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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는 엄마 자신이었다.

by 푸른 소금

“누가 호미를 훔쳐갔어”라며 엄마께서 울먹이신다.

몇 해 전에 새로 산 호미를 보여 드리자.

“그거 말고, 다른 거”엄마가 찾으시는 호미는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낡고 볼품없는 호미였다.

“엄마 이거 맞아요”라며 내미는 호미를 보시고는

“에고 어디 있나 했는데, 반갑네”

손뼉까지 치시며,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신다.

“엄마 장독 옆에 둘 테니 필요하시면 마당

텃밭에서 호미질하세요”

엄마는 치매를 앓은 이후로 밭 일을

할 수 없으시다.

그래서 마당 한편에 3평 정도의 텃밭을 만들어

드렸다.

엄마는 그 좁은 밭에서 호미질을 가끔씩 하셨다.

그냥 땅을 파고, 고르고, 어쩔 때는 심어 놓은

상추가 다칠세라 조심스럽게 완급을 조절하며

호미질을 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앞집 여자가 훔쳐 갈 거 같아”라며, 호미를 품에

안고 방으로 들어오셨다.

“엄마 호미를 방에 가져오면 안 돼요”

날카로운 호미를 방에 두는 것은 위험했다.

그러나 엄마의 표정과 눈빛은 서운하면서,

화가 난 모습을 보이신다.

왜 그렇게까지 그 호미를 곁에 두시려는 걸까?


천 평의 기억

엄마께서는 가을이 되면 달랑 호미 하나를 들고

해가 뜨면 나가시고, 해가 지면 들어오셨다.

드 넓은 땅속에 숨어 있는 고구마를 며칠씩 수확을 하셨다.

그 당시 농기계가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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