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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는 가능하지만 기억은 가져갈 수 없습니다

투자 실패 순간으로 회귀하기 -1편 2008년 금융 위기-

by YYY Mar 18. 2025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작은 스타트업 회사를 창업한 나는 작지만 수중에 돈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당시 씀씀이가 거의 없던 사람이었기에 돈이 생기면 그 돈은 통장에 거의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 돈으로 뭘 할까 고민할 것도 없이 거의 본능적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큰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항상 머릿속에 가득했다. 스타트업도 뭔가 대박을 바라고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녹록지는 않았다. 돈은 벌리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크진 않았다.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이 주식시장으로 나를 인도한 것 같다. 하지만 주식시장이라고 해서 사업과 크게 다른건 없다. 작은 돈은 그래도 벌기 쉽다. 하지만 큰돈은 어렵다. 여기서 작은 돈은 크게 의미 없는 수준의 돈이다.


그럼 작은 돈이라도 계속 벌어 복리의 마법을  부리면 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아무리 매매를 잘해도 10번의 거래에서 10번 다 이길 수는 없다. 1~2번만 져도 계좌는 원상태가 되거나 마이너스가 되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금융위기 전 현대차 주가의 차트 모습. 대략적으로 내 평단은 7만원 정도였다.금융위기 전 현대차 주가의 차트 모습. 대략적으로 내 평단은 7만원 정도였다.


짤짤이 단기 거래에 지친 나는 계속 거래하는 것보다 그냥 몇 년 묵히는 장기투자가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있는 돈 전부를 현대차에 투자했다. 하지만 이 생각을 한 시점이 너무나 좋지 않았다. 하필이면 2007년 중반 정도에 이런 생각을 먹었다.


금융위기 전에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2007년)가 먼저 터졌다. 하지만 나처럼 금융에 무지한 사람들은 이 사태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서브프라임사태가 터질 때만 해도 이게 금융위기로 번질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일반인 중에서는 거의 없었을거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금융위기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을 거다.


오히려 한창 오르던 주가는 이로 인해 조정을 받았고 언론과 뉴스에서는 오히려 매수 타이밍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도 추매를 한 것 같다.



주가는 6개월 사이에 반토막이 나버렸다주가는 6개월 사이에 반토막이 나버렸다


몇달간 조정이 있은 후 2~3달간반등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 과정은 결국 번지 점프대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금융위기가 가시화(리먼브라더스 파산)되자 주가는 6개월간 절벽을 만들며 떨어졌다.


내가 지금도 투자를 할 때 항상 폭락까지 대비해 놓는 건 이때의 경험 때문이다. 솔직히 금융위기 급의 폭락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이미 겪은 사람의 뇌리에서는 그 충격이 사라지진 않는다. 그래서 이러한 점들이 투자의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항상 방해를 한다.


폭락 당시 주식계좌를 열어보지 않았다. 막대한 손실이 너무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가는 바닥을 찍자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자동차, 화학, 정유업종이 빠르게 올랐다.



내가 판 가격에서 현대차 주가는 3배 정도 더 올랐다내가 판 가격에서 현대차 주가는 3배 정도 더 올랐다


운이 좋아 현대차를 손실 없이 탈출했다. 이래서 우량주를 사야 하구나 생각도 했지만 본전에 판 건 참 바보 같은 결정이었다. 그 이후 현대차는 훨씬 더 올랐다. 그대로만 두었어도 3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을 거다.


만약 다시 그 시점으로 회귀한다면 꽤 큰돈을 벌 것이다. 그런데 회귀는 가능하지만 기억은 가져갈 수 없다면? 하지만 변화한 투자 마인드는 그대로 유지한다면? 나는 어떤 마인드를 지니고 있어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까?


우리는 과거 차트를 보면 매수타이밍을 쉽게 알지만 막상 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매수타이밍을 잡기 어렵다. 지금이야 이렇게 떨어졌으면 무조건 매수 아닌가?라고 생각하겠지만 거기서 더 떨어질지 오를지를 판단하는 건 쉽지 않다.


그리고 알아도 추매 할 여력이 없을 수도 있다. 이미 긴 하락을 겪으며 폭락이 끝일 거라 생각하며 물을 탔을지도 모른다.


대출? 저 당시 대출 금리는 지금과 달리 상당히 높다. 저 당시 저금리 시대가 아니다. 그리고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중이라 은행에서 일반인에게는 웬만해서 대출 안 해주던 때다.


결국 어떤 마인드가 유리할까? 내가 낸 결론은 그냥 두는 것이다. 폭락은 결국 회복한다. 물론 모든 주식이 빠르게 회복하는 건 아닐 거다. 하지만 한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라면 회복한다에 손모가지 하나쯤은 걸만하다.


물론 폭락은 매수로 대응한다고 하지만 저 당시 폭락은 최근에 겪은 폭락과는 아예 양상이 다르다. 짧게 봐서는 6개월이지만 길게 보면 1년이다.


아침 9시 땡 하면 장이 새파랗게 질려있다. 이걸 1년 동안 경험한 사람이 바닥을 판단하는건 어렵고 추매 할 여력이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미 바닥오기 전에 바닥이라 생각하고 추매 하여 더 이상 돈이 남아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한 가지 마인드를 더한다면 '폭락장이라도 꾸준히 매수한다' 다. 바닥을 예측하는 게 아니라 그냥 기계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이든 일주일에 한 번 이든 적금 붓듯이 매수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미래에서 회귀했을지도 모른다. 그럼 이 순간과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투자 마인드를 정립해야 한다. 어느 순간 또다시 우리가 부자가 될 수 있는 순간으로 회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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