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커핑 첫 수업.

by Woo seo
ChatGPT Image 2025년 7월 10일 오전 10_03_41.png


커핑 수업 첫날, 내가 몰랐던 커피의 언어와 마주하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핸드드립 자격시험도 무난히 통과했다.

다만, 자격증은 끝내 발급받지 않았다.


비용이 부담되기도 했고,

2년 넘게 홈카페에서 스스로 내려 마셔온 나에게는

시험 속 ‘정해진 레시피’와 ‘시간 내 추출’, ‘수율과 농도 맞추기’라는 규칙들이

오히려 형식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실 수업 중 내가 내린 방식이 공식 레시피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결국 실전을 선택했고, 자격증은 내려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커핑’이라는 말을 들었다.

커피의 맛을 점수로 평가하고, 그것이 어떤 원두인지,

어떤 수준의 품질인지를 파악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이해하고 읽는 일.

그 설명에 끌려, 나는 커핑 수업을 신청했다.


2주 후, 첫 수업에 들어갔다.

우리는 원두를 분쇄하고, 향을 맡고, 뜨거운 물을 부은 후 다시 향을 맡았다.


그 후 작은 스푼으로 커피를 떠올려 마시며 조화,

여운, 산미, 밸런스, 바디, 클린컵 등 다양한 항목에 점수를 매겼다.


80점을 기준으로 스페셜티인지 아닌지를 구분한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그날 선생님이 준비한 원두는 네 가지.

나는 차례로 향을 맡고, 맛을 보며 성실히 점수를 매겼지만,

이상하게도 전부 80점을 넘지 못했다. 산미는 날카롭고, 향은 얕았고, 질감은 밋밋했다.


‘오늘은 아마 스페셜티 원두가 아니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모든 평가가 끝난 뒤, 선생님의 말이 이어졌다.

그중 세 가지는 스페셜티 원두였고,

나머지 하나도 스페셜티는 아니지만 좋은 품질의 원두였다고 했다.

게다가 한 원두는 로스팅 상태도 훌륭했고,

다른 하나는 의도적으로 변화를 준 실험적 로스팅이었다.


그 순간, 나는 꽤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좋은 커피’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동안 집에서 게이샤 계열의 원두, 혹은 대회용 고가의 원두들만 마셔왔다.

향과 여운, 복합적인 산미와 단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커피를 즐겨왔고,

그것이 ‘좋은 커피’라고 믿어왔다.


그런데 그날 수업에서 마신 ‘스페셜티’ 등급 원두는 내 입에 그리 좋지 않았다.

산미는 당이 포함된 복합미가 아니라 식초처럼 날카롭고 급했고,

달고나처럼 입 안에 퍼지던 단향의 여운도 전혀 없었다. 향도 얕고, 텍스처도 평이했다.


분명히 ‘스페셜티’라 불리는 커피인데, 나는 맛이 없다고 느꼈다.

아마도, 나는 조금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맛은 주관적인데, 점수라는 객관성으로 커피를 나눈다는 것.

그 기준은 과연 어디서 출발한 걸까?


커핑 첫 수업은 나에게 많은 질문을 남겼다.

단지 커피를 배우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내가 알고 있던 기준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이건 스페셜티라는데, 왜 나는 맛이 없다고 느꼈을까?’


그날은 실망이었지만, 어쩌면 그 실망이 나를 더 깊은 세계로 이끄는 문턱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단순히 맛있는 커피를 찾는 게 아니라, ‘왜 그렇게 맛있는지’를 묻고 싶어졌다.


그래서일까. 나는 다음 수업도, 그다음 수업도 계속해서 들어갈 생각이다.

내 혀를 조금 더 겸손하게 만들고, 나의 감각을 다시 훈련하기 위해.

커핑은 결국, 커피를 알아가는 일인 동시에

나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그날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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