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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감세, 서민증세로 국채 금리 폭등시키는 트럼프

by 삼중전공생

현재 상황


미국의 채권 금리가 폭등하고 있습니다.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동부시간 21일 오후 3시 29분 기준으로 전 거래일 대비 11bp 뛴 5.07%를 기록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은 4.5% 선을 돌파, 전일 보다 10bp 상승한 4.58%선에 육박했습니다. 이날 진행된 국채 입찰 경매 성적도 충격적이었습니다. 160억 달러 규모의 20년물 국채 입찰에서 낙찰 금리는 5.047%로 결정됐습니다. 코로나 효과로 물가가 폭등하던 2020년 이후 최고치를 달성한 것입니다. 이중 특히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미국인의 주택담보대출, 학자금대출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신용카드 이자율 등을 포함한 전 세계 금융 상품 전반의 금리 기준이 되기 때문에 미 채권 금리 급등의 영향은 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이와 같은 국채 금리 폭등이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봅시다. 가령 친구에게 1억을 빌리고 싶은데, 1년 뒤에 1억 1천만원으로 돌려주겠다니 친구가 싫다고 합니다. 그럼 돈을 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년 뒤에 1억 2천만원으로 돌려주겠다고 약속해 보는 겁니다. 만약 그제야 친구가 승낙하며 1억을 빌려준다면, 나는 금리 10%로는 돈을 못 빌렸지만 금리 20%로는 돈을 빌릴 수 있게 된 셈이 됩니다. 즉 돈을 빌리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원하는 금리까지 계속 높여 불러야 합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10년물 금리가 4.58%로 올랐다는 것은, 과거에는 3% 금리만 약속했어도 돈을 빌릴 수 있었는데 이제는 빌려 주겠다는 사람이 적어져서 4.58%까지는 불러야 돈을 빌려줄 사람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채권은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가게 됩니다. 금리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을 사려는 사람이 줄었다는 뜻이고, 수요가 줄었으니 당연히 가격은 내려갈 것입니다. 반대로 금리가 낮다는 것은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니, 채권의 수요도 많다는 뜻이고 자연히 채권 가격도 오르게 됩니다.


결국 지금 미국의 상황은 "미국에게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이 적다"는 상태인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강대국인 미국의 채권은 전통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사람들은 더 이상 미국 정부에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게 된 것일까요? 그건 현지시간으로 지난 16일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한 단계 낮은 Aa1로 강등한 까닭에 이미 드러나 있습니다.


무디스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미국의 어마어마한 부채와 그걸 갚을 의지가 없어 보이는 의회를 그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당장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미국의 국채 규모는 9조 2천억 달러라고 합니다. (3조 달러는 오보성 기사라고 합니다.) 여기다 올해 신규 적자 규모가 1조 9천억 달러입니다. 이걸 당장 갚을 현금이 없으니 또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이렇게 올해만 11조 1천억 달러의 국채를 발행해야 합니다. 이는 미국 GDP의 37.5% 규모이고, 원화로는 1경 5500조원에 해당하는 액수입니다.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수준입니다.


이미 미국은 재정지출의 7달러 중 1달러를 국채 이자 지급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방비보다도 많은 수준입니다. 이렇게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한 상황에서 추가로 국채를 발행한다면,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9월 18일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전에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7%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10년물 금리가 4.5% 수준까지 오른 상황에서 국채를 재발행한다면 연간 추가 이자 비용만 1500억 달러 이상이라고 예상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총체적인 위기 상황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부자감세, 서민증세가 국채 금리 폭등의 원인?


