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조지 마이클'의 'Careless Whisper'
나갈 수 없는 댄스플로어 위의 멜로디, 'Careless Whisper'
필자의 청춘을 관통한 8,90년대는 소위 '나이트클럽'의 전성시대였다.
그 시절 강남역의 월팝(월드팝), 유니콘, 이태원의 비바체 등의 나이트클럽은 피 끓는 청춘들로 밤마다 문전성시를 이뤘다.
'무도장 순례'의 첫 경험(?)은 1988년 12월 학력고사 시험 날이었다. '시험만 끝나라!, 일탈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라는 다부진 마음으로 이 날을 별렸던 필자와 친구들. 철없는 천둥벌거숭이 3인조가 간 곳은 바로 이태원의 '팔라디움'이었다. 난생처음 보는 디스코클럽의 웅장한 스케일, 현란한 사이키델릭 조명, 그리고 대형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강렬한 비트의 음악에 완전히 압도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머지않아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 찬 '댄스 플로어'의 풍경을 보고 이상하게 심장 박동이 뛰었다. 그날의 짜릿한 기분을 잊지 못해 대학생이 된 후 본격적으로(?) 틈만 나면 월팝에서, 스튜디오 80에서, 유니콘 등에서 족보 없는 춤을 열정적으로 추었다. 물론 필자가 유독 디스코클럽의 음악과 분위기를 좋아해서만은 아니었겠다.
야릇한 시선을 교환하고 자연스럽게 함께 합석을 하고, 결국은 만인의 선망을 받으며 텅 빈 무대의 '블루스 타임'때 커플(!)이 되어 춤을 추는 상상을 얼마나 했던가.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런 '행운'은 나에게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블루스 타임'을 알리던 수많은 '슬로 템포'의 곡 중에서도 유독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노래가 있었으니 바로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의 'Careless Whisper'다.
이 곡의 시그니쳐, 그 유명한 전주의 '달뜬' 색소폰 선율이 울러 퍼지면 파트너도 없는 필자의 심장은 하릴없이 뛰곤 했다.
POP ODYSSEY '80s의 6화의 주인공은 나가고 싶었으나 한 번도 밟지 못한 그 시절 '댄스 플로어 위의 멜로디, 'Careless Whisper'와 불멸의 아티스트 '조지 마이클'이다.
Wham(웸)! 의 아이돌에서 시대를 상징하는 슈퍼스타로, 조지 마이클
요르기오스 키리아코스 파나요 투(Georgios Kyriacos Panayiotou)라는 어려운(?) 본명을 가진 조지 마이클은 1980년대와 90년대를 대표하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로, 팝 문화의 아이콘이자 세계적인 슈퍼스타로 평가받는다.
1981년, 조지 마이클은 학창 시절 친구인 앤드루 리즐리와 함께 듀오 '왬!(Wham!)'을 결성, 팝 신에 등장한다. 'Wake Me Up Before You Go-Go', 'Last Christmas', 'Freedom' 등 히트곡을 쏟아내며 왬! 은 80년대를 대표하는 10대 아이돌 그룹으로 급부상했다.
https://youtu.be/pIgZ7gMze7A?si=whq9HW10oS3S232t
그러나 조지 마이클의 음악적 야망은 듀오의 틀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왬! 시절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솔로 데뷔곡으로 평가받는 'Careless Whisper'는 1984년 발매와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그의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 곡은 영국 차트 3주 연속 1위를 포함해 약 25개국에서 정상에 올랐고, 이듬해 미국 빌보드 선정 '올해의 노래'가 되었다.
1986년 왬! 해체 이후, 그는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시작하며 1987년 기념비적인 앨범 Faith를 발표한다. 이 앨범은 전 세계적으로 2,500만 장 이상 판매되었으며, 'Faith', 'Father Figure', 'One More Try' 등 수록곡 대부분이 히트하며 그를 슈퍼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특히 'Faith' 뮤비에서 보여주는 그의 스타일과 엉덩이춤은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https://youtu.be/6Cs3Pvmmv0E?si=5N3gJ5khSI9oRHEI
이후에도 Listen Without Prejudice Vol. 1, Older 등의 앨범을 통해 꾸준히 음악적 변신을 시도하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해 나갔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2,500만 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렸고, 미국 빌보드 핫 100 10곡, 영국 싱글차트 13곡 1위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의 음악 여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998년 커밍아웃 이후 성 소수자 인권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개인적인 문제들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고, 수많은 명곡을 남기며 2016년 크리스마스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팝 음악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아티스트로 기억된다. 그의 업적은 2023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 헌액으로 다시 한번 공인되었다.
