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인인데, 말하고 싶지 않았다 -
지수는,
그게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그 남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저는 최준혁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이지수예요.”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
종업원이 메뉴판을 내밀었다.
지수는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봤다.
솔직히,
이런 레스토랑은 처음이었다.
무슨 음식이 뭔지도 모르겠고,
코스 요리는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눈치를 본 듯
준혁이 먼저 말했다.
“혹시 고기 좋아하시나요?”
“네, 좋아해요.”
“그럼 A코스가 괜찮을 것 같아요.
제가 추천드릴게요.”
“네, 부탁드릴게요.”
주문이 들어가고
음식이 나왔다.
그녀는 준혁이 추천해 준 요리를 조심스럽게 맛보았다.
맛있었다.
확실히,
평소 혼자 편의점 도시락이나
간단한 한 끼로 때우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 남자는,
조금 어색했지만
자신이 착한 사람이라는 걸
어떻게든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지수가 말했다.
“2차는 제가 살게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커피집이 있어요.”
그 남자와 카페에 도착했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취미 얘기가 나왔다.
지수는 말했다.
“저요?
취미는 타투요.”
“정확히 말하면,
타투를 해주는 거요.”
준혁의 반응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귀엽고
서툴러 보였던 모습은 사라지고,
갑자기 기계적인 얼굴이 되었다.
마치 속으로 뭔가를 계산하고 있는 듯한.
지수는 그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나 평가받는 중인가?”
그 남자는 아무 말 없었고,
그 기묘한 침묵은
그녀를 조용히 불안하게 만들었다.
사실,
그날은 지수의 생일이었다.
그냥 괜히 축하를 받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말을 하지 않았다.
괜히 뜬금없이 말 꺼냈다가
상대가 부담스러워하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먼저 들었고
‘말하지 않는 게 낫겠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자연스럽게 장난스럽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저 생일이에요.라고...
그런데 말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다.
계산적인 모습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두려웠다.
카페에서 나오자
준혁은 말했다.
“제가 집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지수는 짧게 대답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 잠깐 들를 데가 있어서요.”
사실,
아무 데도 갈 곳은 없었다.
그저,
걷고 싶었다.
정말 이상하게
걸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집으로 걸어왔다.
편의점 앞을 지났다.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작은 아이스크림 케이크 하나를 샀다.
집으로 돌아와
조용히 샤워를 마치고,
케이크를 냉장고에서 꺼냈다.
촛불을 꽂을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불을 붙였다.
“생일 축하합니다…”
작게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껐다.
혼자, 소리 내지 않고 박수를 쳤다.
그리고 침대에 누웠다.
준혁이 떠올랐다.
그 사람.
누구세요,
라고 했던 그 남자.
괜히…
근데,
괜히 두렵기도 했다.
무엇이 두려운 건지
그녀 자신도 잘 모르겠지만—
그런 기계 같은 시선으로
자신이 분석당하는 기분이
낯설고, 무서웠다.
그렇게,
지수는 잠들었다.
다음 날.
그 남자한테서 문자가 와있었지만
미리 예약한 수강생들이 공방으로 오는 날이었다.
처음 방문한 수강생들이 몰려들었기에
준비 및 설명과정에 정신이 없는 하루를 예상하고 답장을 하지 못한 채 출근하였다.
하루 종일
물레를 돌리고,
흙을 나르고,
질문을 받고,
작업을 도와주느라
핸드폰을 볼 틈이 없었다.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뒤,
문득 핸드폰을 켜보니
그 남자에게 또 한 번 문자가 와 있었다.
그 메시지는
길고,
조심스럽고,
어딘가 미안함이 가득 담긴 글이었다.
늦은 오후 답장을 하려고 하는 순간
한 남자가 타투 소계를 받았다며 왔다.
강아지 사진을 들고 왔다.
“제 강아지예요.
얼마 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이 아이랑 함께한 시간을
몸에 남기고 싶어서요…”
지수는 준혁에게 답장을 하지 못한 채
조용히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감정을 담아내야 했고,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을 써야 했다.
그렇게
밤 11시를 훌쩍 넘겨서야
작업이 끝났다.
퇴근 준비를 하고
문을 닫고 나왔다.
그런데,
편의점 앞에서—
그 남자가 보였다.
그는 가만히
편의점 벤치에 앉아 있었다.
지수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보고 반가웠다기보다,
괜히 피하고 싶었다.
아직 정리가 안 됐는데,
그 앞에 또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지수는
자신도 모르게 길을 돌았다.
조용히 돌아서
다른 골목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지수는
핸드폰을 켰다.
그가 보낸 문자 두 개를 다시 읽었다.
그리고
짧게 답장을 썼다.
“답장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 조금 바빴고,
상황도 잘 맞지 않아서
연락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준혁 씨와는 너무 다른 사람인 것 같아서요.
만나 뵈어 반가웠고, 감사했습니다.”
메시지를 보내고,
지수는 천천히
핸드폰을 뒤집어
베개 밑에 넣었다.
그리고
불을 껐다.
방 안은 조용했다.