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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들과 공존하는 법을 배워라

완벽하지 않은 존재들과의 우아한 동거

by 마담 히유

파리에서 산다는 건 낭만과 현실 사이의 줄타기다.

바게트를 품에 안고 에펠탑을 향해 걷다 보면, 그 어느 순간 쉭 하며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회색 날갯짓과 바람이 느껴진다.


그들은 당당하고, 심지어 나보다 파리 생활을 잘한다.



한국에서 자란 나는, 비둘기를 그렇게 가까이서 본 적이 없다.
그들은 보통 광장 귀퉁이나 전봇대 위에서 구구거리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내가 다가가기라도 하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푸드덕 날아갔다.


한동안 닭둘기라는 단어가 유행을 했는데, 뒤룩뒤룩 살쪄서 걸어 다니는 비둘기들을 뜻했다.

그들 또한 그들만의 구역(?)이 존재해서, 마주칠 일이 많지는 않았다.



파리의 비둘기는 다르다.

파리지앵처럼 (?) 날렵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다가가도 날지 않는다.

내가 카페테라스에 앉아 있으면 발치까지 슬금슬금 다가오고, 건물 안에 들어와서 돌아다니는 것도 꽤 목격했다. 가장 재밌었던 장면은 지하철 탑승한 비둘기 (?)


파리의 비둘기들은 지하철 문이 열리면 유유히 들어오고, 종착역에 도착하면 다시 걸어 나간다.

파리지앵들은 놀라지 않고, 당황하지도 않는다. "또군" 하는 표정을 지을 뿐이다.



이 비둘기들은 심지어 차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차가 오면 날아가는 대신, 바퀴 사이로 쏙 들어가서 위험을 피한다.

이 정도의 지능이라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던 비둘기들을 벗어나 새로운 존재가 된 게 아닌가 싶다.




파리 시내에서 지내려면 사실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는 것이 좋다.

굳이 비둘기를 예뻐한다던가, 먹이를 줄 것까지는 없다 (금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일상의 한 부분으로, 같이 지하철도 타고 하면서(?) 지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우리 인생에도 ‘비둘기 같은 존재들’이 많지 않던가.
완벽하지도 않고, 조금 거슬리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없앨 수 없는 것들.

그 모든 것과 공존하는 법을 배울 때에서야 우리는 더 "프랑스인"에 가까워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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