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도 괜찮을까?
한국에 오면 잘 먹고 잘 살 줄 알았다. 미국에서 ‘나 혼자 산다’ 채널을 보면서 한국은 혼자 살기 딱 좋은 나라 같았다. 늘 나는 챙겨 먹는 게 힘들었다. 나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어야 먹을 걸 찾게 된다. 그런데 그때는 이미 벌써 먹어야 할 시간을 넘겨서, 뭐든 옆에 있는걸 허겁 지 겁먹고 돌아서며, 맛있고 영양가 있는 걸 먹지 못한걸 늘 후회하며 살았다.
30년 전에 한국을 떠나 미국에 발을 밟은 그 순간부터, 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미국 약사 면허를 받았고, 일 하면서 아이 둘 낳아서 키우고 … 한 번도 일없이 쉬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10년 넘게 월급쟁이를 하다가 내 사업을 차리 고는, 거의 24 시간 일을 했다. 자면서도 회사 문제를 걱정하면서 자다가, 새벽쯤에 문제 해결을 하고 눈을 뜨는 때도 있었으니 말이다.
어느 날, 스트레스로 원인 모를 열병이 나서, 3 주를 아파 누워 있다가 일어나서는, 늘 하던 일 중 하나를 그만두었다. 바로 식사 만들기였다. 일단, 음식맛을 잃어버린 나는 먹고 싶은 게 없었다. 아침에 아이들에게는 냉동 음식(아이들은 티브이에서 선전 하는 음식이라 좋아했다)을 데워 주거나, 과일, 요구르트, 빵 등을 먹여 보내고, 점심은 각자 학교에서, 직장에서, 저녁은 늘 외식을 하거나, 식당에서 사가지고 와서 먹었다. 그때는 “우버” 배달도 없던 때라, 배달음식은 오직 중국집과 피자 집 만이 있었다. 늘 아이들에게, 엄마가 해준 맛있는 요리가, 없는 것 같아 미안했다. 다 자란 아이들이 집에 오는 이유는, 엄마가 해준 밥을 먹기 위함 이라는데.. 그리운 엄마의 손맛, 뭐 그런 게 우리 아이들에게는 없지 않을까 싶다. 오직 해 주는 거라곤, 김치볶음밥, 아니면 삼겹살이나, 소고기를 구워 주는 거다. 앗! 우리 아들이 곰탕이라고 했다. 항상 일 가던 나는, 곰탕을 많이 만들어 두고, 아이들에게 며칠이고 먹였다. 그것도 아프기 전까지만 했던 일이다.
그래도 한 번도 엄마한테 불평하지 않고, 능력 있는 엄마라고, 자랑스럽게 여겨 주는 아이들이 고맙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이 다 커서 떠난, 텅 빈집에 홀로 남아, 그저 한 끼를 잘 먹으면, 성공한 날이라고 생각하며, 직장과 집만을 오가며 살고 있던 어느 날, 나의 모습이 불쌍해지고 애처로워지기 시작했다. 돈을 벌지만, 먹고 싶은걸 제때제때 찾아 먹을 수 없었고, 먹고 싶은 것조차 없던 나는, 늘 어지럽고, 골프를 9 홀만 치고 나면 힘이 빠지고 지쳐서, 18홀을 못 끝내고 집에 가고 싶은 사람이었다. 이대로 살다 간 , 영양실조로 죽을 것 같았다. 어쩌면, 그런 내가 한국에 오면 잘 먹고 살 것 같았다.
하지만 한국의 형편은 좀 달랐다. 운동이 끝난 12시에, 혼자 밥 먹으러 가면, 사람들이 너무 많아, 혼자 앉을 테이블이 없다고, 받아 주지 않았고, 어영부영 그 시간을 넘기고 가다 보면,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 먹고 싶은 식당에서 먹을 수가 없었고, 배달을 시키려면, 기본 주문 금액에 맞추다 보니, 음식이 남아서, 버리기 일 수였다. 또 한국은 경치 좋은 카페의 천국이 아닌가? 하지만, 저 카페에, ‘50이 넘은 내가 혼자 앉아 있어도 될까?’라고 주저하게 만든다.
‘100세 시대라는 데, 지금 50 대인데도 이런데, 나머지 60대 70대 80대 90대 100대에는 무얼 어떻게 혼자 먹고살아야 할까?’ 분명히 미국에서 본 유튜브 에 의하면, 한국에 맛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지금부터라도 그 모두를 섭렵해 보기로 해야겠다. 운동과 취미로 가득한 스케줄에, 먹는 스케줄도, 꼭 넣어야 겠다. 많은 스케줄로 갑자기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