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의 일부가 아니라 맥락을 봐야
이재명 대표의 '엔비디아 국부펀트' 발언
이재명 대표가 한 '엔비디아', '주식의 30%를 국가가 소유' 등의 발언은 민주당 유튜브의 한 대담에서 나왔습니다. 전체 내용은 기니까 KBS에서 적절하게 요약한 영상을 첨부합니다. 논란이 되는 발언은 6분 35초부터 등장하지만, 발언의 전체 맥락을 확인하려면 이 영상이라도 전부 시청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재명이 또 황당한 소리를 했구나 싶었는데, 전체 영상의 맥락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엔비디아' 같은 건 이재명이 '실수'로 든 가상적인 예시일 뿐이고, 정말 하고 싶은 말은 AI로 인한 혁신적인 생산성 향상이 가져다줄 성과를 공동체가 공유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전체 발언의 핵심적인 취지였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보수 여권 인사들이 이재명의 발언을 직접 찾아보지 않고, 언론에 짤막하게 소개된 대목만 보고 유추해 민주당의 주장대로 '곡해하거나 오해'했다고 생각합니다. 발언의 전체 맥락을 보면 '아직 있지도 않은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부터 갈라 먹을 생각을 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째 이 일을 키워가는 민주당이 하는 꼴이 이상합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국민, 정부, 연기금 등이 참여하는 '국부펀드'를 만들어 집중 투자해 AI 산업 분야 첨단 미래 기업을 키우면 국민들의 세금 부담이 줄어들 만큼 막대한 국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습니다. 이건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왜곡하는 것인 동시에, 보수 인사들이 '비판'하고 있는 요소를 그대로 이행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인사들은 이재명 대표가 하는 말을 '곡해하거나 오해'할 유인이 없으니, 그냥 멍청한 거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이재명의 '엔비디아 국부펀드' 발언 자체에는 문제가 없나?
문제가 없다고는 못 하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수 여권 인사들이 이해하고 있는 방식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이재명이 한 말은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 그 기업의 주식 중 30%를 국가가 강제 매수해서 국민들에게 흩뿌려버리자'는 무식하고 과격한 주장이 아닙니다.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하늘에서 내려온다면 국가가 그 회사를 차지해 회사의 이윤을 세금으로 대체하자'는 황당한 주장도 아닙니다. 이재명을 무식하고 과격한 포퓰리스트로 프레임 잡고 싶은 건 알겠는데, 이런 식이면 국가 미래에 대한 건설적인 토론이 시작조차 안 되지 않습니까?
'엔비디아'와 관련한 이재명이 발언한 취지를 제가 선해해 보면, '가령 엔비디아 같은 회사를 사전에 국민들이 발굴했어서 그 지분의 30%만 들고 있었어도, 그 회사의 혁신으로 인한 수익을 국민들이 나눠가질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방식으로 이해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방식으로 이해했을 때에는 무슨 문제가 있는지는 이준석이 다소 비아냥대는 말투지만 비교적 잘 지적해 줬습니다.
이재명의 말실수가 아니라 본질을 보자
그런데 사실 이런 선해조차 할 필요가 없는 게, 애초에 이재명은 '엔비디아' 예시를 들었으면 안 됐습니다.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진의와 다른 결의 주장을 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영상 전체의 맥락을 볼 때 이재명이 했어야 하는 말은 '엔비디아 예시'가 아니라 'AI 산업 성장의 과실이 국민들에게 골고루 공유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안'이었습니다. AI가 가져다 줄 생산성의 향상으로 인한 실물경제에서의 혁신과 한 기술 기업의 주가 상승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까? 이 차이를 이재명 본인이 몰랐다면 안타까운 무식이지만, 즉흥적인 인터뷰 도중에 나올 수도 있는 말실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생방송도 아니고 편집 영상인데 이런 말실수를 용납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딱히 이재명을 지지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민주당 정책위원장도 제대로 못 알아듣고 헛소리 하는 마당인데 영상 편집하는 사람이 뭘 알겠습니까? 이재명 본인은 본인 성격대로 그런 말을 해놓고 곱씹어 보지 않은 채 문제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겁니다. 보수 인사들이 반격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여하간 제가 하고 싶은 말은 'AI 시대로 도래할 대규모 실직과 급격한 생산성 향상 등, 구조적인 경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재명 발언의 전체 맥락에는 우리 모두가 보편적으로 공감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이재명은 다소 근거 없는 낙관주의적 입장이긴 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도래할 미래는 정말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재명이 틀렸다고 무어라 지적하기도 애매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재명은 그 AI 시대의 도래로 인한 과실이 모두에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덧붙인 겁니다. 이걸 가지고 공산주의자라고 할 순 없지 않겠습니까? 그럼 산업혁명의 과실을 근대적 복지 제도 입안으로 공정하게 분배하자고 주장하는 기존의 모든 정치인들도 다 공산주의자인가요?
민주당의 진짜 문제 : 이재명의 무능한 예스맨 친위대
민주당의 진짜 문제는 이재명 주위에 온통 생각 없는 이재명 친위대 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재명이 '엔비디아' 키워드로 공격받으니까, 이재명이 한 발언의 진의를 살펴볼 생각이 없는 건지 능력이 없는 건지 진짜로 국부펀드로 '엔비디아'를 만들어버리겠다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건 명백한 민주당 인사들의 역량 부족입니다. 민주당에는 정책학, 경제학 석박사로 꾸려진 싱크탱크가 없습니까? 변호사 출신이나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야 돌발적으로 전문성 떨어지는 소리를 할 수는 있는데, 이게 정당 차원의 메인 보이스가 되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무능한 예스맨들이 이재명 라인만 꽉 붙잡고 무리한 결사옹위를 하니까 이런 그림이 나오는 겁니다. 아닌 건 아니라고 딱 잘라서 말해줄 보좌진이 없다는 것, 그런 사람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죄다 친명계 예스맨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게 제가 볼 때는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소위 '수박'들에게 하도 시달리다 보니 정당 민주주의는 개나 주고 그런 친위대를 꾸린 것 같은데, 이재명 정치 인생이 민주당 당대표에서 끝날 게 아니라 정말로 제대로 된 대통령이 되고 싶은 거라면, 인사를 이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