'Careless Whisper', 부주의한 속삭임이 남긴 상처와 후회
'Careless Whisper'는 조지 마이클이 불과 17세였던 1981년, 앤드루 리즐리와 함께 만든 곡이다. 조지 마이클은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이 곡의 영감을 얻었다고 회상하며, 특히 관능적이면서도 애절한 색소폰 리프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한다. 곡의 가사는 어린 시절 두 명의 소녀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쳤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쪽이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상황을 상상하며 썼다고 전해진다.
노랫말은 연인과의 댄스 플로어를 배경으로,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신뢰가 깨지고 관계가 끝나버렸음을 직감하는 화자의 복잡한 심경을 절묘하게 묘사한다. "I'm never gonna dance again, Guilty feet have got no rhythm "이라는 반복되는 후렴구는 배신감과 자책감,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관계에 대한 깊은 후회를 담고 있어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이 곡이 완성되기까지는 여러 번의 재녹음 과정이 있었으며, 최종적으로 재즈 뮤지션 스티브 그레고리가 연주한 색소폰 솔로는 곡의 애절한 분위기를 완성하는 화룡점정으로 평가받는다. 조지 마이클 자신은 훗날 이 곡이 너무 빠르고 가볍게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것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Careless Whisper'는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불멸의 팝 발라드로 남아있다.
'80s 스타일의 백미(白眉), 'Careless Whisper' 뮤직비디오
'Careless Whisper'의 뮤직비디오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촬영되었으며, 곡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했다. 영상은 연인과의 행복했던 순간과 갈등, 그리고 이별 후 홀로 남겨진 주인공의 쓸쓸한 모습을 교차 편집으로 보여준다.
고급스러운 요트와 해변, 도시의 야경 등 화려한 배경과 대비되는 조지 마이클의 고뇌에 찬 표정과 연기는 곡이 담고 있는 감정선을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한다. 특히, 노래하는 조지 마이클의 모습과 연인의 부재로 인한 공허함을 담은 장면들은 배신의 아픔과 회한이라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했다.
필자는 전반적인 뮤비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80년대 스타일이라 더욱 좋았다.
https://youtu.be/izGwDsrQ1eQ?si=DZMGiJfja3xqwbMM
'Careless Whisper'가 흐르던 블루스 타임의 추억
그 시절, 우리들의 아지트였던 그곳에 들어서면 심장을 두드리는 비트와 현란한 조명이 먼저 맞이했다. 정신없이 몸을 흔들던 댄스 타임이 잦아들고, 플로어의 불빛이 은은하게 바뀌면, 모두가 숨죽여 기다리던 순간이 찾아왔다. 바로 '블루스 타임'이다.
그때, 마치 마법처럼 공간을 가득 채우던 멜로디가 있었다.
감미롭고도 애절한 색소폰 전주가 울려 퍼지면, 방금 전까지 격렬했던 공기는 어느새 로맨틱한 설렘으로 물들었다. 누군가는 용기를 내어 마음에 두었던 이에게 다가가 수줍게 손을 내밀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미 곁에 있는 연인과 더욱 깊은 눈빛을 교환하며 서로의 온기를 나눴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몸을 움직일 때, 'Careless Whisper'는 마치 우리들의 못다 한 이야기들을 속삭여주는 듯했다.
나에게도 그 멜로디는 특별했다. 갓 스무 살을 넘긴 청춘의 복잡 미묘한 감정들, 풋풋했던 사랑의 기억,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밤새워 웃고 떠들던 그 시절의 모든 순간들이 그 선율 속에 아로새겨져 있다. 부주의한 속삭임이 불러온 안타까운 이별 노래였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노래가 흐르던 블루스 타임은 우리에게 가장 솔직하고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을 선물했다. 필자를 제외하고.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Careless Whisper'의 전주만 들으면, 나는 어김없이 그 시절, 그 밤의 나이트클럽 플로어 한가운데로 순간 이동을 한다. 희미해진 기억 속에서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 멜로디와 분위기. 그것은 단순한 유행가가 아니라, 내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소중한 배경음악이었고, 지금도 가슴 한구석을 아련하게 만드는 추억 그 자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각자의 'Careless Whisper'가 흐르던 블루스 타임을, 그 아련한 설렘과 함께 간직하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