층 교회예배당 8명이 모였다. 수업의 시작은? 핑거연습이다.

1,2,3,4번의 왼 손가락의 운지 연습이 중요하다. 3번 손가락을 C(도)에 고정한 상태에서 1,2,4번의 손가락을 1,2,3번 기타 줄의 모든 플렛을 하나씩 눌러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베이스 음인 C(도)를 누르는 3번 손가락을 고정한 상태에서 다른 손가락을 연속해서 소리를 내어주는 것이다.


“오늘은 새로운 핑거연습을 할게요”


같은 방식으로 이번에는 2번 손가락을 고정한 상태에서 1,3,4번의 손가락을 1,2,3번 줄의 모든 플렛을 하나씩 옮겨가면서 핑거연습을 하는 것이다. 당연히 2번 손가락의 베이스 음은 고정시켜야 한다. 손가락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자리를 찾아 가는데 손과 손가락의 각도가 돌아가고 뒤틀어지기도 한다. 조금씩 손가락을 움직이는 원리를 깨닫기도 한다. 다음 손가락을 옮기기 전에 눌러진 손가락을 지렛대 삼아서 다음 손가락을 움직이면 안정적으로 다음 음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구조상으로 손가락의 위치를 잡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은 가능할 것이다. 손가락 관절의 꺾이는 각도 손톱을 세워 누르는 각도 손가락 사이를 벌려주는 너비등 여러 가지 동작들이 수없이 많은 반복을 통해서 결국에는 몸이 기억하는 안정적인 자세로 익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아리랑 전체를 우선 연습하고서 한 번씩 봐 드릴게요.”


아리랑 곡의 핑거스타일로 연주가 시작된다. 곡의 흐름상 리듬과 음의 구성이 어렵지 않은 곡이다. 역시 핑거연습이 많은 도움이 된다. 안 선생이 한 명이 돌아가며 연주하는 것을 봐준다.


“음 잘했어요!, 여기 부분에 베이스 음 소리를 내고 다음 음에서 베이스를 놓지 않고 소리를 내면 소리가 울리고 화음처럼 풍성하게 들리니깐 떼지 말고 해 보세요.”


그렇다. 베이스음을 잘 따라가는 것은 곡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연결하는 것과 같다. 마치 곡의 드럼비트를 따라 박자를 맞추고 음의 강약을 조절하여 연주자의 곡의 해석과 같은 소리로 탄생하여 전달하는 것처럼 말이다. 설명이 길었지만 다시 말해 좀 더 전문가 같고 있어 보인다라고 안 선생이 말하는 부분이다.

문득 연속되는 같은 기타 줄의 음을 손가락 하나로 소리를 내면 그 손가락 손톱의 길이와 위치 등이 일정하여 음 자체가 일정하게 들린다. 그러나 기타 한 줄의 같은 높이의 음을 2개의 손가락으로 번갈아 가면서 연주를 하면 손가락 손톱 길이와, 줄의 튕기는 위치의 미세한 차이 그리고 그 속도와 강도도 같은 음에서 미세하게 차이가 나게 들린다. 마치 고요히 흐르는 물소리를 듣다 보면 일정한 바람에 의해 움직이는 물소리가 일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귀를 물에 가까이 대 보면 마치 작게 일렁이는 물이 만들어내는 물의 높낮이와 물방울 소리들이 속삭이듯 들리는 듯하다.


“아리랑은 각자 연습을 많이 해 오시고요. 오늘은 다음 곡으로 ‘로망스’ 곡을 배우도록 할게요”


아, 한스 문화센터 기타 수업에서 이미 배운 곡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2개의 기타 수업을 듣고 있으니 하나의 수업을 그만두던가 아니면 스스로 배우고 곡을 익히는 방법으로 기타 연습방법을 조금씩 바꾸어야 한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 같은 장소에서 최대한 손을 이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손가락 연주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할 수 있고 그다음 손을 이동시키는 게 맞아요.”


