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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by 김영근

개에게 길을 묻다


당(唐)나라 고승(高僧) 조주선사(趙州禪師: AD:778-897)의 일화 하나.

어느 날 학승(學僧) 하나가 선사에게 물었답니다.

“개(犬)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 개도 깨달으면 부처가 될 수 있느냐는 물음이었지요.

선사 왈. “없다”


그런데 어느 날 다른 제자가 와서 똑같이 물었답니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이번엔 선사 왈. “있다”


제자가 다시 물었답니다.

“아니 그럼 부처는 그만 두고 사람이 되지 왜 개로 그냥 있습니까?”

조주선사 호통을 치시며 “야 인마! 그건 개한테 가서 물어봐!”


뭐 당나라 때 뿐이겠습니까?

제 맘 하나 다스리지 못하고, 제 안에 있는 부처 하나 느끼지 못하는 처지에 남이 무얼 하건, 개새끼가 무얼하건 그게 도(道)닦는 것과는 뭔 상관이냐는 조주선사의 가르침은 오늘에도 그대로 유효한 것이겠지죠.


순례자든 방랑자든 아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저 같은 사람이든 진리가 뭐 별거 있겠어요.

때론 화살이 되기도 하고 과녁이 되기도 하고…

그게 삶이지요.


눈 뜨면 일어나 세탁소로 나가 보일러를 켜고 일하며, 배고프면 먹고, 집에 들어와 아내와 함께 세월도 한탄하고 옛노래 흥얼거리기도 하고, 그러다 자고…

그 일상적인 바로 나의 삶에 도(道)가 있는 것이지요.


따지고 보면 제가 글질하는 이 짓도 다 저를 위한 것이고요. 그게 때로는 누군가에겐 화살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따듯한 모포 한 장이 될 수도 있고…

과녁이 된 그가 하지 말란다고 아니 할 수도 없고

그러다 다투기도 하고 표표히 떠나기도 하는.


그리고 지금 여기


갑자기 재밌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서른 여덟 해 째 살고 있는 곳의 넓이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인데 그런 생각을 별로 해 본적이 없어서 말입니다.


미국 델라웨어주 New Castle County라는 곳입니다. 뉴욕과 워싱톤 사이 중간쯤에 있는 작은 마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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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nty 면적이 1,278 km²랍니다. 이게 어느 정도될까? 그래 서울시와 한번 비교해 보는 것이지요. 서울시 면적이 605.41㎢이라고 하니 약 두 배 정도입니다.

인구는 약 60만명정도이고요. 한적한 시골입지요.


이 한적한 곳에도 쉬지 않고 이어지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신앙의 이름으로’ 손을 맞잡기도 하고, 등지기도 하는 사람사는 이야기들이지요.


하여 떠올린 <밥이 된 사내>이야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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