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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협상의 결론은 어떻게 날까

by 삼중전공생

현재 상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과 동시에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며 지난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에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를 부과를 선언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패닉에 빠져 대책을 강구하는 동안 트럼프의 귀환을 대비하고 있던 중국이 곧바로 반격에 나섰고, 이후 미국과 중국은 연쇄적인 보복 관세 조치를 주고받으며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145%까지, 중국의 대미국 관세는 125%까지 치솟아 양국이 사실상 무역봉쇄 수준에 해당하는 조치를 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트럼프가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선포한 동시에 중국과도 맞관세를 주고받는 동안 당연하게도 미국의 주가와 채권은 공급망 교란과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로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론이 악화되자 트럼프는 불과 8일 만에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간 유예하게 됩니다. 그 직후부터 증권가에서는 미국과 중국도 서로 물밑 접촉을 모색하고 있다는 찌라시가 돌았고, 지난 5월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중국의 고위 대표단 간 대면 협상이 성사되면서 소문은 현실화 되게 됩니다.


그 결과 5월 12일 제네바 공동성명이 발표되면서 상황은 진정 국면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145%에 달하던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30%로, 중국의 대미국 관세는 10%로 낮아지고 그 이상의 관세는 90일 간 유예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이어 미국 측 대표로 배센트 재무장관과 그리어 무역대표가, 중국 측 협상 총책으로 허리펑 부총리가 상설협의체를 이끌고 필요시 실무진 논의를 병행하기로 하여 양국 경제팀 간 소통 채널이 공식화되어 향후 협상이 일회성이 아닌 프로세스로 자리 잡게 됩니다. 그리고 6월 9~10일 현재 런던에서 열린 후속 고위급 회담은 바로 이 협의 프로세스에 따른 첫 회의로 볼 수 있겠습니다.




6월 런던 회담의 결론은 어떻게 될까


중국은 미국이 4월에 부과한 초고율의 관세에 맞서 모든 국가에 대해 희토류 등 6종의 핵심광물의 수출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희토류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소재로 중국이 세계 공급의 70% 이상을 과점하고 있는 전략자원입니다. 중국 상무부는 6월 협상을 앞두고 이 희토류 수출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6월 8일 상무부는 공식 웹사이트 성명을 통해 "최근 희토류에 대한 글로벌 수요 증가를 고려하여, 중국은 관련 합법적 수출 신청을 승인했다"고 밝힌 동시에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타국의 정당한 민간 수요를 배려하고 있다"며 향후 수출규제에 관한 대화에 적극 임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요구한 희토류 공급 정상화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초 에어포스원 동승 기자들에게 "시진핑이 희토류의 대미 수출을 재개하기로 동의했다"고 말했는데, 중국이 공식 확인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내면서 협상 테이블에서 희토류를 레버리지로 활용할 의사를 내비친 것입니다.


한편 중국은 반도체 등 첨단기술 통제에 대해서 미국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한 상태입니다. 5월 공동성명 이후에도 양국 간 첨단기술 및 안보 이슈를 둘러싼 마찰음이 지속되었는데, 중국 외교부는 "비록 관세전쟁은 일시 휴전에 합의했으나, 미국이 최신 반도체 부품 수출 통제와 중국 유학생 비자 제한 등으로 중국을 억압하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맥락들은 미중 협상 의제가 통상 분야를 넘어 안보·기술 분야에도 뻗쳐있음을 보여줍니다.


종합적으로 보자면 2025년 6월 현재 미중 무역협상은 부분적인 휴전 상태에서 복잡한 현안 조율 단계로 넘어간 상황입니다. 제네바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구조적 현안 중 가장 시급한 문제에 해당하는 의제인 희토류와 첨단기술 통제 문제가 다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이는 단순 관세율 조정보다 더 복잡한 이해 조정이 필요한 의제들입니다. 그렇지만 하셋 NEC 위원장은 런던 회담 개시 직후 "미국이 일부 기술 수출 제한을 풀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그 대가로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늘릴 것을 기대한다고 언급하였기 때문에 협상은 양국의 일정한 양보 하에서 제한적인 성과를 도출하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향후 미중 무역협상은 어떻게 될까?


장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입니다. 우선 막대한 상호관세 유예 기한이 끝나는 8월 이후에는 백악관도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는 상태입니다. 핵심적인 구조적 이슈인 '중국의 산업보조금', '지적재산권 보호', '미국의 대중 기술수출 통제', '환율 문제' 등은 협상의 난제로 남아있는데 이런 쟁점들이 8월까지 충분히 다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관세와 희토류 같은 급한 문제는 어느 정도 진정되는 듯이 보이지만, 정작 미중 갈등의 뿌리인 중국의 국가주도 경제모델과 미국의 기술패권 전략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큰 것입니다.


