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파키스탄 분쟁이 한국에 미칠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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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황 : 파할감(Pahalgam) 테러와 인도-파키스탄 분쟁 격화
4월 22일 오후, 인도령 잠무-카슈미르(Union Territory of J&K) 파할감(Pahalgam) 인근의 바이사란 계곡에서 무장괴한들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대규모 총격 테러를 감행했습니다. 파할감은 카슈미르 남부 아난트나그(Anantnag) 지역의 유명 산간 휴양지로, 사건 당시 인도 구자라트주 등지에서 온 힌두계 관광객 수십 명이 가족 단위로 야영과 휴식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오후 3~4시경 숲 속에서 내려온 4~5명의 무장대원들은 인도 본토에서 온 남성 관광객들을 위주로 학살했는데,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이슬람 신앙 고백(Kalima)을 암송해 보라고 시키며 종교를 식별하여 힌두교인들을 위주로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 최소 26명이 사망하고 17명 이상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잠무-카슈미르 지역은 1947년 영국 식민지에서 분리독립한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 간 영유권 분쟁으로 지속적인 불안정을 겪어왔습니다. 특히 1989년 무장 분리주의 반란이 시작된 이후 카슈미르에는 만성적인 분쟁과 반군 폭력 테러가 이어져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인도와 파키스탄은 이 지역을 두고 세 차례 전면전을 치른 바 있습니다.
2019년 모디 인도 정부가 카슈미르의 특별자치 지위를 폐지(인도 헌법 370조 철폐)하고 해당 주를 연방직할시로 격하하면서, 현지에 대한 강력한 치안단속과 개발 정책이 추진되었습니다. 이후 무장 세력의 활동은 한동안 위축되었고, 인도 정부는 "정상화"를 선언하며 관광 진흥에 힘쓴 결과 2024년에는 카슈미르를 방문한 관광객이 350만 명에 달해 사상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발생한 이번 테러는 2008년 뭄바이 테러 이후 인도 본토에서 발생한 최악의 민간인 학살로 지목되면서 국내외의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현지인들은 관광 산업 붕괴를 우려하며 관광객 대상 테러에 분노했는데, 이는 이 지역의 분리독립을 부추기려는 가해 세력이 기대한 현지 주민들의 호응과는 정반대의 결과였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당시 순방 중이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급히 귀국해 긴급안보회의를 주재했고, 라즈나트 싱 국방장관은 "이번 범행에 대한 단호하고 분명한 대응"을 경고하며 범인들과 그 배후 세력을 끝까지 추적, 처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도 정부는 이번 테러의 주범으로 파키스탄 연계 무장단체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건 발생 직후 "저항 전선(The Resistance Front, TRF)"으로 알려진 카슈미르 레지스탕스는 온라인 성명을 통해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혔는데, 이는 파키스탄에 근거지를 둔 이슬람 무장단체 라슈칼-에-타이바(Lashkar-e-Taiba, LeT)의 위장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남아시아 테러분석기관 SATP의 아자이 사니 소장은 "TRF의 모든 작전은 사실상 LeT의 지휘와 승인을 받아 이뤄지는 것"이라며 TRF를 파키스탄이 개입을 부인하기 위해 만들어낸 프록시 조직으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더불어 인도 수사당국도 이번 공격의 용의자로 3명의 무장대원 신원을 특정했으며, 그중 2명이 파키스탄 국적의 외국인으로 확인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정황을 근거로, 인도 외교당국은 "이번 테러에 파키스탄 영토 내 세력이 깊이 연루되었음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이미 확인했다"고 공식 주장했습니다. 비크람 미스리 인도 외교차관은 인보각료회의 후 언론 브리핑에서 "파키스탄이 테러 지원을 중단할 때까지 인도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격 배후에 파키스탄 국가기관 혹은 조직이 개입했다는 전제를 가지고 향후 대응을 결정했음을 시사했습니다.