채권 금리 상승의 원인은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 초래의 원인은 무리한 관세 정책 추진 때문인데 일단 당분간 상호관세는 유예되었으므로 당장의 직접적인 원인은 재정적자 확대라고 보는 게 맞을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따라서 상식적인 정치인이라면 마땅히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세금을 더 걷던가,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거꾸로 하고 있습니다. 세금을 더 걷긴 합니다. 그런데 '관세'를 통해 세수를 확보하겠다고 주장합니다. 트럼프가 하는 방식인 전 세계에 대한 무차별적인 관세 부과는 미국 내의 다양한 물자들, 특히 수요를 함부로 줄일 수 없는 필수재에 대한 가격 인상을 유발합니다. 또 이 필수재는 수요의 가격탄력성 때문에 '타깃' 같은 유통업체가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 부담을 전가하기도 쉽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유통되는 필수재, 가령 기저귀 소매가가 상승하면, 부유층 입장에서는 중국산 싸구려 기저귀 가격이 30% 오르는 것이 전혀 문제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서민들 입장에는 가계에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관세가 서민들이 주로 소비하는 공산품의 가격이 줄줄이 상승시키면, 이는 사실상 '서민증세'의 효과를 낳는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서민증세까지는 좋다 이겁니다. 근데 이런 식으로 인플레이션이 유발되어 물가상승률이 채권 금리에 육박하거나 상회하게 되면 사람들은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떠나기 위해 채권을 내던지게 됩니다. 결국 이는 채권의 가격 폭락과 금리 상승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관세가 국채 금리 관리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까닭입니다.


그럼 재정지출을 줄이는 방법은 어떤가요? 적자를 줄여 미국의 재정건전성을 개선해서 신용등급도 올리면 국채 금리를 안정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맞는데, 트럼프는 이것조차 거꾸로 하고 있습니다. 상속세 공제액을 물가상승률을 초과해 인상하고, 비상장기업에 대한 최고세율을 낮추고, 주 및 지방세 공제 한도를 3만 달러로 높이는 소위 'SATL'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반대파 공화당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서민층에는 거의 해당 사항이 없고, 중산층이 누릴 혜택은 제한적이면서, 대체로 부유층이 이러한 대규모 세금 감면 프로그램의 혜택을 누리게 되리라고 전망되고 있습니다.


경제학적으로 세금 감면은 재정정책이고, 정부 지출 확대 정책과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움직입니다. 세금을 많이 걷고 많이 쓰는 것보다야 자중손실 등 여타 사회적 비효율을 창출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적자를 감수하는 정책이고 지금과 같이 재정적자 때문에 국채 시장이 발작을 일으키는 시점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위험한 정책인 것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공화당 내에도 반대파가 있는 것이고, 이들은 SATL 통과를 위해 재정지출을 줄이는 프로그램도 함께 약속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에 의해 삭감되는 재정지출이란 미국 내 서민층을 위한 공적 의료보험 제도인 '메디케이드'와 극빈층에 대한 식량 지원 프로그램인 SNAP 등입니다. 이러한 여타 복지 프로그램의 수급 자격을 까다롭게 만들어 일부 수혜자의 권리를 박탈시킴으로써 재정지출을 다이어트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더욱 웃긴 것은, 이렇게 서민층에 대한 복지 프로그램을 축소해도 부자감세로 인해 비어버린 세수를 모두 벌충할 수 없어 현재보다 약 3조 달러의 추가적인 재정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정리하자면 지금 상황은 '총체적 개판'입니다. 미국의 국채 금리가 폭등한 까닭은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입니다. 따라서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세수 확보와 지출 삭감이 필요한데, 지금 트럼프가 하고 있는 짓은 관세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거나 부자 감세를 통해 재정적자를 확대시켜 국채 금리 폭등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부자 감세에 따라 재정적자가 확대되었다는 이유로 이미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오른쪽 뺨을 얻어맞은 서민층에게 복지 프로그램 예산 삭감으로 왼쪽 뺨까지 때리는 짓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여기에 이 서민층들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지지자들이라는 가장 엽기적인 사실도 빼먹으면 섭섭하겠습니다.




