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글쓰기 교실에서 만났던 지슈님을 지인들에게 묘사할 때마다
"있잖아, 글쓰기 교실에서 뮤지션을 만났는데..." 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은 만든 음악은 우리 가까이 있지만 몸은 멀리있는 존재였는데 내 눈 앞에 뮤지션이 나타난 것이었다. 5주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화요일 저녁마다 자신이 쓴 글을 들고서! 그녀는 첫 날 자기소개에서 옆에 있는 다른 뮤지션을 가리키며 '친구가 글쓰기 교실에 한 번 가보자고 해서' 오게 됐다고 했다. 평소에 글을 즐겨쓰지 않은 이에게 하나의 도전이었던 셈이다.
우리는 각자 4편의 글을 썼고 나는 그녀의 글에서 '사람에 대한 애정', '오랜 인연이었던 이에게 상처받은 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 대한 여전한 희망'을 느꼈다. I가 대부분인 교실에서 따뜻한 E인 그녀는 합평 시간 중 침묵이 찾아올 때마다 손을 높이 들고 합평을 이어가 줬다. 상대방 글에 감탄을 내뱉을 때도 과장된 느낌이 아니라 진심으로 좋은 점을 발견하여 표현하는게 느껴졌다. 유머 감각까지 갖춘 그녀 덕분에 일주일마다 한바탕 웃고 올 수 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친구 뮤지션과 함께 간식을 사와 다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었다.
어떤 모임에 가면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이들이 있다. 그동안 참여했던 글쓰기 모임에도 그런 이들이 있었는데 만남을 이어가고자 먼저 만남을 제안한 적이 없고 상대방도 그런 이들이 없었기에 실제로 인연이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이번 글쓰기 교실을 마치면서도 다시 만나고 픈 이들이 몇몇 있었지만 '언젠가 다시 한 번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흐릿한 말만 남기고 마무리 됐다.
그러고 3개월 뒤, 지슈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다름이 아니라 작가님 글 읽다가 글쓰기 멤버분들 한 번 뵙고 싶어지더라구요. 헤헤.. 같이 글 하나 미리 써서 합평하는 시간을 한 번 가지면 어떨까요. 혹시 관심있으실까요?"
"와우~ 대단~~^^ 오~ 저는 좋아용 : ) ㅋㅋ"
'사람에 대한 애정'에 추진력까지 강한 그녀 덕분에 세 명의 멤버가 7월의 주말, 동대문구 까페에 모였다. 지슈님, 방송 작가였다가 지금은 영상을 기획하고 만드는 (글을 너무 잘쓰는) 지안님, 그리고 나.
장소는 젊은이들이 많은 힙합 까페였다. 뮤지션들은 이렇게나 멋진 곳을 다니나 했다.
"저도 검색해 보고 오늘 처음 와 본 거예요."
ㅋㅋ뮤지션에 대한 나의 좋은 편견이 그녀에게 발휘되고 있었다.
그날 우리는 각자 쓴 글을 한 편씩 미리 읽어와 합평도 하고 예술, 일상 루틴, 음악, 영상을 만들고 글을 쓰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그녀는 새로운 앨범 소개글을 써서 왔는데 가치관과 경험이 잘 묻어나는 글이었다. 내 기준에서 할 수 있는 세심한 피드백을 전달했다.
이야기를 듣는 그녀가 온전히 내 말을 흡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정말 신기했다. 상대방에게 이런 '받아들임'의 태도를 전달할 수도 있구나 했다. 음악의 형태로 자기 표현을 하는 그녀는 주변의 응원이 얼마나 귀한 줄 알기에 글을 쓰는 우리 둘에게 '우리의 글을 너무 좋아한다며 글을 꼭 계속 써 달라는 응원'을 몇 번이나 전했다.
그날 나는 그녀들과 대화하는 것이 즐겁고 따뜻했다. 영감도 됐다. 먼저 만남을 잘 제안하지 않는 내가 갑자기 말했다.
"우리 3개월에 한 번씩 이렇게 만나는 거 어떨까요? 글을 써도 좋고, 그냥 일상이야기를 나누어도 좋고요."
모두 "좋아요!" 라고 외쳤다.
그녀는 헤어질 즈음 '오늘이 마지막 만남이 될 지도 몰라서' 준비했다며 손편지와 귀여운 립밤을 건넸다. 고리에 걸 수 있는 립밤마저 힙했다. 세상에, 앞으로의 '인연을 잘 이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선물이 아닌 '오늘이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서' 건네는 선물이라니... 그녀가 인연 하나하나를 얼마나 귀이 여기는지 느낄 수 있었다.
돌아가는 길, 지하철에서 펼쳐본 편지는 내가 글을 쓰는 의의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었다.