한편 파키스탄은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인도 측 주장을 "사실 무근의 정치적 날조"라고 일축하며, 자국은 카슈미르 무장단체를 지원한 적 없고 다만 "카슈미르인들의 정당한 자기 결정 투쟁에 도의적 지지를 보낼 뿐"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카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장관은 더 나아가 인도 정부의 통치에 대한 카슈미르에 만연한 불만과 저항 움직임이 이번 사태의 진짜 배경이라고 주장하면서, 인도 정부가 파키스탄을 희생양 삼아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영미권 주요 언론과 국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파키스탄이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공격에 대한 Q&A 기사에서 TRF를 "파키스탄에 근거한 LeT의 변종 격 조직"으로 규정하며, 인도 정부의 파키스탄 배후 지목이 역사적 사례상 근거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BBC와 CNN 등도 TRF의 정체와 과거 2008년 뭄바이 테러 등에서의 LeT 연루 사례를 언급하면서, 인도 당국이 제시한 초기 증거들(무전 교신 기록, 무기 출처 등)이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뉴욕타임스 등 일부 서방 매체는 2019년 풀와마 사건 때에도 인도가 신속히 파키스탄 연계설을 주장하며 보복 공습을 한 사례를 언급하며, 인도 정부가 국내 정치적 압박으로 인해 섣부르게 파키스탄을 배후로 지목할 가능성도 지적했습니다. 종합하면, 인도 측의 파키스탄 배후설은 과거 전례와 일부 구체적 정황 증거로 볼 때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이면서, 공식적인 국제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단정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파할감(Pahalgam) 테러의 여파
1. 지역 경제의 붕괴와 급진주의 세력의 득세
2024년에 기록적인 관광객 유치로 특수를 누렸던 카슈미르 관광업은 이번 테러로 인해 수천 명의 관광객이 즉시 대피하고 대량 예약 취소 사태를 겪으며 급랭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지역의 숙박업, 관광 가이드, 운전자, 상인 등 다수가 일시적 실업 상태에 놓였으며, 사건의 충격으로 인해 여름 성수기 전체가 망쳐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만약 카슈미르 일대의 관광업 인프라가 붕괴되면 모디 총리가 카슈미르를 인도 본토의 경제권에 통합시키려 했던 노력은 크게 빛을 바랄 수 있습니다. 또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생계가 어려워지고 치안 유지 비용이 증가하면 급진적인 분리 주의 무장세력이 다시금 이 일대에서 득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는 카슈미르 지역뿐만 아니라 인도 본토 내부에서의 테러 위협을 증가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 카슈미르 내 무슬림 사회의 위축
무장대원들이 힌두교도 관광객만 선별해 학살했다는 소식은 카슈미르 내 무슬림 공동체에도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현지 다수 주민들이 사건을 규탄하며 화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인도 본토의 일부 강경 여론은 카슈미르 무슬림 전체를 잠재적 반군 협조자로 매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이번 사건이 현지 사회에서 종파 간 불신과 갈등을 키울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 인도-파키스탄 분쟁 격화 가능성
인도 정부는 1960년 체결된 양국의 하천 이용을 규정한 인더스강 수자원 조약(Indus Waters Treaty, IWT)의 이행을 사상 최초로 중단 선언하며 파키스탄을 압박했습니다. 파키스탄은 농업에 사용되는 물 자원의 약 80%를 인더스강 수계에 의존하고 있고, 전체 수력 발전의 3분의 1을 인더스 강 유역에 기대고 있습니다. 인도가 인더스 수자원을 통제하면 파키스탄은 농업 파탄과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맞게 될 수 있으며, 이 같은 점 때문에 인더스 조약은 그간 전쟁 중에도 유지될 만큼 중요시되던 협정이었습니다.