국채 금리 인상, 미국 주가는 빠진다


지금처럼 미국 중장기채 금리가 하염없이 오름세라면 주식 시장에도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주가 결정 모델 중 현금흐름할인법(Discounted Cash Flow Model, DCF)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DCF 모형에서 국채 금리는 할인율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특히 무위험 이자율(Risk-Free Rate)의 기준으로 사용됩니다. 이 부분을 자세히 알아봅시다.


DCF 모형에서 사용되는 할인율인 가중평균자본비용(WACC: Weighted Average Cost of Capital)은 자기자본비용(Cost of Equity)과 타인자본비용(Cost of Debt)의 가중평균으로 계산됩니다. 자기자본비용을 산정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는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M: Capital Asset Pricing Model)입니다. CAPM의 공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구조가 이와 같기 때문에 국채 금리가 올라 무위험 이자율이 상승하면, 기업의 자기자본비용도 함께 상승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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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자본비용은 기업이 채권 발행이나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때 지급하는 이자율을 말하는데, 이는 시장 금리(국채 금리 포함)에 기업의 신용 위험 프리미엄을 더하여 산정됩니다. 앞서 말했듯이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전반적인 시장 금리도 상승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국채 금리가 오르면 기업이 새로운 부채를 조달할 때 부담해야 하는 이자율(타인자본비용)도 높아지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국채 금리는 DCF 모형의 핵심 요소인 할인율(WACC)을 구성하는 무위험 이자율의 기준이 되면서, 또한 기업의 타인자본비용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구조 하에서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인해 WACC가 오르면 DCF 모형에서 미래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할 때 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게 되므로, 동일한 미래 현금 흐름일지라도 현재 가치(기업의 내재 가치)를 더 낮게 평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할인율은 기술주나 성장주에 대해 더욱 가혹하게 적용됩니다. 기술주나 성장주는 일반적인 기업들보다 더 먼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 흐름에 의해 현재 주가가 형성됩니다. DCF 모형에서 먼 미래의 현금 흐름은 현재 가치로 할인될 때 더 높은 할인율의 영향을 더 크게 받기 때문에 국채 금리 인상은 기술주나 성장주의 주가 하방 압력을 강화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성장주이자 기술주인 기업들에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Google의 지주회사),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 등이 있는데 하나같이 주가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면서 한국인들이 많이 매수하는 기업들인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결론


트럼프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는 여러 번 지적했는데, 그것도 대단히 전략적으로 망치고 있다고 말해왔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없이 실증적으로 유익한 경제적 효과가 없음이 드러난 해묵은 부자감세를 도대체 누구 좋으라고 들고 나오는지도 모르겠으며, 그게 국채 금리가 재정적자 때문에 발작하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미스터리 합니다.


주식 시장도 채권 시장도 아직 상호관세의 충격에서 제대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현재까지 CPI나 PPI가 꽤나 좋게 나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모두 상호관세 부과의 쇼크가 반영되기 이전의 데이터들에 불과합니다. 상호관세로 트럼프가 헛소리를 한 게 유감스럽게도 만우절이 아닌 지난 4월 2일이니, 트럼프 1기 때의 실증적 데이터를 미루어 보건대 대략 2~3개월 후에 그 효과가 데이터 상으로 확인되기 시작하므로 적어도 올 6~7월에 들어 CPI와 PPI가 발표되어야 시장의 우려가 현실화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6~7월에 주가와 채권 시장이 출렁일게 뻔한 상황인데 9월 11일까지 부자감세안 SATL을 통과시키고 재정적자를 확대하겠다니, 더구나 연준도 연말까지 금리 인하는 어렵겠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으니 당분간 미국 주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상황을 구조적으로 반전시킬 만한 호재는 찾기 어렵겠습니다.




참고 문헌


Weak Auction of Government Debt Jolts Markets | WSJ

Breaking Down What’s in the GOP Tax Bill | WSJ

Rich vs. Poor: Who Gets What in the GOP Tax Bill | WSJ

The Stark Math on the GOP Tax Plan: It Doesn’t Cut the Deficit | 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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