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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위에서 본질을 묻는다.

한국형 치유농업의 길을 찾아본다.

by 지선

치유농업이란,

국제적으로 케어파밍(Care Farming), 그린케어(Green Care), 소셜파밍(Social Farming)등으로 불리며,

“농업과 자연환경을 매개로 인간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복지를 증진시키는 실천적 농업”으로 정의된다.
(European Network for Rural Development, 2012; Hine et al., 2008; FAO, 2020)

이 개념은 농업활동을 단순한 생산 과정으로 보지 않고,

자연 속에서의 돌봄, 학습, 사회적 관계를 함께 다루는 복합적·융합적 실천으로 발전해왔다.

이는 농업이 사람을 돌보고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치유농업은 자연의 힘을 통해 인간의 삶을 다시 연결하는 농업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치유는 오랫동안 ‘결핍의 회복’으로 정의되어 왔다.
상처가 있어야 치유가 가능하고, 무너진 균형을 회복해야만 하는,

마이너스에서 제로로 돌아오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이 전제는 치유를 결핍 이후의 과정으로 한정시킨다.
그리하여 치유는 늘 아픔의 그림자에 기대어 존재해 왔다.


하지만 흙은 다른 방식으로 말한다.
흙은 상처를 고치지 않는다.

다만 뿌리가 자라날 조건을 제공할 뿐이다.
그 품 안에서 씨앗은 스스로 살아버린다.
바로 이 자율적 생명력의 작동이 치유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치유농장은

치유를 어떤 전제 위에 세우지 않는다.

누군가 아프든, 그렇지 않든, 그 구분은 필요하지 않다.

치유농업을 단순히 복지의 도구나 체험 프로그램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치료하거나 감정을 환기시키려는 목적의 공간이 아니라

누구든 머물수 있고, 잠시 멈추어 자기 속도를 되찾을 수 있는 흙의 품.

그 자리에서 치유는 기능이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 존재한다.


치유는 더 이상 아픔을 덮는 과정이 아니라,

삶을 더 깊이 살아내게 하는 힘이다.


나는 치유농업의 과정을 세 가지 개념으로 정리한다.

‘치유의 품 → 배움의 길 → 지혜의 씨앗’


‘치유의 품’은 농장의 공간이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머무는 자리,

자신과 마주하는 자리,

멈추고 쉬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자리다.


그 다음에 ‘배움의 길’이 열린다.

몸이 흙에서 감각을 배우는 동안,
정신은 책을 통해 그 의미를 해석한다.

책은 농장의 또 다른 밭이다.
자연에서 얻은 경험을 언어로 번역하고,
사유로 정리하며, 내면의 성장을 돕는 도구다.

독서는 단순한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자연의 경험을 사유로 연결하는 다리다.
한 장의 책을 통해 사람은 자신을 바라보고,
자연의 질서를 삶의 질서로 옮겨온다.

그래서 나는 새벽독서로 하루를 시작하고 , 농장의 일을 한다.
흙에서 배운 감각을 책에서 해석하고,
책에서 얻은 질서를 다시 삶으로 돌려보내는 순환.
이것이 배움의 길이다.


‘치유의 품’에서 멈추고, ‘배움의 길’로 나아가는 사이,

자연과 사람, 그리고 관계 속에서 자신을 비춰보는 일은

관계적 다리가 되어 우리를 다시 자기자신 에게로 이끈다.


마지막으로 ‘지혜의 씨앗’이 남는다.

씨앗은 내 삶에 깊숙이 남아

다른 삶으로, 다른 농장으로, 다른 배움으로 퍼져 나간다.

이것이 나의 치유농장이 지향하는 성장의 순환이다.


나는 작은 농부다.

흙을 만지고, 계절에 흐르며, 손으로 생명을 돌본다.
그 단순한 반복 속에서 나는 하나의 진실을 배웠다.
치유는 위로가 아니라 방향이며, 회복이 아니라 성장이라는 것을.

즉, 상처를 달래주는 행위가 아니라,

그 상처를 통해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깨닫게 하는 힘이다.

씨앗은 흙의 품 안에서 조용히 자신을 확장한다.
자연안에서 기다림으로
스스로 살아버리는 힘을 기른다.

그래서 나는 치유를 기능이 아니라 자리로 본다.


삶이란 회복에서 다시 살아내는 힘을 배우는 과정임을 나누는 농장이 되길 바란다.


이 농장을 통해

누군가가 자신안의 자연과 다시 만나는 순간을 꿈꾼다.
그때, 치유는 더 이상 ‘돌봄의 기술’이 아니라
존재가 스스로 '살아 있음'을 자각하는 순간이 된다고 믿는다.

삶이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원리를 이해하는 행위가 된다고 믿는다.




코치 김주원박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이 한줄이 너무 작아 마음이 탑니다.

선생님과 함께 걸어온 배움의 길 위에서, 저는 제 꿈을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걸음들이 서로의 가치를 증명하도록 깨어있는 행동에 집중합니다.

선생님이 보여주시는 증명이 저에게는 무한한 힘이 됩니다.


작은 농부의 아직은 작고 어설픈 시작의 발걸음일테지만

이 길 위에서 선생님과 함께 우뚝 서겠습니다.

창업의 발걸음을 시작합니다. 감사합니다.


건율원의 '위대한 북클럽 태양마중' 을 통해 정신을 배우고 삶을 정돈하고 있으며, 코칭을 받습니다.

그 배움의 정신과 몸소 느끼는 운영철학으로 치유농장의 뼈대를 세우고 있습니다.


건율원https://guhnyulwon.livekla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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