파키스탄은 인도가 인더스강 수자원 조약을 일방 파기할 경우 이를 "전쟁 행위로 간주해 전면 대응할 것"이라며 엄중히 경고했습니다. 더불어 파키스탄 육군 대변인은 기존의 1972년 심라 협정(Simla Agreement)에 기반한 평화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것이 즉각적인 실제 조약 파기를 의미하지는 않겠지만 현재 양국 관계가 극단적으로 악화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는 한편 양국 간 실질적인 군사 충돌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인도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군 수뇌부는 LoC(인도-파키스탄 실질 통제선) 인근 테러훈련캠프 타격이나 파키스탄 측 반군 거점에 대한 정밀타격 등의 옵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파키스탄 역시 국경 지역 부대에 경계 태세 격상을 지시했고, 공군과 미사일 부대가 작전 준비 상태에 들어간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CSIS의 보고서는 "양국 모두 국내 여론을 의식해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다"면서, 국지적인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 핵보유 이후 공식적인 전쟁은 없었지만, 2002년과 2019년 등 양국이 전쟁 일보 직전의 위기를 몇 차례 겪은 바는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미국 등 우방의 중재로 간신히 충돌이 억제되었지만, 현재 국제 역학은 과거와 다릅니다. 가디언지는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 변화를 언급하며, "과거에는 미국이 파키스탄과 인도를 동시에 설득해 자제를 이끌어냈지만, 현재 미국은 인도 편에 더욱 기울어져 있어 적극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물론 현재까지는 외교적 경로를 통해 상호 경고 수위만 높아지는 상태이며, 직접적인 군사 충돌은 일어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단 긴장 고조의 톱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왜 파키스탄은 핵을 믿고 도발을 감행하는가
객관적으로 보자면 인도와 달리 현재 파키스탄은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코로나 이후 통화가치 폭락과 40%에 달하는 물가상승률 등을 관리하지 못하면서 경제 회복에 실패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외환보유고 부족 등으로 인해 전쟁 발발 시 환율 방어 등도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수입 무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자체 제조업 기반이 빈약하여 사실상 중국·사우디의 협조가 없으면 지속적인 전쟁 수행이 불가능하다가는 평가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이 인도를 도발할 수 있는 건 파키스탄이 핵보유국이기 때문입니다. 인도가 파키스탄을 상대로 쉽게 전면전을 결행할 수 없을 것임을 알고 있기에, 파키스탄도 전면전을 전혀 원하지 않지만 인도를 끊임없이 도발함으로써 국내외적으로 어떤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이익은 어떤 것일까요? 우선 파키스탄은 외형적으로는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실제로는 사회 전반을 군부가 장악하고 주도하는 국가입니다. 따라서 인접국과의 긴장 고조와 국지전 등은 오히려 군부가 권력을 유지하는 명분을 다지고 사회를 단속하는데 유리한 수단이 됩니다. 인도와의 긴장으로 군부는 예산 확보 명분을 가질 수 있고, 경제 위기로 인한 내부 불만을 종교적·민족주의적 분노 고취를 통해 외부로 돌릴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이런 방식으로 인도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인도군의 대응 비용을 높임으로써 인도의 출혈을 지속적으로 강요할 수 있는 것도 파키스탄 입장에서는 모종의 성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하 간의 방식으로 인도의 앞길을 망치는 것이 파키스탄 입장에서는 인도-파키스탄 관계에서 전략적 이득이 되리라 판단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인도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놓고 큰 사회적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런 사회적 비용과 내부 갈등 또한 파키스탄이 의도한 전략적 효과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파키스탄의 입장 때문에 인도에 대한 파키스탄의 저강도 도발은 당분간 간헐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전면전으로 비화할지는 상당 부분 인도의 인내심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다만 인도 또한 마찬가지로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파키스탄 경제를 파탄낼 수준의 제한전(Limited war)을 인도군이 감행하는 것은 가능한 시나리오이고, 현재 인도 국민들의 파키스탄에 대한 여론은 그 선택이 가져다 줄 불이익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악화되고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그렇기에 만일 파키스탄이 인도가 생각하는 레드라인을 넘거나 기어코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선다면, 이제까지와는 달리 인도군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파할감 테러는 인도 측이 가진 가장 강력한 비군사적 전략 카드인 '인더스강 수자원 조약'의 일시 중단을 사용케 했다는 점에서 국제 사회와 파키스탄에게는 상당한 경고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 이상으로 강력한 수단은 대규모 군사적 충돌 외에는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번 파할감 테러가 곧장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사태의 전개에 따라, 특히 파키스탄의 차후 대응과 인도 내의 여론에 따라 상황이 관리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달을 개연성도 존재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인도-파키스탄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번 파할감 테러에 대한 인도의 대응은 인도가 가진 인내심이 이제 한계에 거의 다다랐다는 징후로 보인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국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고 보는 것이 당분간 더 적절할 것입니다.
