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쏭쏭

올 1월부터 대전에 사는 ‘송’님과 손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몇 년간 블로그 이웃으로 지내며 친한 친구에게도 잘 말하지 않는 내밀한 고백들을 공유하며 삶의 궤적, 상실, 만남, 기쁨 등을 알아 온 사이였다. 새해를 맞이하며 안부 글을 주고받던 중 송님이 제안했다.


송이님, 혹시 저와 펜팔 어떠세요? 대단한 내용 아니더라도 재밌게 본 영화나 드라마, 책이 주는 위로, 산책하며 만난 동네 강아지, 새로 들인 화분에 꽃이 핀 이야기, 새해 목표와 다짐 등등. 일상에서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답장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그 계절을 견뎌낼 힘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요. 계절에 맞는 제철 행복을 나누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그게 송이님이면 더 의미 있는 추억이 될 것 같아서요.


1월에 도착한 그녀의 첫 편지는 외양부터 예쁜 스티커와 정갈한 글씨체로 정성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안에는 편지 세 장, 연필 한 자루, 인덱스 스티커 등이 들어 있었다. 예쁜 편지지, 기대 이상의 글솜씨, 영감이 되는 일상 이야기, 취미로 문구를 모으는 그녀가 엄선해 보내준 문구까지. 편지를 두 손에 쥐고 과자 선물 세트를 받고 기뻐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발을 동동댔다. 송님은 김소연 시인의 산문 책 「나를 뺀 세상의 전부」 속 문장을 보내주었다.


「선물은 주거나 받는 것이라기보다는 되는 것이다. 선물이 되는 사건, 선물이 되는 시간, 선물이 되는 사람. 선물이 되는 말. 선물이 되는 표정. 선물이 되는 사람이 선물이 되는 말과 함께 선물이 되는 표정을 지으며, 자그마하고 사소한 선물 하나를 건넸을 때, 그것은 선물이 되는 시간이자 선물이 되는 사건이다.」


송이님, 제게 선물이 되는 사람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물이 되는 사람’이라니... 벅찬 표현이었다. 한 달마다 잘 살아내 또 다른 편지를 맞이하고 나도 선물이 되는 편지를 선사하고 싶었다.


숨구멍이 필요할 때 신은 때때로 천사를 보내주었다. 선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이들이 삶의 추위를 데우고 지금의 자리에 이르도록 도와주었다. 어렸을 적 보물찾기 놀이를 할 때 누군가 보물을 다 찾으면 놀이가 끝났다. 어른이 된 나는 신이 이 세상에 보물을 아주 많이 숨겨 놓았다고 믿기로 했다. 따뜻한 순간들, 아름다움을 지닌 사람들, 회복의 힘을 주는 자연들을 마주할 때마다 보물을 찾은 것 같았다. 좀 더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선물이 되는 순간들, 선물이 되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싶어서다.


세상은 악의적인 사람이 많고 좀 더 가졌다는 이유로 그렇지 못한 자들을 핍박하고, 일터에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이들이 추락하여 죽고, 책임을 다하지 않는 직업인들로 인하여 억울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나 또한 오랜 세월, 이해할 수 없는 삶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싶어 수많은 사회학책과 철학책 등을 읽고 고통을 글로 풀어내며 살아내려 애썼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신의 선물을 찾는 순간에 감사하면서 살기로' 선택했고,

'신이 이 세상에 수많은 선물을 숨겨 놓았다고 믿기로' 결정했다.


보물은 귀하기 때문에 그런 순간들과 사람들을 수집하고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졌다. 내가 만난 아름답고 따뜻한 이들을 알리고 싶어졌다. 이 책 속에 그동안 받은 선물들을 담았다. 이 글들은 선물이 되어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 답장이기도 하다. 당신에게도 글을 읽는 시간이 선물이 되는 시간이기를 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