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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ep, 파워코드, 록음악

기타여행_0002

by WaPhilos


'어른이 된다는 건 삶을 주도적으로 스스로 계획하여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깨닫고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다'

어느덧 17년 다니던 직장에서 휴직을 한 지 1년 반이 다 되어간다. 다행히 회사에서 나의 자리는 남겨져 있다. 건설업 기업 중 그래도 대기업이라 불리어지는 회사라서 그런지 휴직 중인 직원을 회사 사정으로 구조조정 해 버리는 경우는 없는 듯하다.


1년 반 동안 올해 5살이 된 녀석의 육아휴직과 맞벌이 아내를 대신해 살림을 하기도 하고 기타를 배우면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그 생활이 익숙해진 것이다.

그 속에서 더 가까이 느끼게 된 것은 살림을 하든, 아이를 돌보든, 그리고 기타를 배우든 수동적인 태도가 아닌 어느덧 익숙해진 환경 속에서 주도적이고 계획적인 생활로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개선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마치 삶 속에서, 내 인생 속에서 성장하지 못한 나를 계속 밀어붙이고 칭찬하고 격려하며 나아가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안 선생의 상가 2층 ‘교회 예배당’ 기타 교습소를 다닌 지도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간다. 상급반으로 들어서서 TAB악보의 몇몇의 곡을 배운 지도 2개월여 되어간다. 이제는 수업의 방향과 한주의 진도를 어느 정도 파악이 되어 단체 교습의 한계와 배울 곡들의 범위에 대해서는 파악이 되어버렸다. 핑거스타일 TAB악보 1곡을 보통 1개월 동안 나누어 연습하고 싱어롱 곡 연습 및 코드연습을 곁들여 배운다. 연주법은 아르페지오, 3 핑거, 퍼커시브 외 칼립소 및 고고 등의 연주법 등이다.

몇 주간 이루어진 ‘로망스’ 곡의 핑거 스타일 연습을 말하자면 예전 문화센터 한 선생 수업에서 3주에 걸쳐 배운 곡을 1개월 동안 다시 안 선생 수업에서 다시 배우게 된 것이다. 솔직히 기타 게인레슨을 해서 기타 실력을 많이 올리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그것도 개인연습을 통해서 코드와 스케일의 자유로운 연주가 가능하지 않다면 그다음 곡들을 익히고 새로운 스킬을 익히는 것은 더디기 마련이다. 결국 스스로 배워 성장하여 다음 단계로 가지 않으면 음악에서 다음 단계를 걷기는 힘든 것이다.


결국 몇 주간의 고민 끝에 8월부터 안스 교실 수업을 그만 둘 예정이다. 대신 한스 문화센터 기타 교실의 푸들선생님과의 수업은 계속하도록 한다.


수요일 저녁 문화센터 2층 기타 수업을 위해 교실로 들어선다. 여전히 여반장이 1등으로 앉아 있다. 오른쪽 내 지정좌석으로 가서 여러 핑거스타일 곡을 연주하며 수업이 시작되길 기다린다. 내 옆자리 막내 중학생 녀석도 자리를 잡는다. 아직 어색한지 먼저 인사하지 않으면 아는 체를 하지 않는다. 교실의 어색한 분위기를 녀석도 알아 차린 듯하다.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매달 또는 2개월에 한두 명씩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기도 나가기도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친목의 분위기는 좋은 편은 아니다. 서로서로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가볍게 인사를 하는 정도이다. 그래서 막내 녀석에게도 항상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는 편이 낫다, 그게 오히려 내가 편하다. 코드 몇 개를 익혀 겨우 소리를 내면서도 혼자 연습하는 녀석이 안쓰럽긴 하다.


“안녕하세요. 여전히 덥죠? 힘들다. 가르치는 애들이 방학이라서 수업이 없어서 푹 쉬다가 오랜만에 나왔네요. 수업을 일주일 만에 하니깐 목소리가 좀 이상해도 이해하세요.”


그렇다. 한스 푸들 선생은 초등학생 애들을 가르치는 음악 선생님이다.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밴드 생활을 하고, 문화센터 및 공공기관 기타 강좌와 학교 학생들을 지도하는 기타 음악 선생님이다.

다행히도 오늘은 전체 연습곡을 진행하지 않고 학생 한 명 한 명 연습하는 곡을 봐주는 수업이 진행된다.

자연스럽게 내 순서는 맨 마지막으로 한 선생 마음대로 정해졌다.


“한 번 볼까요? 어떤 곡 연습하지요?”

“요즘 ‘creep’이란 곡을 연습하려고 하는데요. 악보 스트로크 연습이 어려워서요”


첫째 아들과 같이 연습하고 부르고 있는 ‘Dinosoar’(악동뮤지션)와 ‘밤양갱’(비비) 곡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했으나 곡의 난이도가 쉽고 조금 더 연습을 하면 음악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속도에 맞추어 연주가 무난할 것 같아 이 곡들에 대해서 물어볼 것이 거의 없기에 그동안 눈팅만 하고 있던 연주하고 싶었던 ‘creep’ 곡을 수업 전에 한번 연주해 보고서 바로 한 선생님한테 연주법을 물어보고야 만다.