한 선생에게서 배운 방법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손의 움직임이 최소가 되도록 왼 손가락의 위치가 미세하게 조정된다. 손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소리를 낼 수 있는 장점이 크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소리를 내고 들리는 음에는 크게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인정을 하고 싶다. 손의 움직임과 소리의 연속적인 울림에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곡의 새로운 해석처럼 한 부분이 될 것 이기 때문이다. 마치 코드를 잡는 법이 어는 부분에서는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연습 많이 하시고요. 지난주에는 아내와 같이 버스킹 하는 곳을 지나가는데, 지켜보고 있으니깐 한곡 해 보세요 하는 거예요? 그래서 기타 연주를 해주고 아내는 노래를 불렀는데 어찌나 아내가 만족해하던지. 여러분도 그렇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분발해 주세요. 저희 가족은 제가 약 18년 동안 기타를 같이 가르쳐주고 해서 다들 잘 치거든요. 곡이 ‘그대여 걱정 말아요’ 였었죠.”


아직은 버스킹을 할 정도로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은 없으나 만약 같이 기타를 배우는 동료가 생기고 같이 연주하는 무리가 생긴다면 언젠가는 남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기타 연주와 노래를 들리게 하고 싶기도 하다.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치고 하는 것이 결국은 나를 위해 내가 즐기기 위해 하는 것일 테지만 말이다.


수요일 저녁 7시 일찍 문화센터로 향한다. 무료 커피쿠폰으로 아이스 제주말차라떼를 마시며 앉아서 책을 잠시 읽고 보니 벌써 7시 반이다. 강의실로 들어서니 여반장을 포함하여 3명이 기타 연습 중이다.

오른쪽 모서리는 고정 내 자리이다. 악보를 펼치고 ‘Just two of us’와 ‘바운스(bounce)’ 곡을 연속해서 연주한다.


“안녕하세요. 덥지요? 너무 더운 것 같아요.”

“네~”

“찾아봤어요? 그건 보사노바 스타일인데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라고 아세요?”

“카사블랑카 아시죠? 아시죠? 베티 히긴스가 부른 곡...”

“그거 영화 이후에 나온 곡이고 최헌이 리메이크했죠.”

새로 온 남자분이 대답한다. 지난주부터 새로 들어온 수업생일 것이다.

“드라이브인 극장에서 이 카사블랑카 노래가 흘러나오고 그 노래를 듣고 옛 여인가 다시 재회했다는 그런 스토리가 있지요.”


아 옛날이여... 다시 추억의 팝송 얘기지만 사뭇 나와는 거리가 좀 있긴 하다.

“지난주까지 Let it be 연주를 했고, 오늘도 각자 한분씩 연습하시는 곡들 봐 드릴게요.”

나는 just two of us곡을 연주하고 한 선생의 지도가 이어진다.


“도입부의 Dm, G, C로 이어지는 부분에 손가락 이동을 줄여서 고정된 코드 손가락이 아닌 간단히 손가락 몇 개를 이동하여 코드를 잡아주면 되지요? 지금 코드 이동이 좀 느리니깐 이렇게도 해 보세요.”


맞는 말이긴 하다. 손가락 이동을 최소화하고 코드 연결을 부드럽게 하는 방법이 있다. 안 선생과 같은 부분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손가락 코드 연결은 유튜브의 기타 연주가가 직접 연주하는 원 코드를 사용하여 연주하는 주법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결국 코드 연결이 문제없이 빨리 자연스럽게 될 정도가 된다면 이렇게 잡든 저렇게 잡든 크게 상관이 없다는 얘기일 것이다. 결국 선택 Option이 될 것이다.


“그리고 Bb을 연주할 때 악보를 보시면 2,3,4번 손가락을 3 플렛에서 잡고 1번 손가락 검지를 한 줄만 누르면 되는데 1번 손가락을 펴서 전체를 눌러줄 필요가 없어요!. 그러니깐 소리가 눌러야 될 부부만 누르면 되는데 전체적으로 잘 안 눌러진 것처럼 들리지요.”


