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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죽었니? 살았니?

살아있음의 기준, 적극성과 능동성

by 독자J

p.193~200

『손자병법』, 글항아리, 손자 지음, 김원중 옮김


손자는 실전에 임하여 용병(用兵)할 때 4가지 요소를 잘 다루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를 각각 ‘치기(治氣)’, ‘치심(治心)’, ‘치력(治力)’, ‘치변(治變)’이라 한다. 치기(治氣)란 적의 기운(氣)을 다스린다는 것으로, 아군의 기세나 분위기는 충만하고 적의 기세나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공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손자는 아침에는 적의 기세가 충천한 상태이므로 공격하지 말고 적이 방심하는 때인 저녁에 공격하라고 했다. 치심(治心)은 적의 심리를 다스린다는 것으로, 아군은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평온한 상태에서, 반대로 적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공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손자는 엄정하게 다스려진 아군으로 혼란스러운 적을, 고요한 아군으로 시끄러운 적을 상대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으로 이는 적을 심리적으로 동요시키는 심리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치력(治力)은 적의 전투력을 다스린다는 것으로, 적과 아군의 전력을 비교하여 아군의 전력이 최대치이고, 적의 전력은 최소일 때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손자는 아군은 밀집된 상태에서, 적군은 분산된 상태에서 싸우고, 아군은 배부르고 적군은 배고픈 상태에서 싸우고, 아군은 편안하고 적군은 불편한 상황에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치변(治變)은 적군과 아군이 처한 상황에 따른 대응을 잘해야 한다는 것으로, 상황 판단력과 그에 따른 임기응변을 강조한 것이다. 손자는 치밀하게 정돈되고 잘 조직된 적과는 싸우지 말고, 당당한 위용을 갖춘 적과도 싸워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손자는 여덟 가지 전쟁 수칙을 제시하는데, 고지에 있는 적, 언덕을 등지고 있는 적과는 싸우지 말며, 거짓으로 패한 척하는 적과 미끼 역할을 하는 적은 공격하지 말며, 날카로운 병졸이 있는 적과는 싸우지 말며, 귀향(歸鄕)하는 적은 공격하지 말고 포위를 하더라도 출구를 열어준 상태로 하며, 궁지에 몰린 적은 추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형에 따른 싸움 수칙은 치력(治力)에 해당하는 것으로, 적의 전력이 아군보다 우세해지는 상황에서는 싸우지 말라는 것이다. 적의 전략에 따른 싸움 수칙은 치변(治變)에 해당하며, 장수는 적의 작전을 꿰뚫어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적의 기세와 정신력에 따른 싸움 수칙은 치기(治氣)에 해당하는 것으로, 적의 기세를 보아 싸울 때와 물러날 때를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적의 심리적 상태에 따른 싸움 수칙은 치심(治心)에 해당하는 것으로, 장수는 적의 심리를 잘 이해하여 전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4가지 승전 요소들은 리더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무릇 리더는 조직원들의 사기를 올리고 필요하다면 적절한 통제를 통해 질서를 잡을 줄 알아야 하며(치기), 조직원들의 심리를 잘 달래고 단결시켜 조직의 목표에 동조하고 자발적으로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게 만들어야 하며(치심), 조직원들의 복리와 안녕을 보장하여 언제나 최상의 약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하며(치력), 조직 외부의 상황 변화와 갑작스러운 문제 발생 시 시의적절하게 조직의 인적·물적 자원들을 동원하여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가 무엇인지,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떤 것인지, 현재 조직이 처한 상황은 어떠한지 등을 정확히 내다보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치변). 리더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섬세함과 단호함, 냉철함과 공감능력, 끊임없는 전략적·합리적 사고와 유연함이 필요하다. 수평성과 수직성을 모두 채택할 수 있어야 하며,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을 동시에 지녀야 한다.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학습하여 최대한 상황을 입체적·다각적으로 분석하여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는 현대에는 이러한 리더의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우리에게 지금 이런 리더가 있는지, 우리는 이런 리더가 될 사람을 보유하고 있으며 또한 그런 자질과 역량이 있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해봐야 한다.


아울러, 손자는 승전의 4가지 요소를 통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무조건 싸우거나 단순히 많은 병력과 자원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전쟁에 개입되는 직·간접적 요소들을 분석하고, 아군이 전쟁에 이기기 위한 상황과 여건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필요하다면 적의 기세와 기운을 떨어뜨리고, 적의 심리를 동요시키고 불안하게 만들며, 적의 전력을 약화시키고, 적의 전략·전술을 꿰뚫어 보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아군이 이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격하는 판단을 내리도록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승리란 만들어지는 것이니, 적이 비록 많아도 그들로 하여금 전투를 할 수 없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같은 책, p.169) 나는 이런 적극성과 능동성을 갖춰야 한다. 내가 처한 상황을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며 포기하거나 현실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상황에 적극적으로 맞서고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끌고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누구든지 앞에서 말한 리더가 되려면 결국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를 갖춰야 하므로 적극성과 능동성이 본질이다. 언젠가 물살에 몸을 맡기는 물고기는 죽은 물고기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죽은 물고기인가? 산 물고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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