“제가 전에 뭐라고 했지요? TAB악보에 연주 스트로크가 나와 있고 악보가 있으니깐 악보의 박자를 전체로 쪼개어서 그려보고 연습을 해 보세요. 여기 8분 음표, 16 음표 등이 있으니깐, 대표되는 마디등을 16 음표로 전체적으로 쪼개고 하나, 하나, 하나, 둘....”


그렇다. TAB 악보책에는 친절하게도 연주 스트로크의 주법이 악보마다 그려져 있다. 내가 할 것은 그 악보 스트로크의 기타 줄 업, 다운 연주를 따라서 연주를 하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 연주가 어색하고 눈에 바로 들어오지 않기에 그 악보를 작은 단위의 8분, 16분 음표로 쪼개서 박자를 업, 다운에 맞추어 기타 줄을 타면 그만인 것이다. 기본적인 ‘creep’의 반복되는 악보 리듬의 박자를 연습하고 칠판에 쪼개진 악보의 사진을 찍어 본다.


“여러분 제가 계속 말하는데요. 연습하실 때 노래를 부르면서 기타를 노래에 맞추어서 연습을 해 보세요. 아니면 노래를 부르지 말고 노래를 틀어놓고 노래에 맞추어서 기타 연습을 해보세요. 기타 연주만요. 그래야 실력이 더 늘어요. 눈으로 보면서 기타 연습을 계속하면 귀가 잘 안 들려요. 악보를 안 보면 기타 연주를 못한다니 깐요.”


일리가 있는 말이다. 악보를 보면서 연주를 계속하다 보니 악보가 없으면 전혀 연주가 되지 않는다. 결국 곡의 코드와 노래와 그 화음의 연결을 전체적으로 익히고 기타로 노래를 부르면서 연주를 할 때까지 이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악보 없는 장님이 되고야 마는 것이다.


“Creep 노래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요. 제가 동인천 기찻길 옆 쪽에 살 때인데, 눈이 펑펑 오던 날에 추운 겨울에 난방도 못 켜고 한 밤중에 creep을 악~악~ 하면서, 그 노래 엄청 우울하잖아 애절하고? 그랬었는데 참. 같이 음악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10년 뒤에 그 친구랑 다시 만났는데 갑자기 그러더라고~, 너 creep 잘 부르잖아?? 해봐 봐”


푸들 한 선생의 짤막한 연주와 우울하면서 운치 있는 creep곡의 분위기와 으~악 하는 절정 부분의 외침에 다들 웃기도 하고 되래 집중을 하기도 한다.


“그 녀석이 내가 한 밤에 눈 내리는 방에서 creep을 막 울부짖으면서 부르는데, 내가 얼어 죽었나 싶어서 먹을 것 사 들고 집 앞까지 왔더래요. 그런데 내가 너무 처량하게 노래를 막 부르니깐 방해하지 좀 그래서 왔다가 노래를 듣고는 그냥 돌아가곤 했다는 거야~ 그래서 그때부터 만날 때마다 그 얘기를 하는 거지.”


어쩌면 한때 배고프고 힘든 시절의 음악에 의지했던 삶의 한편이지만 지금의 한 선생의 멋진 모습을 만들어준 아름답고 따뜻했던 추억으로 기억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보일러가 터지고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동인천 기차가 지나가는 더없이 더 춥기만 했던 그때를 지내고 젊음날의 더 뜨거움으로 이끌었던 그 ‘creep’이란 곡이 말이다.


“요즘은 슬퍼서 그 노래는 잘 안 불러요.”

“선생님 질문이 있는데요. 혹시 퍔뮤트 곡을 연습하고 싶은데 추천해 주실 곡이 있을까요?”


한 선생이 creep의 연주 부분의 기타 베이스 줄을 퍔뮤트로 연주해 본다.

“이렇게 연주하면 되지요. creep 곡도 퍔뮤트 해서 연주해 보면 좋고, 다음으로 ‘사랑하나 봐 지울 수 없나 봐’~ 윤도현 배드 노래들도 록음악이니깐 연습해 보면 좋고요”


이어서 파워코드로 이어지는 록음악의 코드연결에 대해서 설명이 이어진다. 파워코드 손가락 위치 찾는 법에 대해서 맨 위 기타 6번 줄에서 아래 줄, 그리고 1도 위 음을(2 플랫 위) 잡으면 파워코드가 된다고 한다.

“통기타는 퍔뮤트를 그렇게 하면 되는데 일렉기타를 할 때는 줄 뮤트가 어려우니깐 잘해줘야 됩니다.”


아, 록 음악으로 일렉기타를 배울 때 뮤트도 신경 써서 연주를 해 줘야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수고하셨어요”


어느덧 뜨거웠던 여름 7월이 지나가고 8월 첫 기타 수업도 끝나간다. 숨이 턱 막히는 날들이 곧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나의 기타는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을 천천히 맞이할 것이고 나는 더 큰 목소리로 creep을 불러 외치게 될 것이다.


‘When you were here before / couldn’t look you in the eye / you’re just like an angel / your skin makes me cry / you float like a feather / in a beautifu world / I wish I was special / you’re so fuckin’ special / But I’m a creep / I’m a weirdo /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 I don’t belong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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