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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앉아서 마셔라.

양 가장 적은 에스프레소로, 가장 오랫동안.

by 마담 히유

한국은 커피의 종류가 많다.

한국인의 필수템(?)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카페모카처럼 "클래식"한 커피부터, 초당 옥수수 커피나 고구마 무스가 들어간 시그니쳐 커피까지. 커피는 개성이고, 메뉴판은 끝이 없다.


그에 비해 프랑스의 카페는 그보다 훨씬 단순하다.

"Un café, s’il vous plaît."

이 한 마디면, 설명 없이도 아주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이 나온다.

좀 더 부드럽고 길게 마시고 싶으면 “un café allongé”, 아메리카노보다는 진하고, 에스프레소보다는 묽은 커피가 나온다.

그리고 라떼, 카푸치노 정도가 프랑스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커피다.




프랑스인들에게 커피는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한 각성제와는 거리가 멀다.

회사에 도착하면 일단 컴퓨터부터 켜고, 탕비실로 가서 "커피 휴식, pause café"로 하루를 시작한다.

점심을 먹은 뒤에도 커피 한 잔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Un café?" (커피 한 잔?)라는 말은 그 자체로 초대이자 핑계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도, 일을 미루기 위해서도 커피는 등장한다.

이때 마시는 커피는 절대 사이즈업도, 샷 추가도, 이런저런 시럽이 들어간 화려한 커피도 아니다. 아니다. 그냥 한 잔, 딱 에스프레소 한 잔이다.




한국에서는 커피를 "하면서" 마신다. 회의 중에도, 출퇴근길에도, 버스 안에서도, 노트북 앞에서도 손엔 늘 커피가 들려 있다. 커피는 주된 활동 옆에 놓여 있는 백색소음 같은 존재다.


프랑스에서는 반대다. 커피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는다.
커피가 중심이고, 그 외의 것은 잠시 멈춘다.



재밌는 건, 이 작은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도 꼭 자리에 앉는다는 것이다. 스탠딩 테이블에서 후루룩 원샷으로 마시고 나가는 이탈리아식도 아니고, 초록색 사이렌이 그려진 종이컵을 들고 길을 걷는 미국식은 더더욱 아니다.

물론 요즘엔 미국 문화의 영향으로 손에 스타벅스 컵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제법 많아졌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커피가 아무리 작아도, 그건 "당연히 앉아서" 마시는 것이었으니까.

에스프레소 잔은 엄지와 검지 손가락 두 개로 잡아야 할 만큼 작고 가볍지만, 그 한 잔을 마시는 자세는 진지하다.


한 모금에 다 끝날 것 같은 양이지만, 잔을 입에 대기 전, 주변 사람들과 몇 마디를 나누고, 한 모금 마신 뒤에도 잔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혼자 마실 때도 마찬가지다. 핸드폰도 내려놓고, 창밖을 한참 바라보거나 그냥 멍하게 앉아 있는다.
무언가를 "하려고" 앉은 게 아니라, 그냥 커피를 "하려고" 앉은 거다.

프랑스에서 커피는 행위다. "마신다"는 동사 하나로 표현할 수 없는.


“커피는 앉아서 마시는 것”
그게 프랑스인의 기본소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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