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엄마와 중년 아들의 사랑과 요리 이야기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은,
삶을 엄숙하게 뒤 돌아보며, 작은 이별을 배우는 과정이다.
나는 올해 50대 중반, 공직자이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청렴과 소통, 회복탄력성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내 삶에서 가장 치열하게 배우고 있는 주제는
엄마는 3년 전부터 치매라는 질병을 앓고 있다.
다행히 증세가 심하게 진행되지 않아 주중에는 주간보호센터에 다니신다.
주말마다 홀로 계시는 엄마집으로 간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다.
나는 서툰 농사일을 하며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고, 음식을 해 드리며
엄마의 기억 속을 찾아 나선다.
자식들을 위해 평생을 당신의 삶을 온전히 내어준 엄마.
배고픈 자식들을 위해 풀어헤쳤던 젓 가슴은 암으로 절개되어 아픈 상처만 남겨 놓았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수술의 흔적을 인생의 훈장이라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안다.
치열한 삶의 고통이었다는 것을.
온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이제는 고목나무처럼 가죽만 남았다.
점점 희미해지는 기억, 조금이라도 더 간절하게 붙잡아 두고 싶어서,
나는 매주 음식을 해드리면서 추억여행을 일기로 남기기 시작했다.
부족하지만, 이제는 엄마를 위해 내가 도전할 차례다.
이 글은 단순히 기록이 아니다.
치매라는 질병 앞에서 어떻게 서로를 지켜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가 잊고 살았던 삶의 소중한 가치들을
어떻게 회복하고 반성할 수 있는지를 나누고 싶다.
나는 글을 통해 삶을 다시 배우고,
독자 여러분과 함께 치매 돌봄과 소통 속에서 만나는 뇌과학과 건강 지식, 감정과 마음의 배움, 그리고 성찰을 얻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