인도-파키스탄 분쟁이 한국에 미칠 영향
인도는 한국의 7위권 교역 대상국으로, 연간 약 200~300억 달러 규모의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한국 주요 기업들도 인도 현지에 생산 공장과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어 인도 시장은 한국 기업에게도 중요한 성장 거점입니다. 만약 인도-파키스탄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하여 인도 경제가 타격을 입거나 물류망에 차질이 생긴다면, 한국의 대인도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합니다.
가령 전쟁 상황에서 항공·해상 운송 경로에 제약이 생기고(이미 파키스탄은 영공을 폐쇄한 상황임) 보험료가 상승하면, 한국 기업들의 인도 시장 수출 및 인도 내 공장 라인 가동을 위한 원자재 조달에 지연과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도와 파키스탄 인근 아라비아해/인도양 항로는 한국의 중동-유럽 물류에도 중요한 해상로이므로, 분쟁이 격화되면 이 항로의 운송 위험 프리미엄이 올라 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이러한 지정학적 긴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파할감 테러 직후 인도 루피화 환율이 달러당 85.6루피까지 급락하고 인도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등 금융 변동성이 커졌습니다. 파키스탄의 달러화 국채 가격도 급락(4센트 하락)하여 투자자들이 남아시아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역내 금융불안은 글로벌 신흥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인도-파키스탄 간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면, 한국과 같은 신흥국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이 발생하고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남아시아 분쟁이 유가상승이나 원자재 시장 교란으로 이어진다면, 무역수지와 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이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고전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추가적인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한편 인도-파키스탄 분쟁 현실화로 공급충격이 발생하면 미국에도 관세로 인한 충격에 더해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될 개연성이 존재합니다. 이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이 연출되면 트럼프가 원하는 금리 인하는 더욱 요원한 일이 될 것이고, 트럼프가 연준 의장을 흔들거나 차기 연준 의장을 '불안정한' 사람으로 무리하게 임명하고자 하는 유인이 커지게 될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인플레이션 관리에 실패하게 된다면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위축되어 GDP 성장률이 줄어들 수 있고, 이는 미국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충격을 줄 것입니다. 트럼프의 언행과 정책 예고가 매우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준금리와 미국채 금리의 등락을 이 이상 예견하기는 어렵겠으나, 스태그플레이션과 전반적인 불확실성 고조는 금융시장을 위태롭게 만들 가능성이 보다 큰 것이 사실입니다.
결론
자국 내 인도-파키스탄계 이민자들이 많으면서 남아시아에 역사적으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영국이 이번 사태를 중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세계 경제가 이미 부담인 상황이기 때문에 양국 간 충돌이 더 부정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물밑에서 일정한 소통이 오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영국은 파키스탄이나 인도 내에 미국만큼 강한 레버리지를 갖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양국 간의 분쟁이 외교적 노력으로 조절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각국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파키스탄은 인도와 전면전을 수행할 능력이 없지만 핵전력을 믿고 인도와의 분쟁을 격화시킬 모험을 감수할 여지가 있는 점,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 내에서 파키스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 변수입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인도-파키스탄 간 분쟁의 격화는 한국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인도가 한국의 방산무기를 추가로 쇼핑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두 국가의 분쟁은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이는 특히 미국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는 부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져 한국이 중국과 미국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으로 지목되는 인도에서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자체도 문제겠지만 말입니다.
만약 증권 거래를 하는 입장이거나 남아시아 이슈에 관심이 많다면 당분간 이 이슈를 다루는 언론 기사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습니다.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