워싱턴은 중국이 국유기업 보조금과 강제 기술이전 등 "시장왜곡적 행동"을 시정하기 전까지 근본 해결은 없다는 입장이고, 베이징은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을 배제하고 자국 기술 우위를 지키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협상의 저변에는 지정학적 경쟁 구도가 깔려 있기 때문에 단순한 무역협정 이상의 포괄적 합의에 도달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결국 미중 양국은 단기적인 관세 휴전 합의로 협상의 모멘텀을 살렸으나 여전히 근본적인 이견은 큰 상태입니다. 미중 무역협상이 당분간은 지루한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양측 모두 파괴적인 관세전쟁으로 회귀하고 싶어 하진 않지만, 향후 협상에서 구체적 합의 이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안 그대로 엉성했던 미중 간 상호 신뢰가 파탄나 무역전쟁이 재발할 위험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변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11월에 예정된 중간선거를 염두에 두고 경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관세전쟁이 길어져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정치적으로 타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성과를 내고 싶어 할 것입니다. 시진핑 주석도 2027년 당 총서기 4연임을 노리는 상황에서 대외 불확실성 관리와 경제 안정이 절실합니다. 따라서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2025년 말 또는 2026년 초에 의미 있는 협상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이를 고려했을 때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90일 간의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끝나는 8월까지 10% 내외의 저율 관세를 상호 유지하면서 필요한 분야별로 '스몰 딜'을 연달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과정에서 중국이 일정량의 희토류 등 핵심광물 수출을 재개하고, 미국은 그 대가로 일부 대중 첨단부품 수출 허가를 내주는 식의 부분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2025년 연말이나 2026년 초에 정상회담을 통해 이들 부분합의를 묶어 포괄적 합의안을 선언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합니다. 이 합의안에는 관세 수준, 중국 수입쿼터, 산업보조금 투명성, 환율 안정 등 어느 정도 기존에 타협된 안건들이 정리되어 담길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10%의 '기본관세'와 핵심적인 대중국 규제 몇 가지를 유지하며 중국을 여전히 견제하려 할 가능성이 높고, 중국도 이에 상응해 자국 산업 보호조치를 남겨둘 것입니다. 다시 말해 무역전쟁은 '무역냉전'으로 전환되어 세계 무역질서는 뉴 노멀(New Normal)로 진입할 공산이 큽니다. 하지만 '무역냉전'이 양국의 정치·안보와 연계되어 있는 한 이는 언제든지 다른 이슈와 연계될 수 있습니다.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합의가 깨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2025년 현재는 무역 의제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지만, 미중 관계 특성상 이런 이유와의 연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중 무역협상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은 양국의 국내 정치적 요인입니다. 트럼프는 만일 미국 협상팀이 들고 온 양보안에 대해 집권 여당 내 강경파나 유권자들의 반발이 크다고 판단되면 협상을 깨버리거나 돌발적으로 태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중국 역시 미국이 대만 문제나 인권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거나, 2025년 말 중앙경제공작회의 등 중국 내부 정치 이벤트에서 강경 기조가 우세해지면 양보를 철회하고 강경 대응으로 회귀할 수도 있습니다. 각국은 강대국 정체성을 갖고 있어 협상에서 실리만큼이나 체면을 챙기는 것도 중요한데, 트럼프의 경우에는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주는 협상 스타일은 아닌 점도 잠재적 위험 요인입니다.


결론적으로 2025년 재개된 미중 무역협상은 상호 극한대치 후 절충의 초기 단계에 들어섰으며, 부분적인 합의와 이행을 거쳐 장기 협상 국면으로 전화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와 시진핑 모두 협상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어 당분간 대화는 이어지겠지만, 궁극적 타결까지는 험로가 예상됩니다. 특히 양국은 '핵심이익'을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고, 특히 기술패권과 경제체제 경쟁이라는 근본 요인은 해결이 난망합니다. 따라서 양국은 파국은 피하면서 불완전한 타협과 경쟁적 공존을 당분간 이어나가리라 전망됩니다.




결론


미중 무역협상이 어쨌거나 모멘텀을 얻고 당분간 지속되리라는 것은 한국 경제에는 희소식입니다. 특히 희토류 수출규제와 같은 문제가 어떻게든 봉합된다면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반등할 여지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연말까지 내다봤을 때 중기적으로도 한국 경제가 앞날이 밝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어느 정도 정비가 되면 미국과 본격적으로 무역협상에 나서게 될 텐데, 필연적으로 한국은 미중 무역협상 결과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에게 주어진 사명은 미중 무역협상의 결론에 따라 한미 무역협상을 조율하면서 떡고물은 잘 받아먹고, 불똥은 잘 피하는 기인열전에 가까운 기예를 뽐내는 것이겠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에 외교안보특보에 김현종 전 차장이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노무현 정권 때는 한미 FTA를, 문재인 정권 때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 맞서 한미 FTA 개정을 방어해 낸 인물인데, 이번 사건에 이만한 적임자를 진보 진영 인재풀에서 또 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부디 윤석열이 박살 내놓은 대미 외교·안보 라인이 빠르게 정비되면 좋겠습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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