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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율 높아도 가족은 소중하다

이혼은 ‘실패’가 아니라, 관계의 재정립일뿐

by 마담 히유

이전 글에서, 프랑스인들에게 ‘결혼’이란 얼마나 가벼운 존재인지, 그리고 그보다는 ‘가족’이라는 관계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지를 다뤄보았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혼’에 대한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프랑스에 살다 보면, 이혼은 놀랄 일도, 숨길 일도 아니라는 걸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한 번쯤 이혼하는 건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중 하나일 뿐이고, 두 번, 세 번 이혼한 사람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친다.


처음엔 낯설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이혼’이라는 단어에 어딘가 조심스러운 기류가 흐르니까.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이혼했다고 해서 사람을 특별히 다르게 보지 않는다.


잘 안 맞았나 보네.

그게 전부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어떤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는가다.




사랑해도 굳이 결혼을 하지 않는것과 마찬가지로, 이혼율이 높다고 해서 가족이 덜 소중한 건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가족의 형태'보다는 '가족 안의 관계'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재혼 가정, 동거 중인 부모, 아이 둘의 엄마가 다른 경우, 아이 둘의 아빠가 다른경우... 그 어떤 모습이든, 사랑과 책임이 있다면 그건 '가족'이다. 서류상 가족이 아니라, 일상에서 가족이 되는 사람들. 이것이 프랑스인들의 가족관계다.



내 전 직장동료중 하나는 이혼을하고 평일에는 전부인이, 주말에는 그 동료가 딸아이를 돌봤더랬다.

"괜찮은 사이로" 헤어진 경우인지라, 둘이 적당히 (아이 관련해서) 연락도 하고, 딸아이도 엄마이야기, 아빠이야기를 서스럼없이 한다고 했다. 엄마가 새로 사귄 남자친구 이야기를 듣고 내 동료는 전부인과 만나 그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전부인의 새로운 시작은 응원하지만, 일단 자기 자식이 있는 이상 어떤 사람인지, 괜찮은 사람인지는 알아야겠다고. (모든 딸가진 아빠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현재는 다같이 오고가며 마주치기도 하고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 날씨 좋던 주말, 아이가 아빠의 집 테라스의 의자에 기대 누워서 아빠한테 말했다고 한다.

"아빠, 내 삶은 너무 아름다운 것 같아."


막연히 "이혼가정"의 아이들은 그에 따른 심리적 영향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오히려 이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 가 된다면 그 어느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처음에는 아이가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부모가 서로를 헐띁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이 아닌이상, 엄마와 아빠의 결정에 대해 잘 설명을 해준다면 아이들도 이해를 한다. 부모님의 결혼생활이 끝났을 뿐, 내 부모님이 사라지는것이 아니라고.


이혼 후에도 함께 아이를 돌보는 전 배우자, 주말마다 아이를 데리러 오는 아빠, 생일에 다 같이 모여 식사하는 새로운 가족 구성원들.

이런 모습이 처음엔 낯설게 보일 수 있지만, 서로를 미워하고 참으며 함께 사는 가족보다 따뜻하게 존중하는 관계 속에 있는 아이들이 훨씬 더 편안해 보일 때도 많다.





프랑스에서 이혼이 어느정도로 흔하냐면, 13명이었던 내 전 회사의 세일즈 팀원들중, 10명이 이혼을 했다. (2명은 결혼 하지 않고 동거상태, 1명만이 '전통적인 가족관계' 를 유지하고 있었다)


내 주변에 있는 한 사람은, 어머니의 날에 "로라는 최고의 새엄마예요!" 하는 카드를 받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로라의 아들도 마찬가지다. 그 아이는 가족 그림을 그릴때면 자신의 엄마, 새아빠인 세드릭, 그리고 세드릭의 두 아이들과 자신의 모습을 다 같이 그린다. 이 다섯명이그 아이에겐 새로운 가족인 것이다. (물론 엄마한테도 따로 그림을 그려주었을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새엄마, 새아빠를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경우는 없다. 이름으로 부른다. 내 부모가 이혼을 했다고 한들, 그들이 내 부모가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니까.





프랑스에서 지켜본 가족의 모습은, 반듯하고 이상적인 형태라기보단 조금은 복잡하고 엉켜 있지만 따뜻한 그 무언가였다.

가족이란 매일 함께 사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 법적으로 묶여 있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를 챙기고, 걱정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게 바로 가족 아닐까.


그래서 이혼율이 높든 낮든, 가족은 여전히 소중하다.
형태는 변해도, 마음은 이어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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