엄마와 커피 데이트 중 송이님의 <10년 뒤의 별을 노래하는 마음> 글을 보여드린 적이 있어요. '세상에, 엄마 이런 일도 있다' 하면서요. 엄마는 글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셨답니다. 아름다운 이야기라 말씀하시면서 송이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그날의 분위기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남아있고, 이 추억을 가질 수 있게된 건 온전히 송이님의 글 덕분이었다 생각해요. 마음이 허락하는 날까지 기쁘고 행복하게 글 쓰시길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하겠습니다!♥
내가 발견한 아름다움을 글로 쓰면서 행복했는데 그것이 누군가에게 와 닿고 한 편의 추억까지 되었다니... 감사하고 다시 한 번 행복했다.
그날 지슈님의 8월 말 앨범 발매도 알게 되어 설레하며 8월을 기다렸다. 그리고 앨범 발매 전날인 8월 30일, 지슈님으로부터 카톡이 하나 왔다.
'송이님 : ) 저번에 보여드린 앨범 설명.. 크레딧에 잘 실려서 이번주 일요일에 나옵니다 ! 글 쓰는 데 많은 도움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별건 아니지만.. 송이님 이름을 스페셜 땡스투에 올렸답니다 하하'
'오마이갓! 왓 언 아너(honor) 잇 이즈!! '
지슈님의 메시지를 보며 감탄이 절로 나왔다. 뮤지션이 앨범에 내 이름을 스페셜 땡스 투에 올려 주다니!
이게 머선 일인가!!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날을 기다렸다.
드디어 8월 31일, 대망의 앨범 [kilburn] 발매일!
나는 유튜브 뮤직 유저라 지슈님의 음악을 영상과 함께 들을 수 있는 스포티파이, 앨범 설명을 볼 수 있는 멜론 앱을 깔고 메이킹 영상, 크레딧 설명을 보았다. 그녀가 지난 7월 모임에 가져온 앨범 설명 글도 잘 실려 있었다. 내가 제안했던 수정 부분이 정말 매끄럽게 수정되어 있었다. 괜시리 뿌듯했다. 그녀가 음악들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의도가 더 잘 표현돼 있었다.
슬픔으로 숫자 하나 더 기울지 않도록 도와준 그들과 함께한 시간을 내게 가장 편안한 표현 방식인 음악에 담는다.
나의 경험이 지금처럼 세상에 위로가 아주 많이 필요한 때, 누구에게도 말 못 하고 쉽게 이해받지 못하는 이들의 감정을 분명 어루만져줄 거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가장 좋은 세상’을 노래한다.
지슈 앨범 [kilburn] 에세이 중
5개의 곡 크레딧에는
written, composed, string-arranged, performed on piano, and recorded by 지슈
라는 설명이 있었다.
세상에! 싱어송라이터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많은 작업을 한다는 것을 문장으로 마주하니 종합 뮤지션이라는 것이 더 크게 와 닿았다. 오케스트라와 음원을 만들기 위해 협업하고 있는 영상을 보면서도 곡 하나에 들어가는 공이 얼마나 큰 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발견한 special thanks to. 이 앨범이 나오는데 큰 역할을 한 것 같지 않아 몸 둘 바를 모르겠으면서도 그녀의 고마운 마음을 받을 수 있어 영광이었다.
앨범 발매일인 오늘, 주말 오전과 오후를 그녀의 음악으로 채웠다. 오전에는 가사를 해석하고 오후에는 눈을 감고 음악을 음미했다.
첫 번째 곡인 [try to feel you]는 그녀와 지난 7월에서 느꼈던 '상대방을 온전히 느끼려고 귀 기울이는 태도'가 곡에 담뿍 담겨있어 신기했다.
[your eyes]와 [be fine]은 얼마 전 들어본 곡이었는데 브런치에 지슈님이 곡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올려 주셔서 가사 하나하나가 더욱 와 닿는 곡이었다. 이미 들었던 곡이 하나의 앨범 안에 다시 자리를 잡은 모습도 새로웠다.
[let it flow]와 [easy]도 '세상에 위로가 되는 목소리'가 되고 싶은 지슈님의 마음이 잘 표현된 곡이었다.
글은 그 글을 쓴 사람보다 멋지다는 말이 있다. 글로 표현되면서 상황이 더 극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실제보다 가공해 멋지게 표현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로만 만난 작가를 실제로 만나보면 태도면에서 실망할 때가 많다. 음악의 경우도 그럴 수 있을텐데 지슈님의 곡을 들으면서는 실제로 만난 지슈님의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음악에 여실히 드러나 있어 창작물과 창작자가 일치되는 느낌을 받아 신기하고 반가웠다.
다른 사람의 손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작곡, 작사하는 싱어송라이터 지슈님.
음악이 가장 편안한 표현 방식이면서 세상을 위로하고픈 마음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해 글이라는 양식을 통해 앨범 에세이까지 담아본 지슈님.
사람에게 상처받아 움츠러 드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가장 좋은 세상을 노래하는 지슈님.
그녀가 [your eyes]를 [try to feel you]하며 [be fine] 이라고 말해주는 세상은 분명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가장 좋은 세상]으로 존재할 것이다. 그녀가 음악으로 전할 또다른 세상을 기대하며.
https://www.melon.com/album/detail.htm?albumId=12087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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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