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맛
약자를 짓밟는 달콤한 쾌감
거부할 수 없는 권력의 맛
크건 작건 미숙한 손에 쥐어진 힘은 변질된 후
반드시 누군가를 향한다.
강자(强者)에 약하고 약자(弱者)에 강한 전형적인 소시오패스
슈퍼바이저 '완'이 그랬다.
매니저가 장기 휴가를 떠난 틈에 완장을 차더니
닭 모이쪼듯 우리를 볶아치며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성공을 갈망하는 그녀의 눈빛 속 야비하게 번들거리는 야심(野心)이 발톱을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녀에게 숫자에 불과한 우린 목표 달성의 수단이요 착취의 대상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 아직 1분 남았다. 빨리빨리 일해."
그녀의 칼칼한 목소리가 채찍이 되어 고단한 노역에 지친 등위에 떨어지면
치밀어 오른 수치심이,
고개를 쳐든 자괴감이 ,
누군가에겐 객고(客苦)의 설움이 온몸으로 퍼졌다.
숭어 따라 뛰어오르는 망둥이, 바닥에 떨어진 권력의 부스러기를 소비하는 필립은 직급도 없이 허드레 일을 한다. 그는 불난 집에 낄낄대며 성냥개비를 던진다. 애매한 그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려는지 청(請) 한 적도 없는 도움을 준다면서 온갖 지적질을 해대는데 무엇보다, 사사건건 참견하는 그의 언어 속에 묻은 친절을 가장한 위선과 백인 특유의 알량한 우월감이 역겨웠다.
권력의 먹이사슬 말단 누구에겐 학비조달과 고향 부모 생활비의 원천인 잡이기에, 그래서 버릴 수 없기에 그들은 이 욕된 삶을 묵묵히 이어간다. 권력이랄 것도 없는, 그 하찮은 힘에 휘둘려 '맑은 영혼의 빛'이 사그라들고 그 자리에 어둠이 드리워지면서 '나의 천국'은 무너지고 있다.
분노하며 무기력하게 바라만 볼 것인가.
침묵은 묵시적 동의이며 방관은 악에 동조하는 소극적 방식이다.
소중한 것은
사람이든 그 무엇이든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지킨다. 늦기 전에, 잃기 전에
뭐라도 해야 한다. 권력이 폭력이 되기 전에
난 방촌方寸에 회懷하던 인刃 (가슴속 품은 칼)을 꺼내 들고 만지작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