아 맞다 악보만 따라간다면 요구되는 기타 줄만 잡는다면 항상 코드의 전체 음을 낼 필요는 없다. 화음도 모든 화음이 같이 연주되는 코드 연주가 아니라 코드의 일부분만 소리를 내어도 그 코드의 흐름은, 곡이 전달하는 음은 이어지니 말이다. 그렇다 화음으로만 이루어진 기타 연주와 일부 화음의 음이나 한음의 연속으로도 곡은 연주가 된다. 곡이 가지는 원곡의 느낌과 흐름을 정확히 나타내고자 하는 음으로만 구성이 되면 좋은 것이다. 마치 가끔은 제주말차라떼가 아닌 따뜻한 에스프레소 한잔만이 어울리는 아침이 있듯이 말이다.

“쿵따리 샤바라 빠빠빠, 빠빠빠~”


빨간 가죽 샌들을 신고 다니고 내 뒤에 앉는 새로운 키 작은 꼬마 형님이 연습하는 곡은 다름 아닌 ‘쿵따리 샤바라’이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노래와 연주가 따로 놀아서 맞지가 않는다고 한 선생에게 물어본다. 돌아온 대답은...


“기타를 먼저 맞추든지, 아니면 노래를 완벽하게 안 보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맞추시는 게 먼저예요. 마치 요즘 노래방에 가면 어떻게 노래하세요? 18번이 뭐지요?”


옆에 뿔테 안경 아저씨에게 묻는다.


“천년바위요”


어느 시대 노래인가? 천년 전의 노래는 아닐 테고, 아마도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발매된 노래일 것이다.

“뭐 일단... 그 노래의 가사, 리듬을 다 알면 어떻게 돼요?... 다시”

한 선생님도 천년바위 노래까지는 섭렵이 안된 것 같다.

“자... 짜라짜라 짜짜짜 따라라 따라라라~라.. 짜짜라 짜라짜짜 짜짜짜! 하고 나면 바로 뭐예요? ‘내가 필요할 때~’ 바로 들어가지요? 아는 노래고 어느 박자에 들어가는지 다 알고 있는 거예요. 그럼 노래방에서 모니터를 보고 가사를 보고서 부를 필요가 있어요? 없지요? 관중을 보고서 노래와 기타 연주만으로 부르면 되는 거지요?”


“노래를 완벽히 아는 사람은 관객을 보면서 노래를 해요. 그런데 노래방이 노래실력은 올려준 건 맞지만, 박자를 숫자를 보고서 시작하고. 안 보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노래가 나와야 그것에 맞추어 기타 연주를 따라 연주를 할 수 있겠지요!”


“아니면 추천하는 게 노래를 틀어놓고 기타를 쳐 보세요. 편해질 때까지 원곡에 맞춰서요”


그렇다. 지난번에 이어서 기타 연주라는 게 악보를 보면서 어느 때까지 계속 연주만 할 수 있는 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노래를 즐기고 변주를 넣고 사람을 바라보고 대화를 하고 환성을 듣고 나의 목소리를 내어 노래를 연주를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왠지 마음속에 답답하게 있었던 그동안의 알지 못했던 슬럼프의 원인을 한 번에 알아버린 느낌이다. 즐겨야 된다. 마음이 따르는 데로 물이 고이면 썩지 않는가? 악보를 보고 같은 곡을 여러 번 거의 완성될 때까지 연습을 했지만 그 곡에서도 만족을 못 느끼는 것은 결국에는 그 곡을 스스로 즐길 수 있도록 외우고 혼자서 악보 없이도 연주하고 노래도 같이 불러보고 해야 할 것이다.


“마음이 울적하고...(뚝뚝) 답답~ 할 때.. 에, 다음 코드가 여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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